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성경이 ‘열등한 여자’와 ‘가계 저주’를 말한다? : 목회/신학 : 종교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아현성결교회, 차준희 교수 초청 북콘서트

돕는 배필? ‘배필인 돕는 자’로
여성, 남성에 종속된 존재 아냐
해산의 고통, 타락 후 시작된 것


▲북콘서트에서 차준희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아현성결교회
▲북콘서트에서 차준희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아현성결교회

아현성결교회(담임 손제운 목사) 제5회 북콘서트가 11월 3일 오후 교회 1층 엘림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북콘서트에서는 차준희 교수(한세대)가 자신의 여러 저서들 중 최근작이면서 평신도들을 대상으로 집필한 <구약이 이상해요>를 중심으로 강연 후 질문에 답했다.

<구약이 이상해요: 오경 난제 해설>은 창세기부터 신명기까지 모세오경의 난제 본문들에 대한 전문 학자들의 최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 목회자들과 일반 성도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설득하기 위해 쓴 책이다.

먼저 차준희 교수는 책 4장 ‘돕는 배필(창 2:18): 감히 여자가? 여자가 어때서?’에 대해 “구약성경에서 남·여의 관계를 규정하는 대표적 본문이다. 하나님께서는 창조 과정에서 인간이 홀로 존재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평가하셨다. 히브리어에는 ‘독신’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을 정도로 당시 불행과 수치 또는 하나님의 심판으로 간주됐다”며 “구약성경은 인간이 타인과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존재’임을 강조한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돕는 배필’이라는 용어는 보통 ‘여성의 종속성’을 드러내는 본문으로 이해돼 왔지만, 이는 본문의 의도에서 벗어난 왜곡된 이해”라며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를 반대하는 것이 원래 의도에 가깝다. ‘배필’은 형용사로, ‘돕는 배필’이 아닌 ‘배필인 돕는 자’로 해석해야 한다. 그러므로 ‘상응하는 돕는 자, 동등한 짝, 완전한 짝’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교수는 “그러므로 여성을 남성에게 종속되거나 남성보다 존재적·기능적으로 열등한 존재로 이해해선 안 되는 것”이라며 “창세기 2장의 문맥은 남성만으로 완전한 인간으로 살 수 없음을 강조하고, 서로의 필요를 밀접하게 채워주는 존재, 서로의 부족을 메꿔주는 상호 보충적 존재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 역시, 죄와 불순종 이후 시작된 뒤틀린 질서에 지나지 않는다. 창조질서가 파괴된 후 나온 것이 해산의 고통과 가부장적 체제(창 3:16)”라며 “해산의 고통은 창조질서가 아니라 타락의 결과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어떤 유명한 독실한 크리스천 연예인이 ‘자연분만을 하는 것만이 창조질서’라고 했기 때문이다. 너무 답답했다”고 밝혔다.

본문 ‘아버지 죄를 삼사 대까지?’
부모로부터 배워 함께 죄 지은 것
처벌 대물림, 신명기 명백히 금지
삼사 대, 고대 이스라엘 함께 살아
벌? 삼사 대 제한, 은혜는 무한대
미래, 조상 아닌 나의 결정에 달려
죄와 벌 등 저주 대물림되지 않아
복과 은총은 대물림, 그것이 은혜

둘째로 책 13장 ‘가계에 흐르는 저주가 있다고(출 20:5)?’에 대해 “본문을 보면 ‘아버지의 죄를 삼사 대까지 이르게 할 것’이라고 돼 있는데, 일부에서는 이 본문을 오해해서 한동안 ‘가계저주론’ 주장이 나왔다”며 “성경적으로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주장이다. 죄 지은 사람이 벌을 받아야지, 이와 무관한 자식과 손자들이 벌을 받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정의에 모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준희 교수는 “삼사 대를 이어가며 죗값을 부과하는 ‘처벌의 대물림’은 고대 이스라엘 사법 체계나 구약의 율법에서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오히려 신명기 법에서 명백하게 금지하고 있다(신 24:16). 성경에는 일종의 연좌제 금지법도 있다(신 7:10)”며 “여호수아서에서 아간의 죄로 그의 가족과 자녀들도 처벌을 당한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공범으로서 응징받은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차 교수는 “‘인자를 천 대까지 베풀고, 아버지의 악행을 자손 삼사 대까지 보응하겠다(출 34:7)’는 본문이 있지만, 이는 죄 없는 삼사 대의 후손을 벌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부모로부터 배워서 동일한 죄를 저지르는 후손을 벌한다는 의미”라며 “성경적으로 개인의 책임을 넘어서는 가계에 흐르는 ‘운명적 저주’는 없다. 가계의 병력(病歷) 등 ‘환경적 저주’는 있을 수 있겠지만, ‘유전적 저주’는 없다. 개인의 미래는 과거의 부모가 아니라, 현재의 자신의 결단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연하자면 본문 속 ‘삼사 대’는 고대 이스라엘 대가족 제도를 배경으로 이해해야 한다. 고대 이스라엘은 삼사 대가 함께 살았기 때문이다. 한 지붕 밑에서의 삶을 전제해, 부모가 지은 죄의 부정적 결과가 자녀들에게 미친다는 것이지, 부모의 죄 때문에 자녀가 벌을 받는다는 말이 전혀 아니”라며 “한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는 가장이 경제적 파산에 이르면, 그 가족 전체가 경제적 고통을 함께 짊어지는 것과 같다. 한 공동체로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더 중요한 것은 불가피하게 벌을 줘야 할 일이 있다면, ‘삼사 대’로 이뤄진 한 가족으로까지 제한하고(출 20:5), 은혜는 무한대의 기간인 ‘천 대까지’ 이르게 하겠다는 것(출 20:6)”이라며 “이는 3-4대와 1,000대 사이의 불균형적 대비이다. 처벌은 가능한 한 최소화하고, 은혜는 할 수 있는 한 최대화하시려는 것이 하나님의 본심”이라고 풀이했다.

차 교수는 “가계에 흐르는 저주는 없다. 나의 미래는 조상이 아니라 나 자신의 결정에 달려 있다. 죄와 벌은 대물림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복과 은총은 계속 대물림된다. 이것이 하나님 은혜다. 부모의 경건과 기도 역시 자녀에게 대물림된다. 우리가 경건하게 살아갈 때 아이들은 보고 배운다. 아이들은 부모의 입이 아닌,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배우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책 19장 ‘거룩하라! 어떻게 해야 거룩해지는가(레 19:2)?’, 23장 ‘가난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고(신 15:4-5, 11)?’ 등의 본문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았다. 이후에는 삼위일체 등 성도들의 신학적 물음부터 모세를 죽이려 하신 이유, 가인과 아벨의 제사 등 모세오경 속 다양한 질문에 대해 차준희 교수가 답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질의응답 후 차준희 교수는 “성경 속 난제들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 다르다. 책에 나왔던 해석만 옳은 것은 아니지만, 제가 보기에 가장 설득력 있는 학자들의 해석을 일관성 있게 정리한 것”이라며 “무엇보다 성경이 말하고 있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우리는 거기서 멈춰야 한다”고 전했다.

북콘서트를 마무리하면서 손제운 목사는 “우리는 다 부족하지만 하나님 말씀을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우리를 자유케 하는지, 저는 강의를 들으면서 편안했고 자유로워졌다”며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것에 대해 기쁨과 행복을 누릴 수도 있었다. 제가 했던 설교와 결이 같아서 또 감사했다”고 말했다.

아현성결교회는 지난 2022년부터 지금까지 소형근 교수(서울신대)의 <기도하는 개혁자 느헤미야>, 이계호 박사(충남대 명예교수)의 <태초 먹거리>, 김진산 박사(TBM 대표)의 <역사와 지리로 만나는 성경이야기>, 이상직 목사의 <환대> 등 네 차례 북콘서트를 개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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