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대한민국은 잠들지 못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으로 나라가 일순간에 혼돈에 빠져버렸다. 다행히 아침이 오기 전 계엄은 해제됐으나 혼란과 공포에 떨며 밤을 지새운 국회와 시민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만큼, 향후 탄핵 정국 등과 같은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계는 잇따라 긴급 성명을 발표하며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월 3일 밤 10시 반쯤 긴급 담화에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라고 밝혔다.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계엄사령관에 임명됐고, 11시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계엄사령부 포고령이 떨어졌다. △국회의 활동을 포함한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 통제를 받음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 금지 △모든 의료인의 48시간 내 본업 복귀 등의 내용이 담겼고, 위반자에 대해서는 계엄법에 의해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처단한다는 경고도 포함됐다.
이후 경찰이 국회 밖을 둘러싸고 헬기를 타고 국회 경내에 들어온 무장 계엄군이 창문을 깨고 본청으로 진입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를 뚫고 본회의장에 모인 여야 국회의원 190명은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선포 이후 약 2시간 반 만인 4일 새벽 1시 비상계엄은 법적 유효성을 상실했다. 이로부터 3시간 뒤 대통령은 계엄 해제를 선언하고 투입된 군 병력을 철수시켰다. 그러나 무력을 동원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한 시도에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자마자 분노한 시민들이 국회 앞에 몰려들었고, 국회는 즉각 윤석열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함과 동시에 탄핵 절차에 돌입했으며 내란죄의 책임까지도 묻겠다는 입장이어서 한동안 우리 사회가 격랑의 소용돌이에 빠질 것은 자명해 보인다.
간밤에 일어난 사태에 교계도 발빠르게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는 긴급성명을 통해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계엄의 실체적 요건, 국무회의 심의와 같은 사전 절차, 국회 통보와 같은 사후 절차가 충족되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이번 계엄선포는 자유롭지 않다. 더욱이 국민적 공감대도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계엄의 일방적 선포는 잠시지만 국민의 기본권을 정지하고 국가기능을 마비시켰다”라고 비판하며, “대통령은 자신의 지위가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책임을 부여받았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백종국)도 ‘윤석열 대통령은 반헌법적 계엄 선포에 대한 법률적 정치적 책임을 지고 하야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자신과 가족이 처한 정치적 법률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국가의 안보를 책임져야 할 군인을 사병처럼 활용해 국회를 장악하고 국민을 위협하려 한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범법 행위”라면서, 윤 대통령의 조속한 하야와 국회의 탄핵 추진을 촉구하고 불법 논의 과정에 함께한 대통령과 참모들에 대한 법률적 책임을 묻는 과정도 뒤따라야 함을 피력했다.
교단 중에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김정석 감독)가 긴급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비상계엄 선포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국민들에 대한 배신행위, 헌법정신에 반하는 독재적인 발상”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외에도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가 계엄을 제안하고 선포한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처벌을 요구하는 긴급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과 성서한국,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등의 비판 성명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지난 10월 출범한 윤석열폭정종식을위한그리스도인모임(공동대표:강경민, 김영주, 나핵집, 성명옥, 유태선, 허원배 목사)은 12월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