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계엄군의 침탈 시도로 풍전등화의 운명에 처해 있던 민의의 전당에 생명과 희망이 될 성탄의 빛이 불을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어둠이 짙을수록 빛이 더 환하게 보이듯이, 우리 국민들의 마음이 매우 어려운 이때 희망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는 환한 빛이 되기를” 기대했다.
2024 성탄점등식 및 국회기도회가 12월 11일 국회에서 개최됐다. 대한민국 국회조찬기도회 주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제1부 국회기도회와 제2부 국회성탄트리 점등식으로 진행됐다.
엄중한 시국에 마련된 자리였지만, 국민의힘 국회조찬기도회(회장:윤상현 의원)와 더불어민주당 국회조찬기도회(회장:송기헌 의원) 소속 여야 기독 국회의원 다수가 참여해 함께 기도하며, 국회와 대한민국 땅에 샬롬을 구했다.
국회의원회관에서 드린 기도회는 김대식 의원(국민의힘)의 인도로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기도했다. 허 의원은 “요즘 대한민국의 참담한 현실 앞에서 대한민국 국회의 초심을 생각해 보자”라며 1948년 제헌국회 개회에 앞서 드린 당시 종로구 국회의원 이윤영 목사의 기도문을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새에덴교회 찬양대의 ‘오 거룩한 밤’ 특송과 이인선 의원(국민의힘)의 성경 봉독(요 1:1~3, 14) 후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말씀을 전했다. 소 목사는 “사람들 모두 잠들고, 바람에 흔들리던 등잔의 불도 꺼지고, 잿빛 바람이 이불을 덮을 때, 마구간의 적막 사이로 아기 예수의 숨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 숨소리는 하나님이 육신이 돼 오신 성육신의 사랑과 평화의 숨결, 생명과 구원의 노래였다”라며 “나라가 어렵고 정치가 힘든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와 함께 하시는 임마누엘 하나님의 사랑 앞에 우리가 드릴 것은 오직 눈물, 오직 은혜, 오직 찬양”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야의 갈등, 여러 가지 첨예한 대립 속에서 정치적 입장은 다를 수 있지만 예수 믿는 국회의원들이 믿음 안에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돼 서로 연합할 때, 여러 가지 어려운 난제들도 해결될 줄로 믿는다”라고 권면하면서 대한민국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 인류의 평화 되시는 예수님의 은혜가 대한민국 국회와 국민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축복했다.
설교 후 박균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반도 평화와 국가 발전을 위해’, 조배숙 의원(국민의힘)이 ‘대한민국과 국회를 위해’ 특별기도했다. 박 의원은 현직 대통령이 저지른 사상 초유의 내란 상황이 유혈 사태 없이 신속하게 중단되게 해 주심에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하루빨리 상황이 마무리되길 소망하며, “국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본받아 사랑과 희생의 정치를 펼치게 해 달라”고 간구했다. 조 의원은 “이번 사태로 기독 국회의원들이 지금까지 해야 할 기도를 하지 못하고 하나님 말씀대로 행하지 못한 것을 회개한다”라며 여야가 극단적인 대립으로 집단적인 증오의 정치에서 벗어나길 바랐고, 모든 어려운 상황들이 지혜롭게 하나님의 뜻대로 해결돼 빨리 원래 일상을 회복하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나라로 회복할 수 있도록 인도하심을 구했다. 헌금기도 순서를 맡은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 나라의 국민들이 결코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정의와 희망의 길을 걸어가게 하시옵소서”라고 눈물로 간절한 기도를 드렸다.
참석자들은 기도회를 마친 뒤 국회분수대 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성탄트리 점등식에 참여했다. 점등식에는 우원식 국회의장도 자리해 의미를 더했다. 우원식 의장은 “성탄이 가까워 오는 것은 우리 모든 사람들에게 구원의 빛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기쁜 날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기뻐만 해야 되는데 그러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기에 오늘 비춰질 빛과 함께 국회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면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국회로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는 다짐을 전했다. 이어 우 의장과 여야 국회의원, 소강석 목사 등 주요 내빈들은 함께 버튼을 누름으로써 국회에 성탄의 빛을 밝혔다.
한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 산하 꽃동산교회(김종준 목사)의 안수집사이기도 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총회 산하 교회들과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기도를 부탁했다. 우 의장은 “지금 우리에게 닥쳐 있는 민주주의의 문제, 불공정 불평등을 비롯한 국민 민생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해 나가고 기도를 하는 것이 지금 기독교가 해야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둠이 깊다는 것은 또 새벽이 얼마 안 남았다는 이야기랑 같다. 그 사회가 얼마나 큰 희망을 품고 있느냐에 따라서 세상을 변화시킬 힘이 나온다”라며 “아무리 어려워도 절대 포기하지 말고 우리 사회를 크게 발전시키고 또 ‘주님의 뜻으로 갈 수 있다’라는 희망과 큰 기대를 품고 그 일을 실천해 가기 위해서 함께 노력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