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아름다운 계절에 창조와 섭리 생각한다 < 오피니언 < 오피니언 < 기사본문



김한욱 목사(새안양교회)
김한욱 목사(새안양교회)


나무가 자라는 땅은 살아 있는 땅이다. 나무가 자리지 못하는 땅은 물이 없는 땅이라, 죽은 땅이다. 어린 시절 큰 감나무 한 그루가 마당 끝에 있었다. 집이 작아서 그랬던지, 감나무는 유달리 커보였다. 나는 감나무의 변화를 보면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감나무에 찾아오는 새들은 때마다 달랐고, 그 광경을 보며 계절을 느낄 수 있었다. 감나무 높은 곳에 몇 개의 감이 달려 있고, 까치와 까마귀가 서로 먹겠다고 싸움을 하면 겨울이다. 조선 후기 문인 홍한주의 시 ‘유거감회’에 “단풍 숲은 비에 씻겨 취한 듯 붉고 감잎은 가을에 살쪄 글 쓸 만큼 크구나”란 구절이 있다. 감나무가 좋은 것은 감 열매인 홍시, 곶감이 달고 맛있기 때문이다. 어느덧 고향 집 감나무는 사라졌다. 그러나 내 마음에 아직도 그 감나무는 계절의 전령사로 남아 있다.


최고조로 달한 단풍이 늦가을의 정취를 더하고 있다. 높은 산에도, 낮은 산에도, 심지어 가로수까지 온갖 빛깔을 연출하며 단풍은 잠시나마 사람들의 시선을 자연으로 돌려놓는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으니 단풍의 색채는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


요즘같이 단풍이 만발한 모습을 일컬어 ‘찐 단풍’이라 한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 계절마다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사계절 가운데 가을은 더없이 자연의 경이로움을 더하게 되는데, 그 가을을 상징하는 단어가 ‘단풍’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나뭇잎은 점점 붉고 노란색의 잎새로 바뀐다. 단풍은 기온 변화로 인해 나뭇잎의 빛깔이 변하는 현상이다. 식물의 잎에는 엽록소 이외에 카로티노이드, 안토시아닌이 존재한다. 그러나 가을이 되면서 해가 짧아지고 기온이 낮아지면 엽록소가 합성되지 않고, 잎에 존재하고 있는 엽록소는 햇빛에 분해돼 노란색과 붉은색을 나타내게 된다. 그리고 잎을 떨어뜨려 수분과 영양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대비한다. 단풍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최저기온이 5도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 밝은 햇살과 건조한 날씨는 잎 속 수액의 당분 농도를 증가시켜 안토시아닌을 활발히 생성하게 되는데, 안토시아닌 성분이 나뭇잎을 붉고 노란색으로 만들어낸다. 단풍이 만들어지는 원리이다.


단풍을 보며 하나님의 창조를 생각하게 된다. 하나님께서는 천지를 창조하시고 사람에게 자연을 잘 다스리라 명령하셨다. 그러나 인간은 욕심이 과해 자연 질서의 흐름을 벗어나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천지와 자연은 하나님의 통치 가운데 있다. 인간은 부족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자연은 하나님의 통치 안에서 자신의 갈 길을 묵묵히 가고 있다.


단풍은 아름답다. 그러나 단풍의 아름다움은 길게 가지 못한다. 우리는 곱고 아름다운 단풍을 보면서 차가운 겨울의 시작을 보게 된다. 찬바람이 본격적으로 불어오면 어느새 가을의 단풍은 겨울의 낙엽이 된다. 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섭리를 생각하게 된다.


더불어 가을은 감사의 계절이다. 가을이 감사의 계절인 것은 추수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자연으로부터 농작물을 거두어들이는 추수의 풍성함이 넘치는 가을 하나님의 은혜이다. 은혜를 은혜로 앎이 감사이다. 사람에게 감사하면 칭찬이 돌아온다. 그러나 하나님께 감사하면 인생에 기적이 일어난다. 깊어가는 가을, 하나님을 향한 감사로 기적을 체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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