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능發 화상’ 속출…진학지도 교사들 “수시 탈락 많아질 듯”|동아일보


8일 수능 성적표 배부…수시 최저 충족 못한 학생 속출

교육 당국 “공교육 신뢰, 일부 회복한 수능” 자평했지만

진학교사들 비판 일색…”시험이 어려운 건 국가적 낭비”

올해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역대급 불수능’, ‘용암수능’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크게 어려웠던 것으로 판정 나면서 수시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수험생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교육 현장 교사들은 교육 당국이 변별력 확보에 지나치게 신경 쓴 나머지 안정적인 시험 운영이라는 본래의 취지를 퇴색시켰다고 비판한다.

◆수능성적표 받아든 고3들…최저등급 못 맞춘 학생 많아

10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불수능 여파로 수시의 수능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한 학생들이 상당하다.

2024학년도 수능은 역대로 손 꼽을 만큼 어려웠던 것으로 평가된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으로 현 표준점수 체계가 도입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고, 수학 표준점수도 148점으로 매우 어려웠던 작년보다 3점 더 높아졌다. 영어는 1등급 비율이 4.71%에 그쳐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뀐 후 가장 적었다.

이에 따라 지난 8일 수능 성적표를 받아든 수험생들의 분위기도 대체적으로 가라앉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수시의 수능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한 고3 재학생들이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영 서울 중등 진학지도 연구회 교사(서울 면목고)는 “학교에 전수조사를 해보진 않았지만 3~4개 영역 등급 합을 요구하는 대학들의 최저기준을 못 맞추는 학생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약 30% 정도가 최저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온다”고 밝혔다.

장지환 서울 중등 진학지도 연구회 교사(서울 배재고)는 “이번 수능이 어려워 수시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한 아이들이 많다”며 “성적대와 상관 없이 학생들이 전체적으로 다 힘들어 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수시 전형에는 수능 최저 등급을 충족해야 하는 전형과 그렇지 않은 전형이 있다. 이 중 선발 인원이 가장 많은 학생부 교과전형은 국어, 영어, 수학, 탐구 4개 영역 중 2~3개 영역 등급의 합이 대학에서 정하는 최저치보다 높아야 합격 안정권에 들어오게 된다.

그러나 올해 수능 국어, 영어, 수학이 모두 어렵게 나오면서 평소보다 등급을 잘 받지 못한 재학생들이 수두룩하고, 최저 등급을 맞추지 못해 수시 탈락 위기에 놓인 학생들도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한상무 논산 대건고등학교 진로상담 부장은 “수능 최저등급을 충족하지 못한 학생들 비욜이 절반이 좀 안 되는 것 같다”며 “아직 수시 최종 발표 전이지만, 생각보다 (수능성적) 결과가 잘 나오지 않고 있다. 작년보다 수시가 안 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특히 영어가 상당히 어려웠던 점이 이번 수시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교사들은 보고 있다. 영어는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다른 영역에 비해 1등급을 받기 수월한데, 올해 수능 영어는 그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1등급 비율(4.71%)이 낮게 나타났다.

장지환 교사는 “영어는 절대평가라 잘 하면 잘 하는대로 등급이 나오는 구조인데, 영어가 어려워져 등급이 더 안 나올 것”이라며 “올해는 영어가 관건”이라고 했다.

한상무 교사는 “영어에서 1등급이었던 학생들이 이번에 2등급으로 내려왔다”고 말했다.

이번 불수능 여파는 문이과 상관없이 영향을 미쳤지만, 교사들은 인문계열 학생들이 특히나 힘들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재영 교사는 “인문계 학생들이 정시로 가게 되면 자연계 학생에 비해 교차지원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수시쪽에 포커스(초점)를 맞추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데 수시에서 결과가 안 좋은 인문계열 학생들은 결국 자기 점수에서 갈 수 있는 대학으로 눈높이를 낮추는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교사들 “어려운 시험은 국가적 낭비…‘예측성’도 확보해야”

교육 당국은 이번 수능이 킬러문항 없이도 변별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해 공교육 신뢰를 회복한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정작 공교육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이번 수능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쏟아냈다.

교육 당국이 변별력 확보에 과도하게 치중한 탓에 시험 운영의 또다른 중요한 축인 ‘예측 가능성’을 놓쳤다는 것이다. 수능시험의 난이도가 예측을 벗어날 정도로 어려워지면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입장에선 부담을 느끼게 되고, 이는 곧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몰아넣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재영 교사는 “수능시험이 학생들 대입 선발의 기준이 되니, 변별력을 갖춰야 되는 것은 맞다”며 “문제는 수능시험에 ‘예측성’도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 교사는 “시험 난이도가 널뛰기로 나오면, 시험을 준비하는 아이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변별력 확보도 중요하지만, 시험에 예측 가능성도 갖출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이)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 당국이 표준점수를 공개하지 않아 수험생들의 대입 대비 어려움을 더욱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평가원은 특정 과목의 쏠림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로 통합수능 체제가 도입된 2021년부터 국어와 수학 선택과목별 표준점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상묵 교사는 “수능시험이 끝나고 점수가 발표돼야 학생들이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고, 수시의 수능 최저기준을 맞췄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며 “지금은 평가원에서 점수를 알려주지 않으니 사교육 자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 교사는 “표준점수가 공개돼야 학생들이 대비할 수 있는데, 결국 수험생 입장에서 예측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라고 했다.

수시 최저기준을 맞추지 못한 재학생들 중 상당수가 결국 재수학원 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란 우려를 내비친 이도 있다.

장지환 교사는 “재수학원 충원율이 벌써부터 상당하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시험이 어려운 건 국가적 낭비다. 아이들을 재수로 몰게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올해 수시 탈락자 수가 늘어나 정시 경쟁이 작년보다 치열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종로학원은 2024학년도 서울권 대학 수시 탈락 규모는 지난해보다 5만343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시 합격자 발표는 이달 15일에 마무리 된다.

2024학년도 대입 수능

“SKY 의대 합격선 423~434점”… 불수능에 8~17점 오를듯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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