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6주 차에 낙태 수술이 이뤄진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수술 전후 태아가 살아 있었다는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31일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마포구 광역수사단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산모 A 씨가 수술 직전 지방 병원 2곳에서 초진을 받았다며 “(A 씨가) 초진 받은 병원에서 특이소견 없이 태아가 건강했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자문 결과도 아기가 생존했을 가능성이 있었다는 내용으로 나왔다”고 했다.
경찰은 “아기가 태어난 후 상황에 대해선 의료진들의 진술이 다르다”면서도 “만약 아기가 (산모 뱃속에서) 죽어서 나왔다면 산모에게 위험한 만큼 응급 수술을 해야 할 텐데 그런 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진들로부터 ‘분만한 태아에 필요한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일관되고 일치하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부연했다.
경찰은 의료진이 갓 출산한 아기를 대상으로 필요한 의료행위를 하지 않고 방치해 아기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 의료진들은 신생아의 건강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태어나자마자 해야 하는 ‘아프가 점수’ 채점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가 점수는 신생아의 피부 색, 심박수, 호흡, 근육의 힘, 자극에 대한 반응 등 5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채점된다. 경찰은 의료진들이 체온 유지와 구강 내 양수 이물질 제거 등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 사건은 20대 여성 A 씨가 지난 6월 2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임신 36주 낙태 브이로그’ 영상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낙태 수술은 같은 달 25일 이뤄졌다. 병원은 약 3주간 태아 시신을 보관하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인 7월 13일 시신을 인천의 한 화장장으로 옮겨 화장했다.
경찰은 A 씨와 병원장 윤모 씨, 집도의 심모 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다른 의료진 4명에게는 살인 방조 혐의가, 환자를 알선한 브로커 2명에게는 의료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경찰은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진술이 일관되고 도주나 증거 인멸 우려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윤 씨와 심 씨에 대해선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피의자 주거가 일정하고 사건 경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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