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차 사역 나선 농어촌선교회
오늘 우리에게 농어촌 교회는 어떤 의미일까. 도시로 사람들이 떠나서 성도가 없고 곧 사라질 교회인가. 성도들이 70대 이상 노인들뿐이어서 미래가 없는 교회인가. 외부의 지원으로 존립하고 있는 생명력 없는 교회인가. 대부분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농어촌 교회는 소망이 없다고 여길 것이다.
“농어촌 교회는 결코 죽지 않는다”
“한국교회는 농어촌 교회를 죽은 자와 같이 여기고 있다. 실상은 한국교회에서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체험할 수 있는 마지막 현장이다. 농어촌 교회는 살아 있고 복음의 황금어장이다.”
농어촌선교회 대표 정일섭 목사(지팡이교회)는 머뭇거림 없이 말했다. 1960년대 산업화 이후 사회구조의 변화로 농어촌과 지역 교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농어촌 교회는 분명히 살아 있고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목사는 농어촌선교회 책임간사 및 팀원들과 13년 동안 전국을 다니며 70여 차례 농어촌 현장선교를 해온 경험과 확신이라며 말했다.
농어촌선교회는 수원신학교 학생들의 농어촌 현장 전도사역에서 시작했다. 사역의 기반은 오병옥 이의효 목사가 수원신학교에서 교수사역을 하며 설립한 농어촌교회사역연구소였다. 두 교수의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이 전도, 기도, 찬양 등 동아리에서 활동한 경험을 갖고 농어촌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2011년 2월 경산 조곡교회에서 제1차 농어촌 현장선교가 그렇게 시작했다.
전략과 열정 갖춘 전도 베테랑들
성탄과 송년을 앞둔 지난 12월, 수원신학교 본관 3층 회의실에 농어촌선교회 책임간사들이 모였다. 대표 정일섭 목사를 비롯해 총무 최명성(수원제일교회) 행정 정은혜(수원신 3년) 복음전도 김정미(지팡이교회 전도사) 식품·조리 서상임(지팡이교회 사모) 운송·장비 김현준(수원신 4년) 회계 최우형(수원신 3년) 등 각 팀을 책임진 6명의 간사들이 열띤 회의를 하고 있었다.
회의 주제는 2025년 1월 13일 진행하는 제72차 농어촌 현장선교 사역이었다. 모니터에 이번 사역지로 결정한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 금당리 일대 지도와 사진, 지역 정보들이 정리돼 있었다.
“지난 5일에 답사를 갔어요. 겨울이라 어머님들이 주로 마을회관에서 모여 계십니다.”
“고스톱을 하고 계시던데, 그 (고스톱)판을 복음판으로 바꿔야 해요.”
“옆에서 발마사지를 해주고, 노래하면서 자연스럽게 바꾸면 됩니다.”
“그럼 미용팀이 오전과 오후에 2차례 들어갑시다.”
“집에 계신 어르신들도 있는데, 그분들은 호떡배달과 복음전도팀이 담당합니다.”
“전도팀을 금당 1, 2, 3리 마을마다 한 팀씩 배정하면 좋은데… 이번에는 인원이 안 될 것 같아요”
“전도 물품들, 특히 호떡이 많이 필요합니다.”
“음식은 화요일에 돼지 한 마리를 내서 전체 주민들 대접하고요. 마지막 잔칫날은 갈비탕으로 합니다.”
낮에 시작한 회의는 저녁까지 계속됐다. 책임간사들은 농어촌선교의 베테랑이었다. 선교에 앞서 3차례 현장을 답사해서 지역과 주민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전도전략을 세웠다. 전도전략에 따라 각 팀이 해야 할 구체적인 사역을 결정하고, 사역을 진행할 시간과 필요한 물품까지 세심하게 점검했다.
농어촌 현장선교 사역은 2박3일 동안 진행한다. 6명의 책임간사를 주축으로 전체 팀원은 30명 정도다. 공연을 담당하는 강예서 이상란 전도사, 미용팀 민경순 팀장 등이 사역과 직장 일을 내려놓고 현장선교 팀원으로 동참한다. 진흥교회 초등부와 중등부 워십팀, 수원신학원 찬양팀도 협력하고 있다.
준비해야 할 물품들도 많다. 가가호호 방문해서 전도할 때 사용할 선물만 수백개에 이른다. 마지막 날 주민노래자랑에서 선물할 대형TV 등 상품들, 30명의 팀원들이 사역하는 2박3일 동안 지낼 물품들까지 직접 가지고 간다. 현장에서 조달할 식료품을 제외하고, 사역을 위해 가져가는 물품만 1톤 트럭 가득 찬다.
“현장으로 가라. 반드시 열매가 있다”
최명성 총무간사는 신학을 배우고 싶어 수원신학교에서 공부했다. 2016년 경남 거창의 영신교회에서 진행한 농어촌 현장선교에 처음 동참했다. 최 총무는 “교회에 도착했는데 담임목사님이 우리를 너무 반가워하면서 뛰어오셨다. 한쪽 다리가 불편한 몸으로 달려오시는 모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 총무는 그때부터 농어촌 전도사역에 헌신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신학교 졸업 후 병원사역을 하다가 현재 요식업체를 운영하면서 농어촌선교회 사역에 매진하고 있다.
정은혜 행정간사는 작년 8월 구미에서 진행한 전도경험을 잊지 못한다. “추수를 마친 들깨더미 옆에서 일을 하고 있는 어른에게 다가갔다. 말수가 없던 그분과 대화를 이어갔고, 집안까지 들어가서 말씀을 들었다. 그동안 사람을 만나고 싶고,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는 것을 알았다. 결국 복음을 전해서 교회에 나오셨다. 이분처럼 외롭고 갈급한 영혼들이 많이 있다.”
전도간사 김정미 전도사는 팀원들이 인정하는 복음전도 사역자다. 현장선교를 나서면 한 눈에 전도대상자의 종교성과 성격과 가정형편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화와 방법으로 복음을 전한다. 3번이나 현장선교를 펼쳤던 제천 전원교회, 아들 사진에 묵주를 감아놓고 치성하던 충주 할머니 등 기억에 남는 선교지와 전도자들도 많다. 김 전도간사는 “전도는 영적 싸움”이라고 했다. “현장에 나가면 하나님이 예비하신 영혼이 반드시 있다”며 “그 영혼이 복음을 듣고 교회에 나오는 것을 보면, 내 영혼이 더욱 살아난다”고 말했다.
최우형 김현준 간사도 농어촌 현장선교를 가면 “하나님의 사랑을 직접 느낄 수 있고, 복음을 전하면서 내가 예수님을 만난다”고 했다. 2박3일 선교일정을 마치면 그대로 쓰러져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지만, “선교 현장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은혜에 빠져 행복하다”고 간증했다.
제71차 농어촌 현장선교를 위한 회의는 겨울 해가 지고 나서야 마쳤다. 이제 농어촌선교회 책임간사와 팀원들은 1월 9일까지 매일 밤 모여 준비기도회를 갖는다. 사역 현장에서 만나고 전도할 모든 사람에게 성령님의 역사가 임하기를 간절하게 기도한다.
정일섭 목사가 말했다. “이 지역은 지난 10년 동안 전도의 열매가 없었다고 한다. 여기에 하나님이 예비하신 영혼이 분명히 있다. 그 영혼이 예배당 문을 열고 들어 올 때, 우리는 정말 기뻐할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은사대로 최선을 다해 합심해서 전도할 것이며, 하나님께서 역사하실 것이다. 이번에도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할 것이다.”
문의: 010-9781-4589(정일섭 목사)
후원: 농협 355-0051-6902-03 (농어촌선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