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호 박사의 ‘이중창’ 88] 시각장애인과 함께하는 공동체 이야기
약자와 함께하는 공동체의 책임과 돌봄
오늘날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존재를 믿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분의 사랑을 이 땅에 전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대신, 그분의 이름을 전할 사람들을 보내신다.
정민교 목사 역시 인생의 여정 속에서 많은 고난을 겪으며 하나님이 부르신 길과 사명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 길은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그 사랑을 통해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가는 삶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고난과 상처는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고, 오히려 정 목사의 믿음의 뿌리를 깊고 단단하게 세우는 기회가 되었다.
고난 속에서 만난 하나님과 그분의 사랑
정민교 목사는 충남 서천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가정의 어려움 속에서 자랐다. 어머니는 뇌전증으로 건강이 좋지 않으셨고, 아버지는 월남전 참전 후 전쟁 후유증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술에 의존하게 되셨다. 그로 인해 가정은 불안과 갈등으로 가득 찼고, 어린 정 목사는 아버지가 폭력적이다가 갑자기 찬송가를 부르며 회개하는 모습을 보며 깊은 혼란과 두려움을 느끼곤 했다.
결국 그는 하나님을 깊이 갈망하게 되었고, 아버지와 가정의 변화를 위해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 우리 아버지를 바꿔 주세요.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해 주셔서 우리 가족이 평화로워지게 해 주세요”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기도는 쉽게 응답되지 않았고, 그의 신앙은 큰 시련 속에 놓이게 되었다.
어느 날, 정민교 목사는 큰 상처와 슬픔을 맞았다. 어머니가 화가 나 제초제를 마시고 중환자실에 누워 계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절망과 두려움 속에서 하나님께 매달리며 간절히 기도했지만, 어머니는 결국 열흘 후 세상을 떠나셨다. 하나님에 대한 배신감과 상실감 속에서 그의 신앙은 크게 흔들렸고, 하나님께서 자신을 외면하셨다는 감정이 깊어졌다.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마저 돌아가신 후 정 목사는 고아가 되어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쳤고, 하나님께 버림받았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혔다. 삶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린 그는 동생과 함께 몇 번이나 자살을 시도하기에 이르렀다. 둘은 손을 잡고 깊은 바다로 들어가기도 하고, 절벽 끝에서 마주 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한줄기 빛 같은 느낌이 그들을 다시 물러서게 했다. 그때 정 목사는 묵묵히 자신을 붙잡아 주는 힘이 있음을 느꼈다. 그런데도 절망에서 헤어 나오기 어려웠지만, 그 순간마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삶에 여전히 함께하고 계심을 깨닫게 되었다.
간절한 기도에 대한 응답이 없었던 이유에 관한 질문은 그의 신앙을 끊임없이 흔들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마침내 깨달았다. 하나님께서 그 고난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고 더 가까이 이끄셨음을, 그 과정을 통해 새로운 사명을 주셨음을 알게 되었다.
시각장애인 아내와의 만남: 새로운 사명을 향한 사랑
정민교 목사는 이러한 고난의 길을 걸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사역에 헌신하게 되었다. 신앙생활을 이어가던 중 시각장애가 있는 아내를 만나게 된 것이다. 그녀는 시력을 잃은 후에도 하나님을 깊이 의지하며 살아온 신실한 신앙인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신앙과 삶의 어려움을 나누며 점차 가까워졌고, 사랑이 깊어지며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그 결심이 쉽지 않았음을 그는 고백한다. 시각장애가 있는 아내와의 결혼이기에 현실적 어려움이 예상되었고, 주변의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하나님께서 주신 이 사랑이 자신에게 특별한 사명으로 느껴졌다고 말한다.
이 결합은 단순히 두 사람의 결합이 아니라, 약자와 함께하며 서로 돕는 공동체의 사명을 실천하는 시작이었기 때문이다. 결혼 후 정 목사는 아내와 신앙과 사명을 깊이 나누며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배우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사역과 신앙적 자립의 중요성
어린 시절 겪었던 절망과 상실은 그를 새로운 사명을 향한 여정으로 이끌었다. 정민교 목사는 시각장애인 선교에 사명을 품고, 장애인들이 신앙 안에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하면서 만난 시각장애인 목사님의 헌신을 통해 그는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하나님, 제가 시각장애인이 되어서라도 이들을 온전히 돕고 싶습니다”라고 기도했을 때, 하나님은 직접적인 장애를 주시지는 않았지만,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사역에 헌신할 기회를 허락하셨다. 이후 그는 ‘AL 소리 도서관’을 설립하여 시각장애인들에게 신앙 자료를 제공하고, 그들이 신앙 안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신앙 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큰 사역임을 깨달았다. 신앙이란 그 자체로 성숙과 성장을 위한 기회이기 때문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신앙을 통해 성장하고 자립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믿는다.
이를 위한 자료와 환경을 마련하는 일은 단순한 종교적 도움이 아닌 사회적 책임이다. 기독교 서적을 시각장애인들이 읽을 수 있는 데이지 포맷으로 제작하고 전자도서관을 개관한 이유도, 비장애인과 같은 권리로 신앙의 여정을 걸어갈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다니엘기도회에서의 간증: 약자를 위한 신앙의 씨앗
정민교 목사의 이러한 사명감은 다니엘기도회에서 전한 간증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었다. 그는 시각장애인을 돕기 위해 자신의 삶을 헌신하며, 그들과 함께 신앙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그의 헌신은 장애인을 돕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약자를 위한 공동체의 사명을 일깨워 주었다. 정 목사는 교회가 약자를 위해 실질적 도움을 제공하고, 그들이 신앙 안에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주었다.
서로의 연약함을 채우며 성장하는 공동체의 사명
교회와 신앙 공동체는 단순히 종교적 의식을 행하는 곳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각자가 가진 부족함을 채우며, 서로를 보완해 가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교회는 사회적 약자와 혼자 사는 사람들이 신앙 안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그들에게 진정한 연대와 사랑을 제공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주신 고난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의 사명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속에서 서로를 보살피고, 하나님께서 주신 사랑을 나누며 신앙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실현해 나가는 길이다.
정민교 목사는 이번 간증을 통해 약자들을 돌보고, 그들에게 책임을 지는 공동체의 역할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사회에서 약자로 불리는 이들이라도 공동체 안에서는 동등한 권리를 가지며 자립할 수 있는 신앙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교회의 책임이다. 이웃을 위해 손을 내밀며 그들이 신앙으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일은 단순한 선행이 아닌,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이 땅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고난 속에서 피어난 공동체적 사랑과 책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도서관 설립 과정에서 정민교 목사는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이 이끄시는 길이 있음을 체험했다. 그의 고난은 그저 개인적 아픔이 아닌, 서로의 연약함을 채우며 함께 성장해가는 공동체적 사명을 일깨워 주었다. 약자를 책임지고 서로를 돕는 공동체의 사명은 교회와 신앙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본질적 방향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서로의 연약함을 보듬으며 그분의 사랑을 나눌 때, 그 공동체의 힘은 고난을 넘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놀라운 능력이 될 것이다.
최원호 박사
심리학 박사로 서울 한영신대와 고려대에서 겸임교수로 활동했습니다. <열등감을 도구로 쓰신 예수>, <열등감, 예수를 만나다>, <나는 열등한 나를 사랑한다> 등 베스트셀러 저자로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습니다. 서울 중랑구 은혜제일교회에서 사역하며 웨이크신학원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원호 박사의 이중창’ 칼럼은 신앙과 심리학의 결합된 통찰력을 통해 사회, 심리, 그리고 신앙의 복잡한 문제의 해결을 추구합니다. 새로운 통찰력과 지혜로 독자 여러분들의 삶과 신앙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