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 미성숙한 위로는 오히려 상처 될 수도” : 목회/신학 : 종교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제42회 신촌포럼 ‘웰다잉 목회’ 다뤄

▲신촌포럼 대표 박노훈 목사(신촌성결교회)는 “출생보다 소멸의 시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고 대응하며 교회는 그것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송경호 기자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는 절대 진리 앞에 기독교인들은 상실을 경험한 이들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 기독교의 장례는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좋을까. ‘웰다잉(Well Dying) 목회, 어떻게’를 주제로 한 제42회 신촌포럼이 9일 오전 신촌성결교회 아천홀에서 열렸다.

개회사를 전한 신촌포럼 대표 박노훈 목사(신촌성결교회)는 “충남 부여의 한 지역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2명이 태어나고 5천 명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출생보다 소멸의 시대,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고 대응하며 교회는 그것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신촌포럼 위원장 이상직 박사의 인사 및 소개와 김양태 목사(신덕교회)의 기도에 이어 조기연 박사, 박종현 박사의 사회로 포럼이 진행됐다.

“슬픔은 표현됨으로 치유된다”





제42회 신촌포럼 ‘웰다잉 목회’ 다뤄

▲윤득형 박사(한국애도심리상담협회 회장)는 ‘삶은 죽음을 통해 성장하고, 슬픔은 표현됨으로 치유된다’는 주제로 발제하며 ‘위로를 위한 상담의 기본 원리’ 7가지를 제안했다. ⓒ송경호 기자

윤득형 박사(한국애도심리상담협회 회장)는 ‘삶은 죽음을 통해 성장하고, 슬픔은 표현됨으로 치유된다’는 주제의 발제에서 “로마서 12장 15절에서 표현하는 애도는 슬픔에 공감하고 함께 눈물 흘리며 경청하는 가운데 공감적 동반을 실천하라는 말”이라며 “미성숙한 위로는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윤 박사는 “나의 아버지는 3년간 루게릭병을 앓았다. 당시 고등학생이던 나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어머니가 홀로 돌봄을 떠맡았다. 아버지는 병 낫기를 기도하고 휠체어를 맡긴 채 세례를 받았지만, 반 년 후 세상을 떠났다. 시간이 흘러 슬펐던 마음이 말라갔지만 완전히 없어진 것이 아니었다. 유학 시절 슬픔치유상담 수업에서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했던 상실의 경험을 써 오라’고 했을 때 19살 때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마음을 써내려갔다”고 했다.

그는 “수업시간 한 명씩 발표하며 나의 차례가 됐을 때,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휘말렸다. 제대로 돌봐드리지 못했고, 시중 드는 것이 힘들고 귀찮아 때로 일부러 집에 늦게 들어갔고,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집안이 밝아지려나 하는 생각도 했다. 어머니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죄책감이 들었다. 하염없이 10분간 엉엉 울었고, 정신을 차리고 마무리할 때 교수님이 손을 잡고 기도하시며 ‘슬픔 치유의 시작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데 있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윤 박사는 “슬픔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괜찮다고 생각했다가, 언젠가 다른 상실을 경험할 때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을 드러내기도 한다”며 “한국적 정서는 울면 ‘울지 말라’, ‘이만하면 됐다’고 한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면서 애도의 과정을 겪을 여건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그렇다고 ‘울어라’, ‘울어도 괜찮다’는 말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처음 며칠은 충격으로 울음이 나오지 않을 수도, 감정의 흐름이 멈춰 무감각한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라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들어 주고 함께 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간혹 목회자들이 위로의 방법으로 성경구절을 인용할 때 적절하지 않아 상처가 되기도 한다. ‘하나님의 뜻’을 말한다거나 죽음의 의미를 애써 설명하려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아무 말 없이 옆에서 손을 잡아 주는 것이 큰 위로”라고 했다.

함께하기, 물어 보기, 감정 인지하기
“문제 해결해 주려는 마음 벗어나야”

윤 박사는 ‘위로를 위한 상담의 기본 원리’ 7가지를 제안했다. 첫째는 ‘함께하기’로, “애도상담의 권위자 알렌 울펠트는 상담을 치료가 아닌 ‘동반’으로 이해한다. 치료는 진단을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지만, 동반은 아픔과 슬픔을 겪는 사람 곁에 전적으로 함께 있으면서 마음을 보듬어 주는 역할”이라며 “힘든 과정에 몸과 마음이 함께 있으면서, 판단하거나 방향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기다리는 것을 함께하는 것”이라고 했다.

둘째는 ‘물어 보기’로, “물음을 통해 환자의 신체적인 상태, 가족적인 배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어떤 마음 상태인지, 정확한 요구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물어야 한다. 확신을 갖고 진실하고도 케어하는 마음으로 물어야 한다”고 했다. 셋째는 ‘공감적 경청’으로, “듣는다는 것은 온전히 동참하는 것이다. 단순히 감정을 이입시키는 상태가 아니라, 상대방 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느끼고 반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넷째는 ‘감정 인지하기’로, “어떤 때는 사별자가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되거나 죄책감이나 수치심처럼 숨기고 싶은 감정들도 있다. 이를 인지해 줄 때 정서적 환기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다섯째는 ‘답 안 주기’로, “문제를 해결해 주려는 마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별자들의 질문은 자신이 겪는 힘든 상황을 토로하고 이해해 달라는 하나의 방식이지, 실제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섯째는 ‘코끼리를 찾아라’로, “표현되지 않고 있거나 이야기하기 꺼려지는 주제를 말한다. 내담자는 마음속에 감정뿐 아니라 자신이 처한 환경적 어려움에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주변만 맴돌고 있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는 ‘의례 활용하기’로, “장례와 추모 등의 의례가 치유와 변혁적 힘을 갖기 위해선 개인화·특별화돼야 한다. 개인·가족적 상황에 맞는 특별한 의례는 사별자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 가족, 타인, 신과의 관계 재정립
기독교 신학 기반으로 장례 의례 제시





제42회 신촌포럼 ‘웰다잉 목회’ 다뤄

▲‘마주한 죽음, 그것을 위한 기독교 의례’를 주제로 발제한 김형락 박사(서울신학대학교 예배학 교수)는 기독교 신학을 기반으로 한 의례를 제시했다. ⓒ송경호 기자

앞서 ‘마주한 죽음, 그것을 위한 기독교 의례’를 주제로 발제한 김형락 박사(서울신학대학교 예배학 교수)는 기독교 신학을 기반으로 한 의례를 제시했다. 그는 “삶을 마무리한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삶을 기억하면서 그 발자취를 성찰하는 작업”이라며 “이는 자신의 삶을 회상하며 용서와 화해, 그리고 관계의 재정립을 통해 자신의 의도, 혹은 신의 의도에서 어긋나게 살아왔던 삶의 궤도를 수정하는 것, 죽음 앞에서 자기 자신 가족과 타인, 그리고 신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박사는 “의례는 인생에서 후회됐던 모든 것들을 해소하고, 죽음 이후에도 신의 돌봄을 구하는 은총에 대한 믿음을 간직한 채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이끈다”며 “죽음을 마주한 노인들의 기독교적 의례는 그들의 마지막 삶을 성숙하고 좀 더 높은 수준에서 정리하게 하고, 의례를 같이 드리는 자손들과 공동체들과도 관계 재정립으로 서로를 조건 없이 맞이하는 환대의 공동체로 이끌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누구든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자신의 존엄성과 품위를 지키며 세상과 이별하길 원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첫째는 지금까지의 삶을 만족하고, 둘째는 자신과 관계를 맺었던 모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셋째는 죽음 자체를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편안하게 마주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박사가 제안한 기독교적 의례는 크게 ‘나’의 기억과 스토리텔링, ‘우리’의 기억과 스토리텔링, ‘나’의 하나님 기억과 하나님을 향한 고백으로 나뉘며, 여기에 ‘하나님의 임재와 거룩한 교통의 의례 : 말씀과 성만찬 예전’을 더했다.

먼저는 자신의 삶에 만족과 후회, 고통과 마주한 모습을 정직히 받아들이고, 반드시 이야기로 남기고 싶은 자신의 삶을 정리해야 한다. 이어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을 기억하고 관계를 성찰하고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서로 나누면, 한 사람의 삶 안에서 같이 나누며 죽음을 맞이하는 커뮤니타스가 형성된다. 궁극적으로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자문하며 죄의 고백, 사죄의 기도, 자비를 구하고 용서받음을 감사하는 시간을 가짐으로 하나님을 마주해야 한다.

말씀의 선포와 성만찬 예전은 의례의 마지막 단계인 통합 과정으로, 김 박사는 “하나님의 임재에 대한 경험은 모든 이들을 하나님의 자녀로 확신케 하며, 죽음이 그들의 삶을 갈라놓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모두 영원한 삶을 누리는 확신을 갖게 한다”고 밝혔다.

김 박사는 끝으로 “이 의례는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고 두려움으로 맞이할 수밖에 없는 인생의 필연적 통과 과정을 자신을 비롯한 사랑하는 가족과 친지, 무엇보다 자신을 지으시고 인생을 이끌어 주신 하나님과 함께 맞을 수 있도록 기능한다. 신자의 궁극적 삶의 목표인 하나님 나라에서 영원한 삶을 지향하기 위한 소망을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심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제42회 신촌포럼 ‘웰다잉 목회’ 다뤄

▲‘웰다잉(Well Dying) 목회, 어떻게’를 주제로 한 제42회 신촌포럼이 9일 오전 신촌성결교회 아천홀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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