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배후에 ‘불명예 전역’ 예비역들…선관위 장악 설계도까지 그린 정황|동아일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내부 CCTV를 6일 공개했다.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2024.12.6/뉴스1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내부 CCTV를 6일 공개했다. (행정안전위원회 제공) 2024.12.6/뉴스1

‘12·3 비상계엄’의 핵심 배후에 군에서 불명예 전역한 예비역들이 깊이 관여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계획 등 계엄의 ‘핵심 설계도’까지 그린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육사 41기)은 민간인 신분임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비선’으로 암약하면서 함께 근무한 인연과 진급 등을 미끼로 국군정보사령부와 국방부 조사본부는 물론이고 최전방 기갑부대의 지휘관까지 계엄 모의에 가담시켰다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전과자 예비역들이 계엄 배후에

핵심 인물로는 노 전 사령관과 함께 김용군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예비역 대령)도 지목된다. 국방부조사본부는 헌병(군사경찰)이다. 수사 당국은 군사경찰의 핵심 직위를 맡았던 김 전 대령이 연루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군에서 문제를 일으켜 불명예 전역한 예비역, 즉 범죄 전과가 있는 민간인 신분이다.

노 전 사령관은 2018년 육군정보학교장 시절 교육생 신분의 부하 직원을 술자리 등에서 수차례 강제 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1심 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2심에서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김 전 대령은 2012년 대선 당시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정칙 댓글 공작사건을 축소 은폐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군복을 벗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대령 사건 수사와 기소를 주도했다.

군 소식통은 “예비역 전과자들이 김 전 장관의 비호 아래 근무연 등을 내세워 현역 후배들을 ‘친위쿠데타’ 가담을 회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런 정황은 계엄 당일인 3일 낮 ‘2차 롯데리아 회동’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약 8시간 전에 이뤄진 이 회동엔 노 전 사령관과 김용군 전 대령,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준장) 등이 모였다.

노 전 사령관과 구 여단장은 박근혜 정부 때 각각 대통령 경호처와 청와대를 경비하는 수방사 경비단에 근무하면서 서로 알게 됐다.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대령은 육군 7사단에서 각각 정보참모와 헌병대장으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전방 기갑부대장인 구 여단장이 계엄 당일 밤 경기 성남시 정보사 판교 사무실에 가기 앞서 같은 날 오후 ‘2차 롯데리아 회동’까지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2차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모 국방부 조사본부 차장(대령)은 당일 참석하지 않았다며 폐쇄회로(CC)TV 영상을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용군 전 대령이 2차 회동 참석후 그날 저녁 군사경찰(헌병) 수뇌부인 김 대령과 당산역 인근에서 저녁을 함께 하는 등 계엄 연루 의혹이 드러나면서 김 대령은 최근 업무배체 조치가 됐다.

군 소식통은 “일각에선 조사본부를 잘 모르는 노 전 사령관이 김용군 전 대령을 고리로 조사본부 관계자를 계엄 모의에 끌어들이려고 한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고 했다.

계엄 이틀 전인 1일 낮 같은 장소의 ‘1차 회동’에는 노 전 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 정보사 소속 김모·정모 대령이 모였다. 모두 노 전 사령관이 손쉽게 주무를 수 있는 ‘직속 후배들’이다. 군 관계자는 “블랙요원 기밀 유출 사건에도 문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가까운 노 전 사령관의 입김으로 유임됐다는 얘기가 나돌자 후배들이 더 따랐을 것”이라고 했다.

계엄용 ‘김용현 직속 수사단’ 모의 의혹

계엄 당일 밤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고 판교 정보사 사무실로 갔던 방정환 국방부 국방정책차장(준장)도 노 전 사령관과 근무연이 있는 걸로 알려졌다.

군 일각에선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교감 하에 중앙선관위 장악 등 계엄 핵심 임무와 투입 계획 기획뿐 아니라 계엄 이후 ‘김용현 직속 수사단’을 꾸리려고 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군사경찰인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 출신 김용군 전 대령이 연루됐기 때문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내란진상조사단’은 제보를 토대로 계엄에 대비해 ‘정보사 수사단 2단’이 신설됐다고 주장한바 있다. 민주당이 제기한 정보사 수사단 2단의 지휘부와 1·2차 롯데리아 회동 및 계엄 당일 정보사 판교 사무실에 모였던 인물들은 상당 부분 일치한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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