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건축되는 이슬람 사원에 깊어가는 주민 시름
대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을 둘러싼 지역 내 찬반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 갈등에는 법적 정당성과 종교의 자유라는 측면 외에, 주민들의 생활권 침해문제라든가 앞서 서방세계가 겪었던 이슬람공포증의 재현 우려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한다. 과연 현장의 실제 분위기는 어떠한지 살펴보며, 이 사태에 대한 한국교회의 관심과 대응자세를 촉구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평소에도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골목길이었지만 요즘에는 풍경이 달라졌다. 상가들의 광고나 돌담의 풍경보다 커다란 현수막이 더 많은 눈길을 끈다. 경북대학교 서문 옆, 대학생들과 주민들의 평범한 생활공간이었던 대현동은 ‘이슬람사원’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이제 누구나 아는 지역으로 변했다.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은 2020년 경북대학교 이슬람계 유학생들의 기도처로부터 시작됐다. 이슬람 기도처의 건축주들은 사원건립을 위해 대현동 일대 4개의 주택을 종교 집회장으로 구청에 신고하며 건축을 진행했다.
대현동은 현재만 시끄러웠던 것이 아니었다. 공사 개시단계부터 몇 년 동안 이슬람사원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찬성과 반대 등 다양한 견해차와 시위로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반대 측의 입장은 대표적으로 맹지에 들어선 사원이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방해한다는 주장이고, 찬성 측은 사회법으로 건축을 진행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다.
정부와 지자체까지 나섰지만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 논란의 여지 속에서 대구지방법원은 2021년 12월 1일 이슬람사원 건축주의 손을 들어주며 공사는 재개됐다. 하지만 지난 9월 11일 담당 공사감리자의 부실시공 확인으로 건축은 현재 일시 중단된 상태다.
이처럼 끝나지 않은 갈등을 지켜보며, 향후 제2의 대현동 사태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2년 전 전남 영암에서도 이슬람사원 건축이 추진 과정에서 무산되는 등 무슬림들이 집중 거주하는 지역에서 유사한 상황들이 전개되는 중이다.
이슬람 사원, 주민들의 생활 파고들어
사원 공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됐으나, 바로 옆 무슬림 학생들의 기숙사에서는 새벽부터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진다. 건축현장 바로 옆에 거주하는 박○○ 씨는 공사현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쉰다. “우리 딸아이가 그래요. ‘엄마, 새벽에 잠을 못 자겠어. 이러다 이슬람 사원이 진짜로 들어오면 어떡해?’”
박씨의 걱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집 바로 앞이 전부 공사 현장이에요. 이 사람들(무슬림)이 오면 마당에 카펫을 펼치고 우리 딸 방 쪽을 보고 기도하는데요. 사실 우리 집 담벼락이 낮아요. 그래서 얼마든지 이슬람 신도들이 우리 딸 방안을 들여다볼 수도 있을 텐데….”
그녀는 자신이 익숙하게 살아온 생활 터전이 이슬람 사원으로 인해 낯선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며 두려워하고 있다.
“집 들어가는 골목에 자전거가 가득 찼었어요. 항상 이 사람들(무슬림)은 자전거를 타고 와서 마당에서 카레도 끓이고, 기도소리로 시끄럽고. 일일이 말은 안 하지만 참 답답해요. 집을 살 때도 저 사람들은 경북대학교에 유학을 왔다하기에 걱정하지 않았는데, 사원이 들어온다니 깜짝 놀랐죠. 여기는 사람들이 사는 공간인데….”
대현동 이슬람사원은 주택들이 밀집한 지역 한가운데 건축되고 있다. 거주민들을 위한 좁은 공유도로를 제외하면, 맹지에 세워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곳은 말 그대로 주민들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사원이 완공된다면 더 이상 주민들을 위한 공간만이 아닌 곳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이슬람사원은 학생만의 공간 아니다
이 사태를 오랫동안 지켜보아 온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청장년면려회(이하, CE) 인권위원회 정순진 집사는 여태까지 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하나 둘 풀어냈다. “금방 끝날 줄 알았죠. 대구 북구청에서 2021년 공사를 중지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려 매듭이 된 줄 알았던 문제가 지금까지 답답하게 이어지고 있어요.”
그 동안 관련 지자체에서는 여러 가지 대안을 내놓았다. 부지 매입, 경북대 내 사원 건립 등 다양한 제안이 등장했다. 그러나 모든 제안이 양측의 견해차로 수포로 돌아갔다. 정 집사는 그 과정에서 이슬람 측의 태도에 대해 느낀 불편함을 토로했다. “대화의 자리에서 이슬람 건축주들은 심지어 (다른 대안이 없으니) 바로 인근 교회당을 대신 달라는 이야기도 했어요. 교회는 무슨 죄예요?”
계속해서 정 집사는 우려되는 다른 부분들도 지적했다. 사실 이 장소가 경북대학교에 다니는 이슬람 학생들의 기도처로만 국한된다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 집사의 생각이다. 학생들은 이미 주민들과 얼굴도 서로 잘 알고 그간 큰 문제도 없었기에, 비교적 잘 지낼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학생들만의 기도처만이 아니라 모든 무슬림들이 이용하는 사원이 들어선다면 과연 주민들과의 갈등이 발생할 수 없겠느냐는 거죠.”
정 집사는 덧붙여 이슬람사원 건축이 과연 순수하게 경북대 유학생들에 의해 진행됐는지도 의문을 제기한다. “대구 이슬람사원 건축주들은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다른 지역 사람들이예요. 그런데 언론에서는 유학생들로만 나오던데, 사실과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대장에 기재된 대표인의 주소지는 달성군 다사읍 매곡리로, 경북대 캠퍼스와는 전혀 다른 장소에 거주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 사원의 소유권은 다룰이만경북엔드 이슬라믹센터(DKIC)로 이전이 완료된 상태다. 어렵게 타국 생활을 하는 유학생들이 아니라, 국내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단체들이 사원 건립을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기독교인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CE인권위원회를 통해 대현동 이슬람사원 관련 활동을 함께해 온 이들의 생각은 대부분 비슷하다. 서로 간에 다른 문화를 존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존중을 넘어서 자신이 가지는 종교적 신념까지 포기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래서 주민들과는 별개 차원에서 이 사태를 기독교적 관점으로 해석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일부 대현동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슬람사원 문제에 다른 단체들이 개입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나타난다. 이 사태에 합세하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부작용도 속출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순집 집사는 “솔직히 이 문제와 관련해 주민들이 ‘우리는 빠지겠다’고 나서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경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누구도 대답을 하지 못해요. 그래서 우리 사회가 이슬람에 대한 경계의식을 가지며 이 문제를 바라보도록, 기독교적 입장에서 더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아울러 CE인권위원회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기독단체들이 대현동 이슬람사원 사태와 관련해 한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함을 아쉬워했다.
현재처럼 교계 안에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라면 더 이상 이슬람사원 건축물이 들어서는 걸 막을 현실적 방법이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게 가장 큰 걱정이다. 세속 언론들의 주장에 휩쓸려 기독교인들조차 사태에 대한 신앙적 가치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세상이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겠느냐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기독교 복음을 더 영향력 있게 전파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우리가 가장 고민해야 할 핵심적인 문제이고 결론이기도 합니다. 대현동 이슬람사원 문제도 바로 이러한 숙제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