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카운트다운 및 박수 등 생략
슬픔 당한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검정 옷 입고 예배드리는 교회도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한국교회
무안공항 참사로 나라가 슬픔에 빠진 가운데, 한국교회는 추모의 뜻으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2024-2025년 송구영신예배를 개최했다.
송구영신예배에서는 보통 새해를 맞이하는 카운트다운 등을 함께하면서 기쁨과 환호, 축복을 나누지만, 올해만큼은 슬픔을 당한 이들과 함께하기 위해 많은 교회와 성도들이 기도와 침묵을 선택했다.
인천 주안장로교회(담임 주승중 목사)의 경우 카운트다운과 팡파르를 생략하고, 새해가 찾아오는 순간 나라와 민족을 위해 함께 기도했다. 이후 주승중 목사가 대표로 새해 맞이 기도를 진행했다.
하늘꿈연동교회(담임 장동학 목사)는 무안공항 참사를 추도하는 뜻에서 ‘검정 옷을 입고 와 달라’는 공지를 성도들에게 발송했다. 새해 카운트다운도 생략하고, 곧바로 성찬식을 진행했다. 장동학 목사는 SNS를 통해 “조국 대한민국 국민들이 다시 한번 손을 잡고 일어서야 한다”며 “우리 크리스천들이 더 기도하고 낮아져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도 송구영신예배에서 ‘축복하기를 명하심(민수기 6;22-27)’을 제목으로 설교하던 중 “원래는 다음 세대 청년과 청소년, 어린이들을 다 일으켜 세워 축복하려고 했지만, 슬픔을 당한 이들이 있는 상황에서 우리끼리 축복하기보다 그들을 위해 기도했으면 좋겠다”며 “이 어두운 시대를 축복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자”고 권면했다.
새에덴교회, 24 송구 25 영신예배
조용히 기도, 아멘으로 새해 맞아
박수 대신 유가족 등 위해 기도해
‘잊다·잇다·있다, 온리 원의 생기’
새에덴교회(담임 소강석 목사)도 2024년 12월 31일부터 2025년 1월 1일까지 이어진 ‘Only 1 24 송구 25 영신예배’에서 박수와 환호성 대신 추모와 기도를 선택했다. 소 목사는 송구예배에서 “0시가 될 때, 환호성은 지르지 말자. 슬픔을 당한 분들이 계신데, 조용히 기도하며 아멘으로 새해를 맞이하자”고 말했다.
새에덴교회는 송구예배의 경우 12월 31일 1부 오후 7시 30분, 2부 오후 10시 30분에, 영신예배는 2025년 1월 1일 0시에 각각 진행했다. 성도들은 소강석 목사의 인도에 따라 12월 31일 자정이 다가오며 새해를 맞이하던 시간, 카운트다운 대신 무안공항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해 조용히 묵상으로 기도했다.
연합찬양대 찬양 후에도 소 목사는 “하나님께 영광의 박수를 돌릴 수 있지만, 오늘은 박수를 삼가는 것이 좋겠다”며 “참사를 당한 분들을 위해, 그리고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함께 잠시라도 기도하자”고 전했다.
앞서 ‘잊고, 이으며, 잊게 하소서(학개 1:7-11)’라는 제목으로 ‘24 송구예배’에서 설교한 소강석 목사는 “오늘 본문은 ‘잊다’를 ‘잇다’로 만들어, 다시 새로운 축복이 ‘있게’ 하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소강석 목사는 “여호수아가 길갈에서 애굽의 수치의 돌을 굴려버린 것처럼, 먼저 나쁜 기억은 잊어버려야 한다. 길갈 자체가 ‘굴려버린다’는 뜻”이라며 “2024년에 당했던 아픔과 고난을 떠나가는 요단강물에 굴려 버리자. 여러분이 했던 원망과 불평, 상처와 아픔 등은 새해를 앞두고 다 굴려버리라”고 밝혔다.
소 목사는 “그리고 그 이음을 2025년의 축복으로 이어가게 하자. 내년에 눈부신 축복을 존재하게 하는 여러분 되시길 바란다”며 “새해에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것, 좋은 것과 연결해야 한다. 감사와 사명, 축복과 헌신으로 연결해야 한다. 그러면 진정한 축복, ‘온리 원’의 축복이 찾아올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동음이지만, ‘잊다, 잇다, 있다’가 얼마나 귀한 메시지인가? 곧 새해가 되는데, 잊을 것을 잊고 이어갈 것을 이어가며, 예수님으로 이어갈 모든 것들이 다 축복과 형통, 새로운 은혜 되시길 바란다”고 했다.
이후 12시가 되자 타종 후 ‘25 영신예배’가 시작됐다. 예배에서는 사도신경과 교독의 기도, 정금성 권사의 신년 기도, 연합찬양대의 찬양 후 소 목사가 ‘온리 원의 생기를 일으켜 주소서(에스겔 37:1-6)’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소강석 목사는 “하나님께서 에스겔을 통해 말씀하시자, 마른 뼈가 레고처럼 착착 맞춰져 힘줄이 생기고 살이 입혀지고 가죽으로 덮였다. 이후 생기가 불어와 살아나 마침내 여호와의 큰 군대가 됐다”며 “이 환상이야말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희망과 소망을 줬다. 오늘 이 시간 하나님의 생기가 여러분에게도 불어가셔서, 여러분 영혼을 강타하고 삶을 진동하시길 바란다”고 중보했다.
소 목사는 “은혜받은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살린다. 여러분 한 분이 은혜받을 때, 그 은혜가 가정, 직장과 생업장으로 흘러갈 것이다. 우리 교회가 은혜를 받고 살아나면, 용인과 경기도와 한국교회, 나아가 세계 교회를 살리는 것”이라며 “하나님의 생기는 ‘온리 원’의 생기이다. 여러분의 형편을 하나님이 더 잘 아시고, 딱 맞는 생기를 불어넣어 주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구영신예배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드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학자들은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선교사 등이 1885년 12월 31일 제야 기도회를 드린 데서 유래했다고 보고 있다. 10여 명의 선교사들이 그해 12월 31일 밤 함께 모여 철야 제야 기도회를 드렸다. 당시에는 ‘언약갱신예배’ 혹은 ‘언약예배’로 불렸다고 한다.
이들은 그날 철야 기도회로 모여 내년에는 개종자 한 명을 허락해 달라고 밤새 기도했는데, 이듬해인 1886년 7월 18일 노춘경이 한국인 최초로 세례를 받는 열매를 맺었다.
그해 12월 31일 선교사들은 또 다시 철야 제야 기도회로 모였고, 다음 해인 1887년 9월 23일 언더우드 선교사의 정동교회(새문안교회), 10월 아펜젤러 선교사의 베델교회(정동감리교회)가 각각 설립됐다. 이후 1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두 교회가 모여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면서 그 전통이 시작됐다.
새에덴교회는 오는 1월 3일까지 신년축복대성회를 진행하고 있다. 1월 1일 오후 7시 50분에는 세 번째 성회 ‘넘버 원을 넘어 온리 원이 돼라(골 2:8-12)’, 2일 오후 7시 50분에는 네 번째 성회 ‘베스트 원을 넘어 온리 원이 돼라(골 2:6-12)’, 3일 오후 7시 50분에는 마지막 성회 ‘온리 원의 조상이 돼라(욥 1:10-14)’ 등이 이어진다. 앞서 12월 29일 주일 오후 7시 첫 성회 ‘문(門)이 닫힐 때 문(問)이 열린다(암 5:4-8)’, 30일 두 번째 성회 ‘온리 원을 위한 신앙개혁(대하 34:29-32)’을 각각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