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5일 사랑의교회 대학부와 부흥한국이 연합해 시작한 ‘부흥을 위한 연합기도운동’은 7년 뒤인 2011년 3월 3일 31개의 북한선교 단체가 연합한 초교파적인 기도 네트워크로 재출범한다. 이로부터 다시 13년, 그렇게 총 20년 동안 한 주도 빠지지 않고 매주 목요일 저녁 복음통일을 위한 기도의 자리를 지켜온 ‘쥬빌리 통일구국기도회’(대표회장:오정현 목사, 이하 쥬빌리)가 오는 4월 4일 역사적인 1000차를 맞이한다. 독일 통일의 도화선이 된 라이프치히 성니콜라이교회 월요평화기도회가 8년 만에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듯, 쥬빌리는 20년째 ‘피 흘림 없는 복음적 평화통일’을 소망하며, 오늘도 나라와 민족을 위한 순수한 기도의 제단을 쌓고 있다. 1000개의 발자국을 남기기까지 첫걸음을 내딛고, 함께 걸으며, 또 새로운 1001번째 발걸음을 내딛기 위해 준비하는 네 사람이 모였다. 쥬빌리 초대 사무총장 하광민 교수(총신대 통일개발대학원)와 현 사무총장 오성훈 목사(PN4N 대표), 주니어 쥬빌리 대표 이병철 목사(주향교회), 그리고 사랑의교회 북한사역을 총괄하는 이기원 목사(사랑광주리 담당)를 만나 그들이 꿈꾸는 통일코리아의 모습을 들어보자.<편집자 주>
진행=노충헌 편집국장
▲쥬빌리의 처음 시작이 궁금합니다.
하광민 교수 : 사랑의교회에서 북한사랑의선교부(이하 북사랑)를 담당하고 있었는데, 담임목사님(오정현 목사)께서 어느 날 대학부 중심의 ‘부흥을 위한 연합기도운동’을 북사랑에서 맡아 통일 기도로 확장해 보라는 주문을 하셨습니다. 기도로 준비하던 중에 하나님께서 ‘점화시키라’ ‘흘러넘치게 하라’는 두 가지 마음을 주셨고, 그렇게 쥬빌리통일구국기도회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쥬빌리’라는 명칭은 부흥을 위한 연합기도운동이 2007년 평양 대부흥의 두 번째 희년(100주년)을 기념해 임진각에 모여 진행한 ‘쥬빌리코리아’(희년한국) 대회 당시 “다음 부흥운동은 통일운동”이라고 선포한 데서 착안해 그 정신을 이어가는 취지로 지었습니다.
▲20년째 기도 제단을 쌓고 있는 쥬빌리의 성과와 의미를 평가하신다면요?
오성훈 목사 : 쥬빌리는 세 가지 키워드를 갖고 지금까지 기도를 해왔습니다. 하나는 ‘연합’이고, 다음은 ‘기도로만 복음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하는 거룩한 부담감’, 마지막으로 ‘다음세대를 세우는 일’입니다. 쥬빌리가 국내 27곳, 해외 20곳의 초교파적 지역 모임을 결성하고 83개 북한 선교 단체의 참여를 통해 실핏줄처럼 이어지면서 영적인 연합의 흐름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 같은 연결이 있기까지 제2대 사무총장이었던 고 이관우 목사님을 비롯해 하나의 밀알이 되어 통일 선교에 앞장선 이들의 헌신이 하나둘씩 쌓여 가능했다고 믿습니다.
이병철 목사 : 쥬빌리가 20년 이어오면서 중요한 역할은 한국교회 내 통일운동의 저변 확대를 꾀했다는 것입니다. 소명을 받은 일부만이 아닌 한국교회 전체가 통일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는 사명을 갖게 됐고, 더 나아가 디아스포라 교회들까지도 연합하는 계기가 됐죠. 산발적으로 기도하던 것을 정기적인 기도회로, 개별적인 단체가 하던 것을 한국교회 전체가 함으로써 이른바 통일을 위한 기도의 큰 그릇이자 비로소 통일에 대한 비전을 공급하고 나눌 수 있는 장이 생긴 것입니다. 가장 감사한 것은 20년 동안 한 번도 불협화음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순수한 기도운동이 지금까지 생명력 있게 오게 된 계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학생들의 기도에서 시작한 만큼 쥬빌리는 청년들이 동력이자 곧 주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쉽게도 이 시대 청년들의 통일에 관한 관심은 저조한데요.
이기원 목사 : 지금의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진짜 보석은 오히려 위기 가운데 빛을 발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다져지고 길러지고 걸러진, 통일에 진심인 진주 같은 청년들이 나오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또 쥬빌리를 시작했던 청년들이 40대가 돼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기도하는 모습을 볼 때, 통일에 대한 비전이 다음세대에 전달돼 키워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전체가 공감해 큰 파도처럼 움직이는 일은 때가 되면 하나님께서 이루실 줄 믿습니다. 그때에 파도를 일으키기 위해서 쥬빌리는 기도로 준비하며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세대를 통일세대로 세우려 2014년 시작한 주니어 쥬빌리 사역의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병철 목사 : 이사야와 예레미야는 하나님의 비전은 있었지만 당대에는 비관적인 삶을 살아간 인물들입니다. 반대로 에스라와 느헤미야는 조상들이 꿨던 꿈을 현실로 살아간 세대였죠. 마찬가지로 분단의 아픔을 몸소 경험한 어르신들은 평생 통일에 대한 꿈을 간직했지만 이루지 못한 채 대부분 돌아가셨고, 어쩌면 우리 당대에도 이뤄지지 않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주니어 쥬빌리를 진행하며 조상들이 꿨던 꿈과 우리의 통일에 대한 비전이 자연스럽게 다음세대에게 부어지는 것을 봅니다. 앞 세대의 기도의 결과로써 다음세대 역시 함께 기도하며 복음 통일을 성취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그렇지만 복음 통일을 위해 매주 기도해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 실망할 때도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하광민 교수 : 물론 인간적인 마음으로 그렇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러한 현실이 교회를 향해 사회가 부탁하고 있는 것일 수 있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했습니다. 통일이라고 하는 일은 정부가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영역인데 분단 관리와 문제 해결, 통일, 그리고 평화로 나아가는 이 일련의 과정은 교회가 잘 할 수 있는 일이자 반드시 해야 하는 영역이거든요. 적극적으로 참여할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죠. 새로운 통일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 정부에서도 누군가는 손과 발이 돼 줘야 하는 만큼 우리 교회에 이것을 지금 요구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병철 목사 : 가나안 땅을 정탐하고 와서 10명은 악평하지만 두 명만은 약속의 땅이라고 보고했듯, 세상이 북한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더라도 그리스도인들만큼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땅이라는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관자이시고, 세상을 통치하는 경영자라는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죠. 여기에 대해 확신을 가질 때, 복음 통일이 결국 우리 민족을 살리는 길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그 길을 열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해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성경 속 70이 상징하는 바에 비춰 기대도 있었는데요. 대내외적으로 점점 기대가 사라지는 현실 속에 쥬빌리가 붙잡아야 할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기원 목사 : 우리가 통일을 바라는 마음으로 성경에서 반복되는 숫자적인 사이클을 놓고 기도하는 것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70이라는 숫자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약속한 것이지, 한반도에 말씀하신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것에 매몰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하나님은 숫자를 초월하시는 분이고 83년이든 92년이든 역사를 이루실 수 있는 분이니까요. 그래서 70년이었는데 왜 안 됐을까 하는 실망감보다는 우리의 기대를 아시는 하나님께서 침묵하고 계시는 데 대해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며 회개하고 다시 기도의 자리로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광민 교수 : 만약 이것을 숫자 그대로 받아버리면, 우리가 다음으로 잡을 건 이제 애굽에서 돌아오는 400년밖에는 없습니다. 결국 우리는 그 숫자를 주신 분을 주목하고 붙잡아야 할 것입니다.
▲쥬빌리가 1000차 기도회를 기념하며, 오는 13일 ‘한국교회 복음통일 기도의 날’(이하 한복기)로 모입니다.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성훈 목사 : 마치 솔로몬이 일천번제를 쌓았던 것처럼 20년 동안 한 주도 거르지 않고 1000차에 이르게 된 것은 정말 하나님 은혜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 부분을 한국교회가 감사하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새로운 걸음을 함께 걸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한복기를 선포했습니다.
이 집회를 통해 먼저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 대해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흐름의 변화를 일으켜 주시길 소원하는 돌파의 기도를 드리며, 삶의 각 자리에서 복음 통일을 위한 실질적인 헌신을 다짐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지난 20년 동안 징검다리처럼 쓰임 받아 온 많은 분들이 다시 기도의 자리로 돌아오는 날로 기대하고 있고, 전국에 보석과 같이 복음 통일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분들이 서로 연결돼 영적인 힘을 공급받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네 분이 꿈꾸는 통일코리아는 어떤 모습인지 말씀해 주세요.
이병철 목사 : 시편 126편의 장면이 떠오릅니다. 북한에 있는 성도들이 웃음 가득한 얼굴로 자유롭게 하나님을 찬양하고 예배할 수 있는 자유를 갖게 되는 날이 속히 오기를 소원합니다. 그날이 오기까지 우리가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릴 때, 하나님께서 역사를 바꾸셔서 민족이 함께 웃으며 춤출 수 있는 날을 허락하실 줄 믿습니다.
하광민 교수 : 교회적으로는 한국교회의 뿌리로 다시 올라가서 옛날을 회복하는, 복음으로 지역도 회복하고 신앙도 회복하는 일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차별이 없기를 바랍니다. 먼저 내려온 탈북민들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차별 가운데 있는데, 남과 북이 다시 만날 때는 차별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이 부분에 교회가 중요한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주변국들로부터 인정과 축복을 받으며 통일하는 한반도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오성훈 목사 : 원래 하나님께서는 우리 민족에게 굉장히 선량한 성품을 주셨는데 분단으로 상처를 입고,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회적인 사건을 보면 지금은 너무 많이 훼손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께서 원래 주셨던 선량한 마음을 회복한 통일코리아가 열방의 분쟁이 있는 곳에 가서 실질적인 외교력과 경제력을 가지고 분쟁을 조정하며 큰 형과 같은 역할을 감당하길 바라봅니다. 궁극적으로는 선교와 연결해서 남과 북의 사람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열방을 향해 나아가서 지금까지도 미전도 종족으로 남아 있는 나라들 가운데 복음을 전할 수 있기를 꿈꿔봅니다.
이기원 목사 : 저는 소박한 꿈이 있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이 없는 통일코리아가 됐으면 좋겠고요. 병에 걸렸으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나을 수 있는 통일코리아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믿는 하나님께 나아가서 자유롭게 예배드릴 수 있는 통일코리아의 모습을 한번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