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북한과 일본 간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해 일본 측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일 접촉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일북 접촉을 포함한 북핵·북한 문제 관련해 일본 측과 긴밀히 소통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19일 최근 일본이 북한과의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내비치고, 북한도 이에 호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한미일 세 나라는 북한을 비핵화의 길로 복귀시키기 위해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답했습니다.
북일 회담에서 논의돼야 할 의제에 대한 질문에는 “일본-북한 간 접촉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 외에도 핵과 미사일 등 북한의 안보 위협이 함께 다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앞서 지난 15일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에서 “일본이 관계 개선의 새 출로를 열어나갈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다”고 밝혀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일본이 우리의 정당방위권에 대해 부당하게 걸고 드는 악습을 버리고 이미 해결된 납치 문제를 양국 관계 전망의 장애물로 놓지만 않는다면 기시다 총리가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김 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한 것에 유의하고 있다”며 “납치 문제가 이미 해결됐다는 김 부부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9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북일 정상회담 추진 관련 질문에 “구체적으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일본과 북한 간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에 대해 지지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지난 16일 VOA의 관련 질의에 “동맹국들이 북한과 관여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 “만일 우리의 가까운 파트너가 북한과의 관여를 계획하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들 사이의 협의를 기대할 것”이라고 밝혔었습니다.
북한과의 관여로 미한일 협력에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3국 협력에 대한 우려는 없으며, 이는 강력하다”고 확인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16일 VOA의 관련 질문에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 및 외교의 중요성에 대해 매우 분명히 밝혀왔다”고 답했습니다.
워싱턴에선 미한일 공조에 균열을 내려는 게 북한의 의도라면서도 대북 접촉선 구축은 바람직하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낸 크리스토퍼 존스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 석좌는 지난 16일 VOA의 대담 프로그램 ‘워싱턴 톡’에 출연해 북한이 일본과의 정상회담에 적극적인 이유에 대해 “북한은 미한일을 갈라놓을 기회가 있다고 보고 있지만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일본은 핵심 안보 문제인 미사일과 핵 문제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2002년 9월 고이즈미 일본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존스톤 석좌] “I think Japan very much understands the importance of remaining tough on the core security issues, the missile issues, the nuclear question. So I don’t think this is a 2002 kind of scenario at all.”
존스톤 석좌는 북한 지도부와 연락 채널을 구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본과 북한 간 만남은 미국에도 유익할 수 있다면서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이것은 잠재적인 기회이며 반드시 나쁜 것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