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셋째 주일 ‘소강석 목사의 영혼 아포리즘’
“영광이었지만 참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지난주 화요일 한교총 주관으로 ‘한국기독교 140주년 기념 한국교회 비전대회’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2부에 ‘한국교회 대상’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여러 명이 수상을 했지만 그중에 저도 ‘목회와 연합’ 부문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교회로 돌아오는데 교계 어느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목사님, 상 받는 모습이 너무 불편해 보이더라고요. 무슨 일이 있으세요?” 제가 바로 대답했죠.
“그렇습니다. 저는 정말 불편한 자리였습니다. 제가 한국교회 연합에 관해 무슨 한 일이 있어야지요. 제가 지금까지 여러 상을 받았지만, 지금처럼 어색한 적은 없었습니다. 물론 앞으로 목회와 한국교회 연합을 위해 잘하라고 격려해서 주신 상이겠지만요.”
저는 수상 통보를 받고 한교총 사무총장에게 “제가 그 상을 안 받을 수 없느냐”고 두 번이나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어렵게 장종현 대표회장님께도 전화를 드렸습니다. “존경하는 대표회장님, 제가 꼭 이 상을 받아야 되겠습니까? 마음은 고맙지만 너무 부담이 됩니다. 제가 한 일이 있어야죠.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데요.”
그러자 어르신이 말씀하시기를, “소 목사처럼 수고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내가 그 수고를 다 알고 있는데…. 어색해하지 말고 그냥 오세요”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저는 정말 코로나 이전부터도 한국교회 연합을 줄기차게 외쳐왔습니다. 물론 연합기관은 하나가 안 됐지만, 정서적으로 하나 될 때가 많았습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비롯하여 반기독교 악법을 막고 한국교회가 하나 되게 하는데 정말 선구자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불가시적 성과는 많이 냈지만 가시적 성과는 아직 거두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도 회의를 느꼈던 것입니다.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닌가. 구호만 외치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이 아닌가….”
올해도 연합기관이 하나 되길 기대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하나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제가 과거에 연합사역을 열심히 한 걸 지금 대표회장과 상임회장들이 기억해 주고 알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세월은 여전히 제 편이라는 마음이 들어왔습니다. 저에게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저대로의 길을 갈 것입니다. 장소가 다르고 출발점이 달라도 결국은 건강한 교회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목표가 똑같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지난주 밤 예배 때에는 이종민 목사의 주선으로 조영길 변호사님의 특강을 듣게 됐습니다. 그 보고를 받고 밤 예배에 이언주 국회의원을 좀 오시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국회의원이 낮예배는 몰라도 밤예배에 나오는 건 흔치 않거든요.
그래도 이언주 의원님께 “교회에 오셔서 조영길 변호사님의 강의를 듣고 소감이나 소신을 이야기하든지 아니면 3자 토론을 하면 좋겠다”고 전화를 드렸더니 기꺼이 와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성도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언론에 아주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제 아들이 저를 좀처럼 칭찬하지 않는데 이번에 너무 잘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동영상을 보면서 좀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언론에서 집중보도를 했는데도, 제가 보기에는 불편하더라고요. 사실은 그 순간이 영광스럽고 한국교회의 공익을 위한 자리였는데, 녹화 영상을 다시 보니까 제가 아는 것이 많아서 그런지 좀 잘난 척을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누실 수 있도록 놔둘 일이지 제가 너무 나섰지 않느냐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리허설도 없었고, 편집을 잘못하면 또 이상하게 될까봐 현장에서 주고받은 내용을 그대로 유튜브에 올린 것이니까 그런 느낌이 든 거죠. 그래서 조영길 변호사님과 이언주 의원님께 감사하는 마음도 있고 죄송한 마음도 생겼습니다.
어쨌든 그 시간이 큰 물길을 바꾼 위대한 자리였지만, 제 마음속에는 어색함과 불편함이 계속 남아있습니다. 이것이 저에게 하나님의 종이면서도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