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형 칼럼] 무엇을 위함인가
환경 훼손으로 동물 멸종했는데
환경 놔둔 채, 복원 프로젝트만
AI, 멸종 동물 복원에 핵심 열쇠
매머드 복원 프로젝트가 대표적
현 환경, 복원해도 생존 힘들어
하나님 부여 ‘관리자’ 역할부터
사람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보다, 겉으로 드러난 증상을 다루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구체적인 성과가 즉각적으로 인정받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근본 해결책 없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에 적합한 사례가 멸종된 동물을 복원하려는 시도입니다. 멸종된 동물을 복원하려는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만약 멸종 원인이 초자연적 현상으로 인한 것이라면, 이는 하나님의 섭리에 따른 결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이와 반대로 인간의 탐욕과 무책임한 행동으로 멸종이 발생했다면, 멸종된 동물의 복원이라는 단순한 시도 전에 먼저 근본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산림을 훼손하고, 해로운 물질을 방출하며, 서식지를 파괴한 결과 많은 동물이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자연의 파괴를 멈추고 복원해야 할 시점에 우리는 오히려 파괴를 가속하면서, 한편으로는 멸종된 동물을 복원하려는 기술적 시도를 하고 있는 아이러니를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복원된 동물이 번성했던 환경을 회복하지 못한 채 복원 자체만을 강조하는 방식은 오히려 자연의 섭리에 역행하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24년 기준으로 지구상에 약 216만 종의 생물을 분류하였는데, 이 중에서 매년 1,000-10,000종이 멸종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21세기 말까지 생물다양성의 30-50%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야생동물의 경우 현재 약 42,000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금년 3월에 발표하였습니다. 이는 야생 생물의 25%에 해당합니다. 멸종의 주요 원인은 기후 변화, 서식지 파괴, 밀렵 및 불법 거래와 같은 인간 활동들 때문입니다.
밀렵을 예로 든다면 자바 코뿔소의 뿔은 암시장에서 한약재로 거래되며, 그 가격은 킬로그램당 약 30,000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 불법 밀렵꾼들은 5분마다 천산갑 한 마리를 도살하거나, 15분마다 코끼리 한 마리를 사냥해 상아를 절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주 최소 200마리의 담수 거북이 불법으로 포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법적 일들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한편으로는 멸종된 동물을 복원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멸종 동물 복원 프로젝트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은 복원의 열쇠처럼 활용되고 있습니다.
매머드 복원 프로젝트를 예로 들면, AI 기술은 손상된 DNA를 복원하고, 생존 가능성을 예측하며, 복원된 매머드가 번성할 환경을 설계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즉 AI 기술은 손상된 매머드 DNA를 아시아 코끼리 DNA와 비교해 제외된 부분을 보완하는 데 사용되고 있으며, 매머드가 번성했던 당시의 고대 환경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복원된 매머드가 생존하기에 필요한 유전적 특성을 모델링하고, 이를 기반으로 복원을 진행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복원 과정에서 AI는 인공 자궁 환경을 시뮬레이션하여 복원 최적 조건을 설계하는 임무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인공 자궁을 사용하는 이유는 아시아 코끼리를 대리모로 사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유전적 혼합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의 활용에도 불구하고 복원된 개체는 원래의 종과 완벽히 같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생태계에 미칠 부작용도 완전하게 예측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매머드의 DNA 손상이 매우 크고, 이를 복원하는 AI 기술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멸종된 동물을 복원하려는 시도는 단순히 기술적 성취를 넘어 윤리적·생태학적 질문들을 동반하게 됩니다. 우리는 과연 복원을 통해 무엇을 이루려는 것일까요? 현재 우리가 사는 환경은 복원된 동물이 생존할 수 없는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복원을 강행하려는 이러한 시도가 과연 타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나아가, 인간의 탐욕이 초래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복원을 시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요?
하나님께서는 창조하신 자연을 관리할 책임을 인간에게 맡기셨습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맡기신 자연을 마치 우리 소유처럼 착각하며 파괴해 왔습니다. 파괴로 인한 멸종과 복원 시도에 대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뜻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우리가 하나님께서 임명하신 자연의 관리자라는 신분 안에서 복원이라는 기술적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의 파괴를 멈추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을 추구하는 것 아닐까요?
박순형 목사
웨이크신학원 교수
‘AI 시대 과학과 성경’ 강의
국제독립교회연합회 서기
극동방송 칼럼. 국민일보 오늘의 QT 연재
(주)아시아경제산업연구소 대표이사
이학박사(Ph.D.)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M.Div)
필리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