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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원 목사(전주효성교회)
윤희원 목사(전주효성교회)


108회기 총회가 하는 “교회여 일어나라”라는 운동이 지금처럼 ‘성장과 부흥’이라는 마약에 중독된 교회로는 제발 일어나지 말았으면 한다. 그렇게 대형교회를 꿈꾸는 교회로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의 교회는 너무나 세상적이고 또 세속화됐기 때문이다. 성장과 부흥이라는 마약에 중독된 복음은 진부해졌고, 신앙은 상품화됐으며 신학은 이미 삶의 체계로서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1세기의 교회, 그 원형의 교회로 일어나야 한다. 예수님이 베드로의 신앙고백 위에 세운 교회로 일어나서 사도행전 17장 6절의 천하를 어지럽게 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 천하를 어지럽게 하는 교회는 그리스도를 중심하며 성령님을 의지하고, 경건하게 역동적인 생활을 하며, 서로 섬기며 서로 돕고 참여하면서 천하를 어지럽게 했다. 그런데 이런 교회로 우리 총회 산하의 교회가, 조국의 교회가 일어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우리의 교회는 그 원형의 교회, 본질의 교회로부터 너무 멀리 왔다. 지금 우리의 신앙은 하나님 앞에서 사는 경건함을 잃은 지도, 잊은 지도 오래됐다. 그것은 우리가 경건함 없는 신비체험을 추구하고 살았고, 오직 복 받음은 성공과 출세를 지향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강조를 성경적이고 개혁신학에 입각해 분별하게 하지 않고, 은사 제일이라는 은사주의에 빠져 무엇이든 은혜롭게 하자고 하면서 영적 흥분만을 추구하고 거룩한 교회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교회로 다시 일어나려고 한다면 일어날 수도 없겠거니와 일어나서도 안 된다. 속담에 “넘어졌으니 좀 쉬었다 가자”는 말이 있다. 왜 넘어졌는지, 무엇 때문에 넘어졌는지, 어떻게 일어나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자는 말일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현대는 기독교에 대해, 우리 신앙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 비합리적인 것을 강요하고 몰이성적인 것을 믿으라고 하면서, 현실의 변화와 변혁에는 귀가 먹고 눈이 멀었다는 비판을 한다. 물론 그들의 비판을 다 수용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신앙이 세상의 관점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비판 앞에, 아니 비난 앞에 무력해졌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우리 신앙의 삶이 순수하고 순결해야 할 믿음 속에 있어야 할 자기부인이 없고, 그래서 합리적인 자기반성(회개)이 없기에 오래전에 하나님 앞에서 사는 경건한 삶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다. 성경의 말씀에는 귀 막고, 현실의 삶에서는 눈 멀어 살았다. 그래서 합리적으로 살겠다고 신앙적인 것을 지키지 아니했고, 신앙적으로 살겠다고 세상적인 것을 도외시하며 살았다. 사실 나는 개혁주의자로도 살지 못했고, 자유주의자로도 살지 못했다. 오래전에 나는 하나님 앞에서 사는 삶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그런지 알렉산더 솔제니친(Aleksandr Solzhenitsyn, 1918~2008)은 “인간은 이미 하나님을 잊어 버렸다”고 한다. 나만의 현상이 아니고 어쩌면 인류의 보편적인 현상인지도 모른다. 특히 기독교 문화라고 하는 서구 문명은, 소로킨(Pitirim A Sorokin, 1889~1968)의 설명에 의하면 관념 문화에서 이상 문화로, 이상 문화에서 감각 문화로, 진행해 간다고 한다. 서구문화인 유럽문화는 오래전에 감각 문화의 후기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기독교 문화, 문명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 감각 문화는 감각적으로 즐기고 쓸 수 있는 돈만, 물질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이런 가치관에 편승한 것이 교회 성장, 부흥 운동이고 코로나19로 넘어진 교회이다. 이런 교회가 다시 일어나면 안 된다. 그런 교회로 교회가 다시 일어난다면 교회는 이가봇이 될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슈펭글러(Oswald Spengler, 1880~1936)는 문명이란, “생성되어 유년기와 노년기를 거쳐 소멸하는 생물학적 유기체이다”라고 했다. 세상의 문명이 된 유럽의 기독교는 문명의 소멸이 예견되었기에, 그 문명의 주체인 기독교는 몰락할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어떠한 교회로, 교인으로 일어나려고 “교회여 일어나라”고 외치고 운동하고 있는가를. 제발 세상의 빛이 되고 소금이 되는 교회로 일어나자. 하나님 앞에서 사는 삶을 회복하고 양적 성장만을 추구하는 교회가 아닌 질적 성숙과 변화가 있는 교회로 일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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