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열기는 주름과 백발에 가려졌지만, 라오스 땅을 향한 눈물과 사랑은 여전히 한낮이다.

정한길·정한맘 선교사(GMS·원동교회 파송)는 1992년 라오스 선교사로 파송을 받았다. 당시 정한길 선교사의 나이 34세. 그때부터 꼬박 32년 동안 정 선교사 부부는 라오스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품으며, 현지인들과 함께 울고 웃었다.

“당시만 해도 라오스와 수교가 안 된 때라 태국에서 어학을 공부하면서, 라오스를 오갔죠. 언어 공부를 마치고 1994년 12월 31일에 정식으로 라오스에 들어갔는데, 1995년 10월에 한국과 공식 수교가 됐어요.”

라오스에 정착한 두 번째 한국인이자, 한국교회 파송 첫 번째 라오스 선교사인 정 선교사는 라오스 교단과 협력하는 가운데 목회자 훈련, 주일학교 사역, 신학교 사역 등을 감당했다. 첫 번째 안식년을 마치고 2001년 다시 라오스에 들어갈 때 정 선교사는 사역에 큰 변화를 시도했다. 라오스 교회를 책임질 다음세대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 몸을 부대끼며 같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방법으로 유소년 축구 아카데미를 떠올린 것이다.

“축구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어요. 파송교회에서도 축구 아카데미를 하겠다고 하니까 깜짝 놀랐죠. 예전에 현지 교단 부총회장 이름으로 매입해놨던 1만여 평 땅을 개간해 운동장을 만들고 기숙사, 식당, 예배공간을 만들었어요. 꼬박 1년 동안 거기에 매달렸죠.”

태국에서 가깝게 지내던 한국인 선교사의 도움을 받아, 축구 선수 출신인 그의 태국인 제자를 코치로 영입했다. 코치와 함께 정 선교사는 2003년 라오스 전역을 돌아다니며 축구에 재능이 있는 유소년들을 선발했고, 에스라FC라는 유소년 축구팀을 만들었다. 라오스 최초의 유소년 축구 선발대회와 축구 아카데미였다.

에스라FC의 열매는 놀라웠다. 그동안 연령별 축구국가대표팀의 절반 이상이 에스라FC 출신들이었고, 에스라FC가 고스란히 13세 이하 국가대표팀으로 국제대회에 참석할 때도 있었다. 에스라컵 축구대회를 열면 전국에서 축구에 재능이 있는 유소년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에스라FC 사역에 이어 정 선교사는 중·고등학교 개교를 꿈꿨다. 에스라FC에 뽑힌 수십 명의 아이들은 7년간 합숙을 하는 동안 인근 중·고등학교에서 공부를 했는데, 통학이 힘들 뿐 아니라 현지 학교에서 수용할 수 있는 학생 수가 제한돼 있어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다.

“2012년에 중·고등학교 신설 허가를 신청했더니, 정부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부터 시작해달라고 하는 거예요. 기도 끝에 벽돌을 직접 찍어서 유치원 건물을 세웠어요. 2014년에 유치원을 열고, 초등학교도 벌써 3회째 졸업생을 냈어요.”

에스라FC 학생에 더해 에스라초등학교 졸업생까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정 선교사는 중·고등학교 개설을 미룰 수 없었다. 재정이 채 준비되지 않았지만 주를 의지하며 2022년 11월 기공예배를 드렸다. 에스라중·고등학교는 연건평 330평 2층짜리 건물에 교실 7개와 부속실 7개가 들어서게 된다. 전체 건축비는 5억원 가량으로, 아직까지 3분의 1 정도만 재정이 마련돼 지난해 7월 이후 건축을 멈췄다.

최근에 파송교회인 원동교회에서 3000만원 가량 건축헌금을 보탰지만, 여전히 필요한 재정이 상당하다. 원동교회 정현민 목사는 “정 선교사님은 라오스 선교계에 전설이다. 젊은 인생을 고스란히 하나님께 드리신 분이어서, 우리 성도들도 힘에 겹도록 기도하고 후원하고 있다”며 이번 건축에 교단 교회와 성도들의 관심과 기도를 요청했다.

정한길 선교사는 “라오스의 열악한 교육 환경 가운데 다음세대들이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라오스의 미래를 세우는 일에 함께 해 달라”고 말했다.(이메일: mbcarun5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