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나눔재단 이선구 이사장, 탄원서 제출 계획
‘간첩 혐의’로 러시아 구치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백광순 선교사에 대해, 이선구 지구촌나눔재단 이사장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악화된 한·러 관계 속 ‘희생양’이 된 것”이라며 조속한 석방을 촉구했다.
러시아 언론과 정부 발표에 의하면, 백 선교사는 지난 1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간첩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2월 모스크바 레포르토보 구치소로 이송됐으며, 당초 6월 15일이 구금 만료였으나 3개월 연장돼 현재까지 약 8개월여 구금돼 있다.
오는 9월 11일 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는 이 이사장에 따르면, 한국인이 러시아에서 간첩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통상 10~2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사장은 “백 선교사는 러시아에서 다문화노동자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만 했고, 우리 지구촌나눔재단의 러시아 지부장”이라며 “추위 속에서 헐벗은 사람들에게 따뜻하게 옷을 건네 입혀 주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신실하고 순수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러시아 당국이) 이렇게 선한 사람에게 간첩 혐의를 뒤집어 씌웠다.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악화된 한·러 관계 속에서 백 선교사가 ‘보복의 희생양’이 됐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들도 ‘러시아가 최근 긴밀해진 북한과의 관계를 과시함과 동시에 한국에 경고성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을 잇달아 내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중국과 달리 탈북자들에 대해 관대한 편이었다. 러시아에서 탈북자들이 난민으로 인정받을 경우 합법적으로 보호하기도 했다”며 “결국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냉랭해진 한·러 관계와는 달리 긴밀해진 북·러 관계로 인해, 백 선교사는 외교의 희생양이 됐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러시아 내에서 백 선교사의 활동에 대해 “러시아 극동에 파견된 북한 벌목공 등 다문화 노동자들을 지원해 왔다”며 “쌀, 의약품, 의류 등 생필품을 지원하는 인도적인 활동을 펼쳤다. 다른 현지 선교사들이나 NGO 단체의 활동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의아해 했다.
이어 “러시아는 북한·중국과 달리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는 국가인데, 왜 백 선교사를 간첩 혐의로 체포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여러 정치·외교적 셈법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고 했다.
한국 기독교계는 지구촌나눔재단을 중심으로 백 선교사의 석방을 위해 상당량의 탄원서를 받기도 했다. 재단은 탄원서를 책자로 발간해 오는 11일 기자회견에서 외교부와 러시아 대사관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 안전 보호가 국가의 첫 번째 임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외교부를 비롯해 재외공관도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