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억원대 횡령 혐의로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던 고(故) 유병언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51)씨가 구속 6개월 만에 보석 허가를 받고 풀려났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류경진)는 최근 특정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유씨의 구속 기한 만료를 앞두고 보석을 허가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1심의 구속기간은 기소한 날로부터 6개월이다.
재판부는 유씨의 보석을 허가하면서 거주지를 자택으로 제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했다.
유혁기씨는 2008년부터 2014년 사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세모그룹 등의 자금 254억9300만원을 개인 계좌를 비롯한 해외 법인으로 반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유씨가 계열사들과 허위의 컨설팅 계약, 고문 계약을 체결하고 실질적인 컨설팅 업무나 고문 활동 없이 금원을 수수하거나, 계열사 상호에 대한 상표권 등록을 한 후 허위의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금원을 수수하는 등 다양한 명목으로 계열사들의 자금을 개인 계좌로 상납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씨는 회사 간 금전거래가 있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당초 유씨의 범죄수익을 559억원으로 특정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 간 맺은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이번 공소장에 적시된 범죄수익은 250억 상당에 그쳤다.
다만 검찰이 유씨의 추가 범죄사실에 대한 기소를 위해 미국 측에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른 동의요청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유씨의 횡령 혐의 액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8월4일 인천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유씨는 미국 뉴욕을 출발하는 기내에서 검찰에 체포됐다.
유씨는 2020년 7월께 뉴욕에서 체포돼 범죄인인도 재판에 회부됐고, 미국 법원의 범죄인인도 결정에 불복해 낸 인신보호청원에 대한 상고가 지난 1월 연방대법원에서 기각돼 미국 법무부의 인도 승인 절차가 진행됐다.
한편 유씨에 앞서 유 회장의 장녀 섬나씨, 세모그룹 계열사인 김혜경 한국제약 전 대표, 김필배 문진미디어 전 대표 등이 국내에 송환된 바 있다.
2017년 6월 프랑스에서 송환된 섬나씨는 징역 4년을 선고 받아 확정됐고, 현재 별도 사건의 항소심 재판(1심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진행 중이다. 섬나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디자인업체로 세모그룹 계열사 자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유죄를 확정 받았다.
[인천=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