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에서 열린 축협에 대한 현안질의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홍 감독의 선임 과정이 불공정하다고 강도 높게 질책했다. 이 자리에는 정몽규 축협 회장과 홍 감독, 이 이사, 박주호 전 축협 전력강화위원 등이 출석했다.
앞서 이 이사는 지난 7월 홍 감독 내정 브리핑 당시 “내가 홍 감독을 설득했다. 전력강화위원들에게 최종 결정권에 대한 동의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자료에서 이 이사는 전력강화위원 A 씨에게 “최종 결정하겠다고 전화드리고 동의받은 부분만 컨펌해주면 된다”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 드러났다. 이에 A 씨는 “저는 제외하고 진행해달라”고 했다. 홍 감독 선임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이사는 그에게 “(제외해달라는) 이유는?”이라고 묻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이 이사에게 전력강화위원을 회유한 이유에 대해 추궁했다.
이 이사는 “의원님 죄송하다. 이건 제 명예가 달린 문제”라며 답변 시간을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민 의원은 “이 문제는 축구협회 행정 역량이 엉망이라는 것”이라며 “무슨 일을 하려면 규정과 절차를 밟아서 만들면 되는 거 아니냐. 그정도도 안 되는 것인가. 아니면 축협 자체가 원래 기본도 갖춰지지 않은 엉터리 조직인가”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정 회장 문제가 아닌 임원들이 일을 추스리지 못하는 것”이라며 “일제히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이사는 발언권을 얻어낸 뒤 “제가 사퇴하겠다”며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는 “내 명예가 달린 일이라 꼭 말씀드리고 싶다”며 “제가 결정하게끔 부탁을 받아서 (전력강화위원들에게) 동의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퇴하겠지만 제가 동의를 안 받았다는 것은 동의를 못하겠다”고도 했다. 민 의원의 질책이 이어지자 이 이사는 “죄송하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저는 위원님 말씀처럼 사임하겠다”고 재차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이사는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나’라는 전재수 위원장의 질문에 “대표 선수들이 한국에 와서 잔디 상태가 정말 뛰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위원님들이 한국 축구를 위해 우리 선수들에게 좋은 잔디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