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주일인 10월 27일,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한국교회 성도들로 가득찼다. 이날 열린 ‘10·27 악법저지를 위한 2백만 연합예배’에 참석하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성도들은 동성결혼 합법화와 차별금지법 저지를 위한 기도를 드리며, 한국 사회가 직면한 도덕적·윤리적 위기 속에서 하나님께 나아가 거룩한 나라로 변화되기를 기원했다.
메인 무대가 설치된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광화문 사거리부터 서울역까지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세종대로는 물론, 마포대교에서부터 서울교, 국회의사당에서 여의도광장 등 여의도 일대에도 ‘건강한 가정, 거룩한 나라’를 소망하며 흰 옷을 맞춰 입고 나온 그리스도인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이번 집회를 앞두고 한국교회의 ‘세 과시 및 정치적 목적’을 띤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했던 주최 측은 “종교개혁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국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부흥을 재확인하는 중요한 자리”라고 취지를 소개하며 반박한 바 있다. 현장에서도 이를 의식한 듯 중간중간 멘트와 영상을 통해 오늘의 이 자리가 회개의 자리임을 반복해 강조했다.
개회사를 위해 등단한 공동대회장 오정현 목사(사랑의교회)와 정성진 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 원로)는 “우리는 하나님의 절대 진리를 순종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하나가 됐다. 오늘 우리가 영과 진리로 드리는 이 예배를 통해 가정이 살고, 교회가 살고 한국교회와 세계교회가 부흥을 새롭게 경험하기를 소원한다”라고 말하며, 모든 참석자들과 함께 개회를 선언했다.
정명호 목사(혜성교회)의 인도로 시작한 예배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소년 8명의 성경 봉독과 10여 교회가 연합해 꾸린 찬양대의 찬양 등 하나된 한국교회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었다. 각 교단 총회임원들을 비롯해 한국교회 주요 인사들이 무대에 올라 함께 부른 특송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예배는 세 명의 설교자가 각각 ‘대한민국의 하나님, 응답하소서’(왕상 18:36) ‘돌이켜 살아나라’(겔 33:11) ‘기도의 능력’(벧전 5:6)의 메시지를 차례로 전했다. 먼저 박한수 목사(제자광성교회)가 “오늘 우리가 여기서 눈물로 땀으로 드려지지 하나님께 드려지지 아니하면 우리의 자녀들은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며, 기도함으로 행동하는 하나님의 사람들이 뭉쳐서 대한민국을 거룩한 하나님의 나라로 세워나가길 축복했다. 김양재 이사장(QTM)은 “오늘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신다. 살아나라고 하신다. 악한 길에서 떠나 돌이켜 살라고 하신다”라면서 생명을 가볍게 여기고 창조질서를 무시하며 역할에 순종하지 못하고 가정을 깨뜨리려 했던 악을 회개하고, 건강한 가정, 거룩한 나라를 세우는 일에 헌신하길 권면했다. 끝으로 미국장로교단(PCA) 서기인 브라이언 채플 목사(미국 커버넌트신학교 명예총장)가 “교회의 능력은 기도에 달려있음을 믿고 간절히 기도하자. 우리가 함께 기도할 때 그리스도의 영광이 모든 민족에게 비출 것”이라며, 성령께서 대한민국에 사랑의 불을 일으키시고 그 믿음의 불길이 온 세상 민족에게 퍼지게 될 것을 선포했다.
설교 후에는 우리나라보다 앞서 동성애 차별금지법 및 젠더성혁명, 교육 문제 등의 사회적 문제를 겪었던 외국 교회들로부터 경고와 조언의 말을 듣는 시간이 마련됐고, 다자녀 출산 가정과 신혼 부부 등 건강한 가정을 이뤄가는 일반 성도들이 “자녀는 축복중의 축복”, “결혼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주신 아름다운 언약” “입양은 하나님의 마음을 가장 가까이 체험하는 일”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예장합동 총회장 김종혁 목사를 비롯해 기감 감독회장 이철 감독과 예장백석 전 총회장 양병희 목사, 기침 전 총회장 고명진 목사, 기성 직전 총회장 임석웅 목사 등 주요 교단 전현직 대표들은 참석자 일동을 대표해 ‘대한민국을 새롭게 하기 위한 천만 기독교인 1027선언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지금 우리는 가치관이 흔들리고, 가정과 사회의 기초가 무너져가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부정하는 성 오염과 생명 경시로 가정과 다음세대가 위협받고 있다”라며 이렇게 되기까지 한국교회가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을 회개했다. 더불어 이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하나님께 기도하고 대한민국이 ‘생명의 나라’ ‘자유의 나라’ ‘창조의 나라’ ‘기적의 나라’ ‘빛과 소금의 나라’가 되도록 사회적 책임과 섬김을 다할 것을 약속하며, 정부와 국회, 법원과 헌법재판소 등 국가를 향한 요구 사항도 전달했다.
선언문을 통해 마음을 모으고 기도제목을 공유한 모든 참석자들은 ‘건강한 나라 거룩한 가족’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으로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을 하나님께 쏟아놓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거룩한방파제 대표회장 오정호 목사 등의 인도로 △동성결혼 합법화와 포괄적 차별급지법 악법저지를 위한 기도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을 위한 기도 △나라와 민족의 회개기도를 드리고, 예배 내내 반복해 강조한 회개와 다짐을 합독하는 것으로 모든 순서를 마쳤다.
한편 주최 측은 이날 집회에 최소 210만명(오프라인 110만명+온라인 100만명)의 성도들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했으며, 드려진 헌금은 사회 소외계층과 탈북민 정착 등을 위해 전액 기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장 스케치ㆍ인터뷰
“다음세대 회복되고, 한국 지켜주실 것 확신”
쏟아지는 비도 동성애를 막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한국교회 성도들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성도들은 10·27 연합예배를 위해 전국은 물론 외국까지 다양한 곳에서 불편함을 무릅쓰고 현장에 참석했다. 비가 오고 수많은 인파로 혼란스러웠다 그렇지만 성도들은 한국사회와 교회를 위해 악법을 막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하나로 뭉쳤다.
김은영 선교사(프랑스은혜교회)는 10·27 연합예배를 위해 프랑스에서 한국까지 오는 결단을 내렸다. 김 선교사는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 등 프랑스에서 동성애와 차별 문제를 직접 경험하여, 동성애를 반대하는 연합예배가 일어난다는 소식을 듣고 함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프랑스에서도 이를 위해 프랑스은혜교회 또한 현지 성도들이 참석해 영상예배를 드리며 함께 동성애의 물결을 막아내고자 기도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그녀는 “프랑스에서 동성애 카페 근처에서 사역하며, 마음이 아픈 순간을 많이 봤다”며 “한국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살려주실 것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충만교회(김승석 목사) 김혁 장로는 가족들과 함께 연합예배에 참석하며 한국교회의 회복과 변화를 위한 깊은 염원을 전했다. 김 장로는 “하나님께서 이 나라에 악의 세력이 판을 치고 있는 것을 보고, 믿음의 자녀들이 철저히 회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참석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장로는 “잘못된 법이 통과되지 않도록 기도하며, 대한민국의 믿음의 자녀들이 회복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계기를 맞이해 다시 한번 한국교회와 사회가 회복되는 역사가 나타날 줄 믿는다”고 전했다.
총회 소속 기관도 동성애를 막기 위해 함께했다. 기독청장년면려회(회장:전정하 장로, 이하 전국CE)는 이날 10.27연합예배를 위해 전국에서 온 CE회원 150여 명이 광화문에 모였다. 행사에 참석한 전국CE 유혜진 집사는 “오늘 행사를 통해 동성애의 위험을 전국 성도들에게 알릴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라며 “전국CE 또한 이들과 함께 동성애의 물결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같은 시각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된 전광훈 측 인파(자유통일당 대표)들의 집회로 인해 혼란을 빚기도 했다.
집회 측은 전광판에 ‘자유통일당은 광화문 애국 운동에 참여한 1150만명 애국시민 등을 기반으로 1000만명 전성당원을 속히 확보한다’고 공지했다. 전 목사는 “(10·27 연합예배에 참여해) 한국교회에 위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통일당 측 인파들은 이들의 집회장소는 물론 10·27연합예배 행사 장소를 돌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등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