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은 정봉주와 결선 예정
비명횡사 공천논란 더 거세질듯
원외 인사들이 ‘자객 출마’ 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지역구들에서 비명(비이재명)계 현역 의원들이 대거 탈락했다. 채널A 캡처
더불어민주당 총선 경선에서 비명(비이재명)계 현역 의원들이 원외 친명(친이재명) 후보들에게 대거 패배해 탈락했다. 친명 인사들이 비명 의원들을 겨냥해 ‘자객 출마’ 했다는 논란이 일었던 지역구들이다. 이재명 대표 등 친명 지도부가 공천 파동 수습에 나선 가운데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를 받은 비명 의원들이 결국 대거 고배를 마시면서 ‘비명횡사’ 논란이 다시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6일 밤 발표한 4, 5, 6차 경선 결과 친명계 정봉주 후보와 결선을 치르게 된 박용진 의원(재선·서울 강북을)과 군산에서 친명계 비례대표 김의겸 의원에게 승리한 신영대 의원(초선)을 제외하고 비명계 현역 전원이 패배했다.
박 의원 외에 스스로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던 비명계 의원 모두 패배했다. 김한정 의원(재선·경기 남양주을)과 윤영찬 의원(초선·경기 성남중원)이 친명계 비례대표인 김병주 의원과 이수진 의원에게 각각 밀렸다. 비명계 강병원 의원(재선·은평을)도 강성 친명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대표인 김우영 전 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에게 패배했다. 비명계 중진인 전혜숙(3선·서울 광진갑), 박광온 의원(3선·경기 수원정)도 본선행이 좌절됐다. 이들을 상대로 승리한 이정헌, 김준혁 후보도 각각 친명계다.
이 밖에 ‘대장동 변호사’인 박균택 후보(광주 광산갑)도 현역인 이용빈 의원(초선)을 제치고 승리했다. 다만 박 후보와 함께 ‘대장동 변호사’로 묶이는 조상호 후보는 친명계 현역인 최기상 의원(초선·서울 금천)과의 ‘친명 대결’에서 현역 프리미엄에 밀려 패배했다.
‘친명 자객’에 현역 비명 횡사
민주당 4~6차 경선결과 발표
30% 감산 적용된 김한정-윤영찬… ‘자객’ 논란 김병주-이수진에 패배
박광온, ‘李 체포안’ 가결때 원내대표
홍영표 탈당, 이낙연 측 손잡을듯
“‘비명횡사’가 현실이 됐다.”
6일 발표된 경선 결과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우려했던 일이 그대로 벌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역 하위 10∼20% 명단에 든 친문(친문재인) 등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이 이날 경선에서 대거 탈락한 것을 두고 ‘비명 찍어내기’가 현실화됐다는 것. 이날 경선에서 탈락한 비명계는 대부분 현역 하위 10∼20% 명단에 들어가 있어 경선 득표에서 최대 30% 감산하는 현실적 벽을 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개딸’(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조직적 움직임도 예전보다 거세진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에선 비명계 상당수가 컷오프(공천배제)된 데 이어 경선에서도 불리한 조건에 결국 탈락하면서 내홍이 다시 심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친명(친이재명) 지도부 일각에서도 “현역들이 대거 탈락하면 총선 본선에서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 ‘하위 10% 컷오프’ 현실로
이날 경선 결과 그동안 스스로 하위 10%라고 밝혔던 현역 의원 중에선 3자 경선을 치른 박용진 의원(재선·서울 강북을)만 결선행에 오르면서 탈락을 면했다. 박 의원은 친명계 정봉주 후보와 결선을 치르게 됐지만 결선에서도 득표율 30% 감산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당내에선 “결코 쉽지 않은 결선”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1 대 1 구도가 될 경우 개딸 지지표가 모두 정 후보에게 쏠려 박 의원이 더욱 불리해질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 스스로 하위 평가자라고 공개한 비명계 의원들은 모두 친명계 도전자에게 패배했다. 윤영찬 의원(초선·성남중원)과 김한정 의원(재선·경기 남양주을)이 하위 10% 평가자에게 주어지는 득표율 30% 감산의 턱을 넘지 못하고 친명 비례대표인 이수진, 김병주 의원에게 각각 밀렸다.
‘하위 20%’ 여부를 밝히지 않은 비명계 의원들도 대거 탈락하면서 ‘비명 찍어내기’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당시 원내대표였던 박광온 의원(3선·경기 수원정)에게 승리한 김준혁 후보를 비롯해 친이낙연계 중진인 전혜숙 의원(3선·서울 광진갑)을 누른 이정헌 후보 모두 친명을 자처한 ‘자객출마’ 후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친문(친문재인)계 노영민 전 의원도 친명계로 분류되는 이강일 후보에게 본선행 티켓을 내어주면서 컷오프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이어 ‘친문 전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의 컷오프에 반발해 이날 탈당한 홍영표 의원(4선·인천 부평을)은 이낙연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와 손잡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희비 엇갈린 ‘대장동 변호사’들
이날 결과로 친명 후보들은 대거 총선 본선을 치르게 됐다.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재판을 변호한 박균택 변호사는 ‘정치 신인 20% 가점’을 등에 업고 현역 의원인 이용빈 의원(초선·광주 광산갑)을 상대로 승리했다.
친명 원외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상임대표 출신인 김우영 전 강원도당위원장은 현역 강원도당위원장 신분으로 서울 은평을에 출마해 당 지도부로부터 주의조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역인 강병원 의원에게 승리했다. 마찬가지로 비명 현역인 정춘숙 의원(재선·경기 용인병)에게 승리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도 ‘이재명의 멘토’로 불리는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후원회장을 맡은 친명 후보다.
이날 탈락한 친명 후보는 현역 신영대 의원(초선·전북 군산)에게 패배한 김의겸 의원(비례대표)과 친명 현역 최기상 의원(초선·서울 금천)과 붙어 패배한 조상호 후보다. 조 후보 역시 대장동 변호사 중 한 명이다.
‘비명횡사’ 경선 결과에 친명 지도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도부 핵심 의원은 “박용진 의원마저 결선에서 패배할 경우 ‘결국 하위 20%가 모두 비명 찍어내기를 위한 용도였다’라는 반발이 더 거세질 것”이라며 “결국 본선 국면에서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전북 전주병에 출마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대해 ‘경고’ 조치를 의결했다. 정 전 장관은 이 대표가 팬클럽 회장을 지낸 인연이 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