
일본 도쿄지방법원은 3월 25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암살 사건 이후 신도들에게 과도한 헌금을 강요하는 등 논란을 일으킨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에 대해 정부가 요청한 법인 해산 명령을 받아들였다. 일본에서 종교법인이 민법 위반을 이유로 해산된 것은 이번이 최초로, 통일교는 법인 지위와 세금 혜택을 잃지만 종교 활동 자체는 계속할 수 있다.
교도통신과 CNN 보도에 따르면, 도쿄지방법원은 신도들에게 헌금을 강요해 가정 경제를 파탄시켰다는 이유로 일본 정부가 요청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통일교)의 종교법인 해산 명령을 승인했다. 이번 판결로 통일교는 일본 내 법인 지위가 박탈되며 세금 면제 혜택도 중단되고 자산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통일교의 개별적 종교 활동 자체는 법적 제한을 받지 않는다.
도쿄지방법원은 “가정연합이 다수의 피해 제기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으며, 헌금 권유가 교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며 “이러한 행위는 공공복지를 현저히 해치는 것으로 인정되어 해산 명령이 불가피하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일본 대법원은 최근 종교법인 해산 판단 시 민법 위반도 심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번 해산 청구를 주도한 일본문부과학성(장관:아베 도시코)은 지난해 10월 해산 청구 당시 통일교가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최소 1500명의 신도들로부터 총 204억엔(약 1억3540만 달러)을 헌금 명목으로 강제로 징수했다고 밝혔다. 문부과학성은 이 같은 행위가 “공공의 복리를 실질적으로 침해했다”며 엄중한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통일교에 대한 논란은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암살 사건이 발단이 됐다. 당시 피의자는 자신의 어머니가 통일교의 과도한 헌금 요구로 인해 경제적 파탄을 겪었다며 통일교에 대한 원한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후 일본 집권 자민당 정치인과 통일교 간의 오랜 유착관계가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했다. 통일교는 1968년 아베 전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지원한 반공 운동을 배경으로 일본에서 종교법인 지위를 획득한 바 있다.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통일교 측은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교 측은 “이번 해산 명령은 종교 자유를 위협하는 결정”이며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일본에서 과거 법 위반을 이유로 종교법인 해산이 결정된 사례는 중범죄를 저지른 옴진리교와 사기로 처벌받은 묘카쿠지 두 사례뿐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종교단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피해자 지원을 약속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정부는 법적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며 피해자 지원을 전폭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통일교를 둘러싼 법적·사회적 파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