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우라늄 시설 가동 정황 포착
北, 美와 하노이 회담땐 존재 부인
美대선앞 몸값 높이려 공개한듯
정부가 북한이 13일 처음 공개한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에 대해 평안남도에 위치한 ‘강선’ 핵시설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북한 관영매체는 빽빽이 들어선 원심분리기가 바짝 붙은 모습 등 핵물질 생산시설을 보란 듯 공개했지만 구체적으로 그 지역 등은 밝히지 않았다.
강선은 앞서 2019년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북한의 핵시설이 은폐된 곳으로 지목하며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북한은 이곳의 존재를 부인하고 이후에도 꽁꽁 숨겨뒀지만 이번엔 전격 공개한 것.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관심도가 높은 핵시설을 공개해 향후 대미 협상판에서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기존에 알려진 영변이 아닌 다른 핵무기 제조시설의 내부를 공개하며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북한 입장에선 이미 한미의 집중 표적이 된 평안북도 영변이 아닌 강선까지 노출시키는 건 부담스러운 선택지일 수 있다. 하지만 미 대선을 앞두고 자신들의 핵무기 생산 능력이 고도화됐음을 알릴 필요성이 절박한 시점이라 판단해 일단 주목도를 높이는 선택을 했다는 것.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원심분리기 등 핵물질 생산시설을 둘러보면서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고 했다.
강선 핵시설은 평양의 남동쪽 외곽에 위치해 있다. 정부는 강선의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이 일부 이뤄지는 정황을 그동안 포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영변과 강선에서만 원심분리기를 1만∼1만2000개가량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8∼10개의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다.
“北, 영변-강선서 핵탄두 年10개 생산 가능… 제3 시설 있을수도”
“김정은 공개 핵시설 강선”
북한은 그동안 영변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덜 노출된 강선 핵시설을 은밀하게 가동해 오면서 이미 수년간 상당한 양의 핵무기급 고농축우라늄(HEU)을 생산한 것으로 보인다. 수천 개로 추정되는 원심분리기가 가득 차 있는 강선 핵시설의 내부를 전격 공개한 것도 이곳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 있다. 11월 미국 대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최후의 카드’인 7차 핵실험을 앞두고 핵 능력 고도화를 과시하는 카드로 강선 핵시설부터 공개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미는 강선 핵시설 가동 정황을 포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강선 핵시설이 지속적으로 가동되는 징후들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IAEA는 올해 2월 시작된 강선 시설 별관 공사가 4월 마무리돼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이 늘어났다고 했다. 또 5월엔 인접한 건물에 대한 개축 공사도 진행됐다면서 강선 시설의 규모가 확장됐다고도 했다.
정부는 북한이 영변이나 강선이 아닌 또 다른 비밀 핵시설을 운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북한 핵 개발의 ‘심장부’로 과거 북한 핵 위기 때마다 핵물질의 생산 거점이자 최우선 비핵화 대상으로 지목된 영변이나 이번에 전격 공개한 강선이 아닌 ‘제3의 핵기지’가 존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 정부 소식통은 “북한 핵시설 확장 패턴이나 김정은의 핵 보유 의지 등을 고려하면 제3의 핵시설을 북한이 준비 중이거나 이미 운용 중일 수 있다”고 했다. 다른 정부 소식통도 “HEU 시설은 은폐가 핵심인데 이미 강선의 존재는 한미 당국에 어느 정도 알려진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김정은이 아예 핵시설을 먼저 공개까지 한 걸 보면 제3의 시설에 대한 자신감 때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영변과 강선에서만 산술적으로 매년 200∼240kg의 HEU를 확보해 연간 최대 10개가량의 핵탄두를 생산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다른 핵물질인 플루토늄도 언제든 생산할 수 있도록 영변의 5MW(메가와트)급 원자로를 폐연료봉 인출·재처리가 가능한 상태로 두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만약 제3의 핵시설까지 가동된다면 북한의 핵 운용 능력은 더욱 위협적인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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