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장 ‘관계 회복’ 힘쓰는 그리스도인들 < 교계 < 기사본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갈수록 공동체성을 잃어 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서이초 사건’으로 상징되는 추락한 교권의 현실은 결국 교사들을 거리로 불러냈다. 신뢰가 무너져버린 오늘날 우리나라 교육 현장의 단면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교육 주체 간 관계 회복이 절실한 이때, 교육 관련 기독단체들이 나섰다.


기독교사들의 모임인 좋은교사운동(공동대표:한성준, 현승호)은 ‘교육공동체 회복을 위한 말 걸기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말 걸기 캠페인은 교사가 먼저 동료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말을 걸어 대화를 시작하고 그 대화로 막힌 담에 틈을 내자는 실천 운동이다.




잇따른 교권 침해 사례에 학교를 떠나는 교사들이 늘고 있으며, 그나마 남아 있는 교사들조차 서로 자신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담을 쌓고 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교사와 학부모 간에 담이 더욱 높아진 것은 물론, 교사와 학생 사이에도 담이 생겼다. 서로가 쌓아 올린 담 안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질 리 만무하다.


이에 좋은교사운동은 서로에 대한 불신의 담을 쌓기보다 담장 너머의 주체들을 향해 서로가 먼저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오히려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방법임을 강조하며,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 서로에게 말을 거는 대화가 막힌 담을 허물고 교육공동체를 회복하는 새로운 길이 될 것이란 기대에서다. 그리고 그 실천이 자신들인 교사들로부터 시작되기를 요청했다.


좋은교사운동은 캠페인에 앞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대화를 촉진하고 끊어진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예시 문구를 마련했다. 대화 상대에 따라 학생에게는 “오늘 기분이 어때?”, “오늘 00이 ***가 달라졌네. 오!”, “요즘 힘든 일 있어? 언제든 이야기해” 등이며, 학부모에 말 걸기 문구로는 “00이가 *****를 잘하더라고요.”, “학교에서 *****하는데, 집에서는 어때요?”, “00이가 ***를 했어요. 집에서도 칭찬해 주세요.” 등을 제안했다. 동교교사에게도 “선생님, 제가 뭐 도와드릴 거 없어요?”, “선생님, 지난번에 그 일 어떻게 되었어요?”, “선생님, 그거 같이해요! 우리 같이 가요!” 등 예시 문구로 말 걸기에 나서보기를 권했다. 단순히 힘이 되는 응원의 말을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음 대화로 이어지게 하는 말을 건네도록 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좋은교사운동 현승호 공동대표는 “‘말 걸기 캠페인’은 단순한 말 걸기가 아니다. 교사들이 스스로를 가둔 그 감옥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해방시키는 일이자 더 이상 교육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며 “이제 우리는 우리를 고립시키는 담을 뛰어넘어 서로 말 걸기를 선택하자. 그렇다면 분명 우리는 단절된 관계를 다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캠페인에 동참을 원하는 교사는 매뉴얼을 참고해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 한 명 말 걸기’를 실천하고, 그 결과와 효과, 다양한 실천 사례 등을 좋은교사운동 홈페이지에서 나눌 수 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가 설립한 사단법인 교육비전(대표:박상진) 역시 교육공동체 회복을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말 걸기 캠페인’이 교사로부터 시작됐다면, 이들은 ‘학부모의 온기와 용기’를 바랐다.




언제부턴가 ‘학부모=민원인’이라는 왜곡된 시선이 우리 사회 안에 자리 잡은 가운데, 학부모로서 하는 작은 말과 행동도 ‘민원처럼 느끼지 않을까’ 스스로 잠정적 가해자로 생각하며 주춤하게 된다는 고충이 곳곳에서 들린다. 또 외부에서 들리는 부정적인 목소리들은 수많은 학부모들을 흔들고 이렇게 서로가 주춤하고 불안해하는 사이,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불신의 담은 더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교육비전은 그러나 여전히 교육공동체를 사랑하는 학부모들은 존재한다는 믿음으로 이번 캠페인에 나섰다. 교육비전은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아이’가 있기에 교육공동체가 함께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기를 소망하는 학부모들이 존재한다”라며 “이제 건강한 목소리를 내는 학부모들이 더 이상 숨어있지 않고 목소리를 크게 내어 희망의 공명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아이의 반 친구들을 알고 사랑하기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드리기 △학교교육의 작은 부분이라도 참여하기 등 세 가지 실천 사항을 안내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소리와 관심이 ‘내 아이만’을 위한 것이 되지 않도록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고 성찰하는 학부모가 되겠다” “학부모인 우리가 먼저 용기를 내어 선생님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손을 내밀겠다. 불신이 아닌 신뢰의 믿음을 보이며 교육공동체 회복의 첫 걸음을 시작하겠다” “교육공동체의 중요한 축으로서 ‘학부모’인 우리는 아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와 학교교육에 관심을 가지겠다” 등의 약속에 학부모들이 함께해 주길 부탁했다.


캠페인에 동참하는 기독학부모운동 도혜연 실장은 “학부모 한 사람이 교육공동체로서 학교를 사랑하고 우리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그것은 희망의 공명이 돼 다른 누군가를 울리고, 변화는 거기서부터 시작될 것”이라면서 “이제 우리의 시작들이 한국교육의 변화의 씨앗이 되기를 소망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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