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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총신신대원을 입학하면서부터 교회 개척을 생각하고 있었다. 중증장애인이기에 일반 교회에서 사역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대원 3학년 때쯤인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이자 장애인인 임일주 씨가 어느 날 내게 이렇게 물었다. “형 신학교 졸업하면 형이 교회 세우면 안 돼요?” “내가 교회를 세워도 되지. 그런데 왜 그런 말을 해요?” 그의 이야기는 이랬다. 그는 당시 집 근처 조금 큰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초심자였다. 그도 중증장애인이기에 엘리베이터 시설이 잘돼 있는 교회를 다니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자신이 그 교회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자신을 발견하면 모세의 홍해가 갈라지듯이 성도들이 자리를 비키고 양보하는 것도, 자기를 너무 도와주려고 하는 분위기도 왠지 불편했다고 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후 3학년 내내 구체적으로 ‘교회를 개척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마침 그 시기에 양현표 교수님의 ‘교회 개척과 복음전도’라는 과목을 듣고 있었는데 그 수업을 들으면서 나는 더 교회 개척의 꿈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교회를 개척하려면 같이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개척멤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럼 나에게는 함께 예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일단 교회를 개척해 달라고 말한 장애인 동료가 있고 항상 내 곁에서 모든 것을 도와주시는 활동지원사가 있고, 내가 교회를 개척한다고 하니 함께하겠다는 박훈 목사가 있었다. 박훈 목사는 내가 어렸을 때 다니던 교회 청년부 후배다. 이렇게 네 명이 교회를 개척했다.


함께 예배드릴 사람은 모였고 예배드릴 장소가 필요했다. 아무것도 없는 형편이니 세를 얻어서 교회를 세울 수도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주일에 예배를 드려도 좋다고 허락해 주시는 분이 있어 예배 장소도 구할 수 있었다.


남의 사무실을 빌려쓰다 보니 뜻하지 않게 여러 군데 옮겨 다니며 예배를 드려야만 했다. 처음에는 금천구 가산동, 광진구 구의동을 거쳐 지금은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안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다.


3월 3일이면 우리 그루터기교회가 첫 예배를 드린지 9년이 되는 날이다. 나는 교회를 세울 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이런 목사의 교회를 9년 동안 이끌어 주신 하나님께 그저 감사할 뿐이다. 나는 장애인 선교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거나 기도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목사가 중증장애인 당사자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료 장애인들이 예배드리러 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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