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北 형제국’ 쿠바와 외교관계 수립…193번째 수교국|동아일보


한국이 공산 국가 쿠바와 수교했다. 인구 1100만 명의 쿠바와 1959년 피델 카스트로 공산 정권 등장 이후 교류가 단절됐지만 이번에 양국이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한 것. 쿠바는 북한과 1960년 수교한 뒤 ‘형제 국가’로 우방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이번 수교가 대북 압박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수교로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는 북한에 대응해 의미 있는 압박이 가능한 든든한 기둥을 얻게 된 것”이라며 “양국 경제협력 확대에 따른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14일 “미국 뉴욕에서 양국 주유엔대표부 간 외교 공한 교환을 통해 양국 간 대사급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남미 카리브 지역 국가 중 유일한 미수교국인 쿠바와의 외교관계 수립은 중남미 외교 강화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우리 외교지평을 확장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수교로 쿠바는 한국의 193번째 수교국이 됐다. 유엔 회원국 중 미수교국은 시리아만 남게 된 것.

한국은 수년 동안 북한과 특수 관계인 쿠바와 외교 관계를 맺기 위해 외교력을 쏟아부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에 정부가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쿠바를 방문했다. 하지만 쿠바는 북한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수교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과 쿠바 간 수교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의 물꼬가 트인 건 지난해 하반기다. 그에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해 5월 과테말라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쿠바 외무부 차관과 비공개 회동을 갖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현 정부 출범 후 쿠바와 수교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지난해 말부터 쿠바가 수교에 매우 긍정적으로 응했다”며 “쿠바 내부적으론 어려운 경제적인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쿠바에 불고 있는 한류의 영향도 컸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에 물꼬를 튼 만큼 조만간 상주공관 설치를 위한 협의를 쿠바 당국과 할 방침이다. 당장 이번달 실무진 간 협의를 시작으로 고위급 회동 등을 통해 후속조치도 이어간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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