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정영은 어린이(가명)는 교회에서 보배 같은 아이였다.
전남 영광군 군남면의 대창교회(박진순 목사·전라노회)가 2년 반쯤 전 어린이주일학교 사역을 재개할 무렵, 영은이는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교회를 얼마나 좋아했던지, 주일이면 일찌감치 예배당에 나와 하루 종일 즐겁게 지내다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밝은 성격에다 총명하기까지 하여 친구들과 어른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다.
올해 성탄절 축하 예배에서도 영은이는 막을 올리는 개회인사 순서를 맡아 깜찍하게 잘해냈고, 유치부의 또래들과 찬양율동도 멋지게 마쳤다.
이게 영은이의 교회에서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누구도 알지 못했다. 예배가 끝나자마자, 기다리던 가족들과 함께 영은이는 태국으로 향했다. 외할아버지 팔순을 기념해 가족 대부분이 해외여행을 떠난 것이다. 그리고 닷새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 사고가 나고 말았다.
12월 29일 영은이의 가족을 태우고 돌아오던 제주항공 소속의 항공기가 무안공항에 착륙하던 중 발생한 사고는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희생자 중에는 영은이를 포함한 일가족 아홉 명도 포함되었다.
사고 뉴스를 처음 들을 때까지만 해도 ‘설마!’ 했던 대창교회 교우들은 영은이 가족에게 실제로 비극이 일어난 것을 확인하자 충격에 휩싸였다. 교회를 다니던, 그렇지 않던 마을 사람 모두가 이런저런 관계들로 엮여있었기에 결코 남의 일일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영은이의 가족들을 태신자로 삼아 주님 앞으로 인도하기 위해 애를 썼던 교우들의 허망함과 안타까움은 이루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런 감정은 박진순 목사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박 목사는 영은이의 하늘을 가득 담은 듯한 눈망울을 이 세상에서 다시 볼 수 없다는 현실이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
“누구보다 예수님을 사랑하는 순수한 영혼을 지닌 아기천사였어요. 영은이의 또랑또랑한 눈빛과 야무진 발걸음이 그립기만 합니다. 교회 모두가 비통에 빠져있습니다. 부디 영은이의 남은 혈육들, 큰 슬픔에 빠진 이번 참사 유가족들, 그리고 저희 대창교회를 위해 기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