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떠난 청년들에 찐 교회 선물합니다” < 우리시대의 크리스천 < 크리스천+ < 기사본문





‘한국교회를 기록하다’라는 다소 무게감 있는 타이틀을 내걸고도 요즘 젊은 크리스천들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스튜디오(Studio)에 라틴어로 하나님(Deo)를 더한 스튜데오(STUDEO)다. 이곳에 올라온 영상들은 기존 기독교 콘텐츠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예능적 요소가 가미된 코믹한 장면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빠른 컷 편집에서부터 재미와 센스를 모두 갖춘 자막, 자신을 다 내려놓고 망가지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진행자 등 최근 인기를 끄는 웹 예능의 포맷이 그대로 녹아있다. 이쯤 되면 이 채널의 운영자가 궁금한데, 그 주인공은 바로 칼빈대 4학년에 재학 중인 나선길 전도사(의정부 동행교회). 채널의 메인 콘텐츠인 ‘교회록’에서 “매주 새로운 교회를 갑니다”라고 거창한 포부를 밝힌 그가 7개월 전 삼일교회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탐방한 교회는 23개에 달한다.


나 전도사가 교회록을 시작한 건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보라는 담임 박준우 목사의 제안이 계기가 됐다. 홈스쿨링으로 17세에 대학에 입학, 4학년임에도 여전히 스무 살에 불과한 젊은 나이도 크게 작용했다. “이제 곧 성인이 되고 신대원에 가면 바빠질 텐데, 그전에 많은 교회를 다녀보면서 이 시대에 필요한 게 무엇일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하셨어요.” 어릴 적부터 한 교회에서 자라났고 신학교에 간 뒤에도 같은 교회에서 사역을 하다 보니 다른 교회를 경험할 기회가 없었던 그를 향한 애정이 담긴 조언이었다. 그 후 그동안 책이나 영상을 통해 존경하던 선배 목회자들의 교회를 한 곳 한 곳 가보기로 결정한 나 전도사는 문득 ‘난 비록 행복하고 좋은 상황에서 교회를 탐방하지만, 원치 않는 이유로 교회를 떠나 새로운 교회를 찾는 사람들 혹은 상처를 받거나 지쳐 넘어져 더 이상 교회를 찾지 않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왕 많은 교회를 다니기로 한 김에 브이로그(Vlog, Video+Blog) 형식으로 남기자는 마음을 먹었고, 그렇게 ‘교회록’(교회+브이로그)이 탄생하게 됐다.


“첫 모토는 ‘예배의 감격과 초심을 잃은 사람에게 설레는 예배를 보여주자’였어요. 그 중에서도 제 또래인 청년들 중에 가나안 성도들이 많다는 이야기에 그들을 교회로 불러오고 싶었죠. 물론 그들에게 하나님을 전하는 건 강단에 선 목사님들의 역할이고, 저는 교회를 안 나가던 청년들이 ‘내게도 지금 교회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도록 하는 게 목표예요. 그러다보니까 영상에서도 그들의 감성을 이해하고 담고자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의 영상에는 담임목사는 물론, 안내위원과 방송실 사역자, 주일학교 교사, 아이들까지 찾아간 교회의 다양한 구성원들이 등장한다.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탐방한 교회의 사명과 방향성을 충실히 담으면서도 여느 예능 유튜브처럼 닮은 꼴 찾기나 비하인드 스토리, 웃픈 실수 등 평범한 일상을 위트 있게 비트는 내용들이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어간다.




그러나 나 전도사는 교회록을 시청하는 이들의 마음에 재미와 기쁨, 행복 등 긍정적인 기분보다는 ‘공허함’의 감정을 남기길 바란다는 예상 밖의 답변을 내놨다. 교회 안에서 교제하는 모습, 성도들이 모여 말씀을 배우는 장면 등 풍성한 교회 영상을 통해 ‘근데 이걸 보는 나는 왜 이렇게 허전할까. 나도 그 자리로 나아가야겠다’라는 도전을 심어주고 싶다는 것. 매 교회록 영상이 어김없이 그의 방에서 시작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결국 누구든지 예배의 감격과 교제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는 집을 떠나 교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장소 이동의 개념을 심은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교회 영상은 장소적인 개념을 넘어 소중한 지체로서 교회가 얼마나 가치 있는 곳인지 보여줌으로써 기대를 갖게 만드는 데 주력한다.


유튜브 채널에 연결된 나 전도사의 개인 SNS 계정에 최근 한 달 방문자는 83만명에 달한다. 그 중 90% 가까운 이들이 그가 주 타깃으로 삼았던 10~20대이다. 그 중에는 교회록 영상을 보고 교회에 다시 나가게 됐다는 반응도 잇따른다. 그럼에도 나 전도사는 교회록을 시작하며 그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많은 은혜를 누리고 있다고 고백한다. 내 교회라고 생각하지 않고 찾은 곳에서 매주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사랑을 맛보며 ‘우리는 모두 주 안에 한 지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교회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시간이 된 덕분이다.




“나와의 이해 관계나 추억이 없더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택함을 받아 교회 된 사람 누구라도 다 사랑할 수 있고, 교회 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교회 되게 하기 위해 사랑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그 사랑을 다시 나눠 사랑 받은 모두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다시 교회를 향하도록 돕는 일, 그건 앞으로 영상을 만들 때나 먼훗날 목회를 할 때나 제가 끝까지 붙잡고 가야 할 사명인 줄 믿습니다.”


사실 교회록은 인터뷰 이후 업로드된 스물세 번째 교회를 마지막으로 잠정 휴식에 들어갔다. 5월 첫 주일부터 나선길 전도사가 다시 기존에 섬기던 교회의 사역 현장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교회로부터 허락받은 1년의 기간은 아직 남았고,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에게 교회의 참된 가치를 소개하는 교회록 사역의 이유도 물론 변함없다. 그렇지만 그는 자신이 섬기던 교회 안에도 책임져야 할 젊은 영혼들이 있다는 사실을 결코 외면할 수 없었다.


교회로 돌아온 나 전도사는 교육 총괄을 맡아 교회록 사역의 대상이던 또래 청소년, 청년들과 다시 함께하고 있다. “전부 합쳐도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매우 적은 인원이지만, 교회를 탐방하고 선배 목사님들을 만나며 배운 자세를 바탕으로 주님께서 제게 맡겨주신 영혼들을 돌보는 삶을 살아가려 한다”라고 다짐한 그는 앞으로 교회에 속한 한 교회로서 살아가며 더 깊어진 <교회록>으로 다시 돌아올 것을 약속했다.


52주 동안 52교회를 탐방하겠다는 <교회록>의 야심 찬 목표는 잠시 멈췄지만, 스무 살 젊은 사역자가 써내려 가는 교회의 기록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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