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들의 일부에서 염색체 변형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유출된 핵종에 노출된 것을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지만 교란변수도 존재해 인과관계를 단정하지는 않았다.
통일부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이 2006년 10월 1차 핵실험 이후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8개 시·군(길주군, 화대군, 김책시, 명간군, 명천군, 어랑군, 단천시, 백암군) 거주 이력이 있는 탈북민 8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5~11월 실시한 방사선 피폭 및 방사능 오염 검사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신체의 방사능 오염 여부를 검사하는 전신계수기 검사와 소변시료 분석 결과 유의미한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핵종에 노출되지 않았거나 노출됐더라도 반감기를 거치며 핵종이 사라져 체내에 유의미한 수준으로 남아있지 않다는 뜻이다.
의학원 관계자는 “핵실험 당시 내부 피폭이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상당 기간이 경과됨에 따라 검사 시점에선 검출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누적 방사선 피폭 선량을 측정하는 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에선 80명 중 17명에게서 최소검출 한계(0.25그레이) 이상이 측정됐다.
다만 17명 중 2명은 2016년 검사에선 최소검출 한계 미만의 수치를 보였고, 재입북한 이력이 없는 만큼 탈북 이후 의료방사선 피폭 등 교란 변수로 인해 이번 검사에서 최소검출 한계 이상의 수치가 나온 것으로 의학원은 분석했다.
안정형 염색치 이상 검사는 핵실험에 따른 방사선 피폭을 포함해 의료방사선 피폭, 연령, 음주력, 흡연, 화학물질 등 교란변수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의학원이 이 17명을 대상으로 최근(3~6개월) 방사선 피폭 선량을 검사하는 불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를 실시한 결과, 2명에게서 최소검출 한계(0.1그레이) 이상의 수치가 나타났다.
의학원은 “최근 3~6개월 0.1그레이 이상의 방사선 피폭이 있거나 그 이전에 피폭이 있었으나 이상 염색체가 감소하고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라며 “최근 발생한 방사선 피폭을 평가하는 검사의 특성을 고려할 때 탈북 시점 이전의 방사선 피폭과는 무관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의학원은 17명을 대상으로 일반 건강검진을 실시했는데 고지혈증, 갑산성기능저하증 등 다양한 경증 질환이 나타났지만, 암과 같은 중증 질환은 발견되지 않았다.
통일부는 향후 전수 조사를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며 핵실험과 인근 지역 출신 탈북민들 피폭 사이의 인과관계를 지속해서 파악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검사에서 피폭선량이 최소검출 한계 이상으로 나온 탈북민 17명에 대해선 후속 관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장기적인 건강검진 지원 등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