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왕 찰스 3세가 모든 종교는 같다는 취지의 크리스마스 연설로 비판을 받았다.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 때마다 국왕이 대국민 연설을 하며, 많은 가정이 모여서 이를 경청한다.
국왕은 25일(현지시각) 연설에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모범을 보여 주셨다. 그것은 고통받는 이들의 세상에 들어가 삶에 변화를 가져다 주고,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가져다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 ‘원스 인 로얄 데이비드 시티’가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듯이, ‘거룩하신 우리 구세주’께서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 오셨고’, ‘가난하고 비천하고 낮은 사람들’ 가운데서 사셨으며, 하나님의 ‘구원의 사랑’을 통해 그를 만난 이들의 삶을 변화시키셨다”고 했다.
이어 “그것이 바로 예수 탄생 이야기의 핵심이며, 우리는 ‘모든 위대한 신앙들’이 기쁨과 고통의 순간에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를 믿는 데서 그 맥박을 들을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어둠 속에 빛을 가져오도록 부르는 메시지”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선교학자이자 ‘홈 포 굿’ 설립자인 크리쉬 칸디아(Krish Kandiah) 박사는 “국왕이 모든 종교인들과 무종교인에게 환대를 베푸는 것을 감사히 여기지만, 그의 발언은 기독교나 세계 종교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를 보여 준다”고 했다.
칸디아 박사는 “하나님이 인간이 되셔서 인간을 구원하시고 구속하시기 위해 기꺼이 죽음을 맞이하신다는 개념은 기독교만의 독특성”이라며 “모든 종교가 기본적으로 같다고 주장하는 것은 종교에 대한 진지한 연구를 통해 뒷받침되지 않은 것이며, 모든 아시아인이 똑같아 보인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만하게 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경과 청소년을 위한 왕의 중요한 업적에 감사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부분은 틀렸다”고 했다.
국왕이 종교적 융합을 추구했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다. 앞서 런던의 전 미들섹스병원 예배당에서 연설한 국왕은 “문화, 민족 및 신앙의 다양성은 약점이 아닌 강점을 제공한다”고 했다.
그는 연설을 마치기 전 “다시 말하지만, 경청은 탄생 이야기에서 반복되는 주제다. 예수의 어머니 마리아는 모든 사람을 위한 희망으로 가득 찬 다른 미래를 자신에게 계시한 천사의 말을 경청했다. 목자들에게 천사가 전한 메시지, 즉 지구에 평화가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는 사실 모든 신앙과 철학에 울려 퍼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