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문명 전환기와 청년 고독생·고독사 < 시론 < 오피니언 < 기사본문



곽혜원 박사(21세기교회와신학포럼 대표, 경기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곽혜원 박사(21세기교회와신학포럼 대표, 경기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합작으로 문명 전환 시대에 진입했다. 4차 산업혁명 단일요인만으로도 너무나 버거운데 팬데믹이 합세해 문명 격변기에 들어선 것이다.


그런데 안타까운 문제는 청년세대가 문명 전환의 위기국면에 불투명한 장래로 인해 희망을 잃어가는 현실이다. 지난 4년간 팬데믹 극복에 온 나라가 총력을 기울인 동안,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종전에도 높았던 실업률에 팬데믹까지 겹치면서 취업에 실패하고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청년 고독생(孤獨生)·청년고독사(孤獨死) 실태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고립·은둔 청년은 20·30대의 대략 5퍼센트로 추산된다. 매우 근심스러운 것은 고립·은둔의 삶을 살아가는 많은 청년이 홀로 아무도 모르게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가 급증하는 현실이다. 고독사한 청년들의 방에는 노인들의 고독사 현장과는 다른 모습이 엿보이는데, 바로 꿈을 향한 열정이 처절하게 좌절된 흔적이다.


팬데믹 사태 이전부터 청년 문제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사회문제로 공론화된 상태다. ‘3포’, ‘7포’를 넘어 셀 수 없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N포’는 이들이 처한 취약한 삶의 정황을 여실히 나타낸다. 사실상 청년들이 결혼을 원치 않기 때문이 아니라, 정상적 취업을 하지 못해 가정을 꾸릴만한 사회·경제적 여건을 갖출 수 없기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독신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년 고독생·고독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는 결코 보장할 수 없음이 너무나 명약관화하다. 대한민국의 존립 위기, 비상사태로까지 문제시되는 초(超)저출산 사태도 이 문제를 적기에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파생된 위기이기도 하다.


필자는 청년 고독사를 낳는 청년 고독생에 먼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처방한다. 고독사 배후에는 연애·결혼·출산 등을 포기한 고독생을 살아가는 청년, 사회와 단절되고 ‘생(生)으로부터 멀어진 고독사 예비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개인이 알아서 극복하도록 방관하다가 문제 해결의 적기를 놓쳤기 때문에, 이제 사회문제로 전환해 그 부담을 사회가 나눠야 한다. 청년 고독생·고독사 문제를 방치한다면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주역인 청년들을 가르치는 교육자 입장에서 필자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현재 청년세대가 직면한 위기를 바라볼 때, 교육자들이 문명사적으로 전환하는 이 시대를 선도하는 교육을 시행하지 못해 청년들이 현실 적응에 실패함으로 인한 불상사라고 진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대학에서 이뤄지는 교육과 21세기가 요구하는 인재 사이에 큰 간극이 있다는 사실도 통감한다.


팬데믹이 가속화시킨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는 거대한 문명사적 변곡점에 서 있다. 이는 교육 분야에서도 미래 준비와 적응을 위한 대전환을 요구한다. 어떤 변화가 도래해도, 어떤 세상이 펼쳐져도 이에 잘 대처하고 적응할 수 있는 청년들을 길러내야 한다. 이를 위해 청년들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성장해갈 수 있도록 기본적 성취 역량, 특히 마음 근력(회복 탄력성)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결국 문명 전환기의 교육은 총체적 인성교육으로 귀결돼야 한다. 인성이란 종전까지 사용됐던 도덕적으로 선한 성품을 넘어 오늘날에는 21세기 미래 인재의 총체적 핵심 역량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평생 교육 시스템에 진입한 문명 전환기에는 청년들이 평생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자신을 변화시키고 핵심 역량을 키우도록 독려해야 하는데, 이것을 터득한 이에는 미래는 결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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