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기획/ 총회 역사유산 관리 이대로 괜찮을까] (3)네트워킹이 필요한 사적지 관리 < 역사 < 기사본문



구슬은 꿰어야 한다. 그 자체로도 어여쁘지만 서로 연결해놓으면 아름다움이 더욱 돋보인다. 총회의 사적지들도 마찬가지다. 사적지 각각이 독립된 보배들인 게 틀림없으나, 목걸이나 팔찌처럼 하나의 묶음이 될 때 그 가치가 훨씬 높아진다.


그래서 사적지를 잘 관리하고 다양하게 활용하는 네트워킹 혹은 코디네이팅이 필요하다. 총회와 산하의 역사위원회 순교자기념사업부 같은 기관들이 바로 그런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성결교회는 한국에서 장로교회보다 늦게 역사가 시작된 데다 교세 또한 큰 차이가 나지만 사적지 관리에 있어서만큼은 훨씬 앞서가는 면모를 보여준다. 특히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경우 오래전부터 논산의 병촌교회와 강경교회, 정읍 두암교회, 신안 증동리교회와 임자진리교회 등 전국에 산재한 대표적 순교사적지들을 하나로 묶어 순례코스로 운영한다.


각 사적지들이 순교사적 외에도 최초의 신사참배 반대운동 등 저마다의 특별한 스토리들을 지니고 있고, 문준경 전도사 등 한국교회사에 널리 알려진 인물들과도 연관된 데다, 잘 건축된 수련 및 숙박시설을 갖춘 경우까지 있어 1박 2일 혹은 2박 3일의 일정 편성이 용이하다.


그래서 이 순례코스는 교단 총회를 통해 새로운 임원진이 구성되었을 때, 신학교에서 역사탐방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해외 성결교회에서 한국을 방문할 때 등 알차게 활용된다.


우리 총회에서는 2015년 영광 염산교회를 첫 순교사적지로 선포한 것을 계기 삼아 한국기독교역사사적지 및 순교사적지 제도를 마련해, 현재까지 42곳의 역사사적지와 10곳의 순교사적지를 지정한 바 있다.(도표 참조) 역사위원회의 수고와 노력으로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50개가 넘는 사적지를 보유하게 된 것은 박수 받을 만한 성과지만, 문제는 후속관리에 있다.


역대 총회에서 지정한 전국의 한국기독교역사사적지와 순례사적지 명단.
역대 총회에서 지정한 전국의 한국기독교역사사적지와 순례사적지 명단.


지난 호에서 살펴봤듯이 야심차게 건립된 총회역사관이 운영 및 관리대책 부재로 사실상 제 기능을 감당하지 못해 폐쇄 위기까지 직면했다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게 된 것처럼, 이들 사적지 대부분도 지정 이후 특별한 홍보나 보수 등의 지원을 받지 못하며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이들 사적지들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지원하는가 하면, 한국순례길 CBS기독교방송 같은 단체나 여행사 등에서 순례코스 개발 등에 이용하는 움직임이 훨씬 활발하다.


한국기독교역사사적지 제2호로 지정받은 바 있는 김제 금산교회의 경우는 전시관 건축, 순교자 발굴 등의 굵직한 사업들을 대부분 지방자체단체의 지원으로 성사시켰고 지금도 새로운 관련 사업들을 추진 중이다. 총회의 지원 없이도 독자적으로 콘텐츠를 확장시켜나가는 셈이며, 덕분에 매주 많은 방문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만약 1999년에 금산교회를 상징하는 대표적 유물인 ‘ㄱ’자 예배당을 복원할 당시, 일부 금액을 보조하는 일조차 없었더라면 총회사적지라고 칭하며 자랑하기도 민망할 뻔 했다.


실제로 총회에서 ‘한국기독교의 섬’이라는 전무후무한 타이틀까지 부여한 백령도에는 여러 차례 직간접적인 요청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별다른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기독교의 섬’ 지정을 계기로 지역교회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려 했던 백령근현대사문화공원, 일명 ‘바이블랜드’ 조성사업은 이후 코로나19 장기화와 교단의 미지근한 반응 속에서 눈에 띄는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중이다. 심지어 ‘한국기독교의 섬’ 지정을 기념하는 조형물 건립과 노후화된 중화동교회 예배당 보수조차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야 할 상황이다.


최근 백령시찰의 결의로 새롭게 추진 중인 두무진 토마스선교사 기념관 건립사업이나, 아직 남은 중화동교회 공사 공정 만큼은 총회가 관심을 갖고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현지 교회들은 기대한다.


역대 총회장들의 출범행보에 단골 방문지였으며, 역사사적지 제12호와 순교사적지 제3호 지정을 함께 받을 만큼 교단의 중요 신앙유산으로 인식되는 소록도교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센인선교를 위해 오랜 세월 수많은 이들이 생명 바쳐 헌신한 소록도교회의 역사유산을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한 기념사업을 추진하며, 여러 회기에 걸쳐 총회에 지원 호소를 했지만 아직까지 속 시원한 응답을 받지 못했다. 결국 이 기념사업 또한 전적으로 정부나 지자체 지원에 의탁해야 할 판이다.


총회 사적지들을 별개의 보배로만 아니라 구슬처럼 하나로 엮어 관리하며 더 가치 있게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총회 사적지인 서울 승동교회.
총회 사적지들을 별개의 보배로만 아니라 구슬처럼 하나로 엮어 관리하며 더 가치 있게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총회 사적지인 서울 승동교회.


고흥 소록도에 위치한 서성교회.
고흥 소록도에 위치한 서성교회.


인천 백령도 중화동교.
인천 백령도 중화동교.


의성 중리교회의 모습.
의성 중리교회의 모습.


소록도교회 김선호 목사는 “사업 진행을 위해서는 건물공사를 위한 자체 비용조달이 필요하고, 이와 별도로 내부 전시물 제작도 진행해야 하는데 총회가 지금이라도 이 부분에 힘을 보태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성결교의 사례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교회의 순교기념사업과 관련시설 건립을 위한 모금과 자원조달을 위해 교단총회와 전국교회가 한마음으로 동참했던 과정이 있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해당 신앙유산들은 모두가 공유하는 자산으로 인식될 수 있었고, 지금도 그런 기조 위에서 관리와 활용이 이뤄지는 중이다.


우리 총회에도 이 같은 경험이 없지 않다. 심지어 우리만의 자산이라 말하기 어려운 서천 마량진성경전래기념관 건립이나, 주기철 목사의 수난지인 옛 의성경찰서 복원 등의 사업에 일조하며 그 과정에 이 시설들을 총회사적지로 지정하는 성과까지 거두었다.


하물며 같은 총회 산하 지체들이 간곡히 소망하는 역사유산 보존을 위한 지원요청에 상위기관으로서 총회가 최소한의 성의라도 보여주는 것이 논리적으로나 인정상 마땅하다.


모든 사적지를 두루 꼼꼼히 살피기는 어렵더라도 특히 예배당 같은 기본 시설에 문제가 생긴 경우라면 더욱 긴급히,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해당 역사유산들에 대해 당당히 우리의 자랑, 우리의 자산이라고 누구 앞에서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들 유산들이 더욱 널리 알려지고, 전국교회와 성도들 특히 다음세대의 신앙적 유익에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50개가 넘은 총회사적지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홍보물이나 인터넷을 통한 자료제공이 필요하다. 사적지 지정이 시작된 초창기에 총회역사관을 소개하는 홍보물에 연관 정보를 함께 수록한 적이 있으나, 이후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이들조차 어디에 무슨 사적지가 존재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최소한 한국기독교역사사적지와 순교사적지에 대한 홍보물을 제작해 비치해둔다면 더 많은 관심과 활용을 일으키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사적지로 지정된 교회나 시설의 대표자들을 초청해 각각의 고충과 건의사항들을 청취하고, 가능하다면 이들이 순교자유족회처럼 서로 격려하고 정보도 교류하는 모임을 만들어주면 사적지 관리가 훨씬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여러 사적지를 성격별 혹은 지역별로 묶어 순례코스를 개발하고, 정기적으로 답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적극 고려해볼만하다. 중요한 것은 역사유산을 향한 우리들의 마음이다. 마음이 있는 곳에 지혜도, 정성도 모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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