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짧게는 지난 1년, 길게는 초중고 12년간 배운 것을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니 수험생들이 느끼는 긴장과 불안은 어느 때보다 크게 다가올지 모른다. 특별히 올해 수능을 앞두고 ‘킬러문항’ 배제를 비롯해 학교 폭력, 교권 침해 등 교육 관련 이슈가 잇따랐고, 원서를 접수한 50만4588명 중 재수·반수 등 ‘N수생’의 비율이 31.7%(15만9742명)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변수도 많아 수험생들의 부담을 배가시키고 있다. 19년 남짓 인생을 통틀어 가장 긴장되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을 수험생들에게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 기도가 필요하다.
수험생 기도, 수능 이후가 더 중요해
수능 당일 전국 대부분의 교회에서 시험 일정에 맞춰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험생들을 위한 특별기도회를 진행한다.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물론 교사와 온 성도가 함께 기도하는 자리다. 역시 많은 교회가 이번 한 주간을 수험생을 위한 기도 주간으로 정하고, 일부 교회는 11월 한 달, 혹은 30일에서 100일 전부터 수능 준비 체제에 돌입해 수험생을 응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오기도 했다.
과거의 다소 기복적이고 노력과 상관없이 이른바 요행을 바라던 수능 기도 문화가 이제는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수능 날이 다가올수록 불안한 마음에 세속적인 간구가 앞서기 마련이다. 기독교교육전문가들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시험 결과가 인생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는 믿음을 갖기”를 당부했다. 과거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좋은교사운동 등과 함께 ‘수능 기도회, 이렇게 바꾸자’ 캠페인을 전개한 바 있는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의 이종철 부소장은 “시험 이후에 잘 보는 친구들도 있고, 못 보는 친구들도 있을 텐데, 결과와 상관 없이 우리 삶의 한 과정을 충실하게 밟아 가는 자체를 격려해 주는 가족과 주변인들의 태도가 필요하다”며, 특별히 부모는 진로와 삶의 방향을 정해나가는 시기에 있는 자녀들의 곁에서 감정에 휩쓸리지 않도록 마음을 지켜주기를 부탁했다. 이 부소장은 교회를 향해서도 수능 이후 세상에 나가는 수험생들이 이 시기를 잘 보냄으로써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향한 여정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일종의 ‘믿음의 파송식’과 같은 순간으로 기도회를 기획해 볼 것을 제언했다.
중요한 건 수능 이후다. 오로지 한 가지 목표만을 바라보고 달려왔던 수험생들은 단 하루에 모든 걸 쏟아붓고 난 뒤 허탈감에 시달리기 쉽다. 그리고 그 비어버린 공간을 그동안 절제하고 제한됐던 것으로부터 채우려는 모습이 발견된다. 갑자기 얻은 자유 앞에서 신앙생활 역시 방해가 된다고 느끼면 뒷전이 돼버리고, 이것은 결국 이 시기 교회를 떠나는 이들이 많은 까닭으로 귀결된다. 성인이 되어 세상의 즐거움을 맛본 뒤에 다시 교회로 돌아오기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교회와 목회자, 학부모, 교사들이 수능 이후 더욱 관심을 두고 기도해야 하는 이유다.
수능 끝, 이단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더 큰 문제는 그 약한 부분을 이단들이 파고든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수능 전까지는 수험생들이 학교와 학원에서 정해진 일상에 따라서 움직이다 보니까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를 접할 계기가 없었다고 한다면, 수능이 끝나는 시점부터는 시간·물리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심리적으로도 압박으로부터 해방감을 느끼다 보니 새로운 것에 대해서 접근하고 스스로 노출하는 데도 상대적으로 편안해지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학교와 가정 등 수험생들을 향한 주변의 관심도 수능 이후 느슨해지는 측면도 있다. 이단들은 바로 이 빈틈을 노린다.
이단 전문가인 탁지일 교수(부산장신대, 현대종교 이사장)는 “실제로 수능이 끝난 시점부터 대학교 예비 소집 때까지가 캠퍼스나 번화가를 중심으로 해서 이단들의 포교 활동이 가장 극심한 시기다. 수능 직후에는 시험을 끝낸 후련함을 이용해, 성적 발표 뒤에는 대입에 대한 불안의 심리를 십분 활용하며 수험생들에게 접근한다”며 불안정, 불특정한 시기에 지연과 학연 등을 내세워 자신들의 정체를 위장한 채 친절하게 다가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치밀한 미혹을 펼치는 이단들에 대한 경계를 당부했다. 문화행사나 취미활동, 심리 상담과 같은 기존의 오프라인 방식에 더해 팬데믹을 지나며 SNS나 온라인 모임 등을 통한 온라인 포교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탁 교수는 수험생들을 노리는 이단들의 전략에 주일학교 고등부의 ‘3+1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교회에서조차 수능을 끝으로 교사들의 사역이 끝났다고 보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가장 민감한 시기를 보낼 고3 학생들이 청년부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기존 고등부 교사 혹은 교육 담당자들이 영적인 돌봄을 좀 더 이어가야 한다는 것. 그는 “적어도 수능 기간부터 대입 오리엔테이션까지만이라도 관심을 두고 함께한다면, 가장 많이 이단에 빠질 수 있는 이 시기에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수능은 끝이 아닌 세상을 향한 새로운 출발점에 서는 시기다. 수험생들이 홀로 외로운 싸움에 나서지 않도록 수능 이후 더 많은 격려와 응원, 기도에 나서는 동역자들의 모습을 기대한다.
“수능 마친 학생들, 이곳으로 오세요!”
세상 문화에 휩쓸리기 쉬운 시기
교회 안에서 마음껏 즐기는 시간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이 교회 안에서 기쁨과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일도 필요하다. 최근 교회마다 수능 당일과 이후 수험생들을 위한 각종 문화행사와 여행 등을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경기 지역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연합 기도모임인 학교기도불씨운동 더라이트도 수능 당일인 16일 저녁 7시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에서 제2차 학교 & 캠퍼스 기도불씨운동 ‘더 라이트 THE LIGHT 집회’를 개최한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집회는 아이자야씩스티원과 제이어스가 찬양과 기도회를 인도하며, 권호 목사(로뎀교회)가 비전의 메시지를 전한다. 참가자들은 집회에 앞서 교회 광장에 마련된 푸드존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번 집회에 연합단체로 참여하는 스탠드그라운드 대표 나도움 목사는 “수능 이후 세상 문화에 노출되기 쉬운 이때, 기독교 문화 속에서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라며 “함께 모여 예배함을 통해 강력한 부흥이 학교와 교회에 일어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팬데믹 세대로서 함께 모여 찬양하고 예배하는 기쁨을 자주 경험해 보지 못한 수험생들에게 이번 집회가 “자신과 같은 또래의 예배자들이 이 땅 곳곳에 이렇게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경험함으로써 도전받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현재 집회 장소인 본당 좌석은 이미 사전 신청이 마감된 상태다.
나 목사는 내년 1월,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과 제주도로 3박 4일의 ‘고삼세끼’ 시즌 8 여행 준비 중이다. 학교 안에 예배 모임을 세우는 ‘스쿨처치’ 사역을 전개하는 그가 전국을 돌며 만나고 교제한 청소년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20대를 처음 맞는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자 시작한 것이 벌써 7년째 이어져 왔다.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이 이듬해에는 스태프로 참여하는 전통도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참가한 100여 명의 학생들은 이곳에서 함께 여행하고 예배하며 교제하는 시간을 통해 추억을 쌓고, 성인이 되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위로를 얻어 갔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을 맞이하는 예배 자리가 준비돼 있다. 수능 다음날인 17일 이천은광교회(김상기 목사)에서 ‘wake up 이천’이 열리며, 18일은 성림침례교회에서 ‘wake up 광주&전남’을 진행한다. 지역교회들과 함께 ‘wake up’ 학교연합 기도모임집회를 준비한 학원복음화 인큐베이팅 최새롬 목사는 “지역교회의 헌신과 연합을 통해 청소년들이 마음껏 찬양하고 기도할 수 있는 장이 만들어졌다”면서 “다음세대 영적 회복이 시급한 이 시점에 청소년들과 청년들의 재도약을 기대하며, 그동안 교회에 다니지 않던 수험생들에게도 복음을 전하는 최고의 방법이 될 줄로 믿는다”고 밝혔다.
찬양과 말씀, 문화 등으로 다음세대에 복음을 전하는 유튜브 채널 ‘번개탄TV’(대표:임우현 목사)도 ‘수능이 전부가 아니라 주님이 전부입니다’(수전주전)라는 주제로 수험생들과 부모, 선후배 등 전 세대가 함께 드리는 공개 방송 예배를 이어간다. 수능 날(16일) 저녁 7시 30분 홍대 가온스테이지에서 열리는 서울 예배를 시작으로 충주, 전주, 천안, 순천, 구리, 광주, 용인, 세종, 괴산 등 전국 10개 도시를 순회하며 다음 달 2일까지 계속된다. 첫날 찬양을 인도하는 한성교회(도원욱 목사) 예배팀을 비롯해 지명현(소리엘), 브라이언김, 강한별, 옹기장이, 강찬, 김복유, 염평안, 조찬미 등 여러 출연진이 이번 예배에 함께한다. 모든 예배 설교는 임우현 목사가 맡는다.
각 예배 및 행사를 준비 중인 관계자들은 세상에 휩쓸리지 않는 수험생들을 위해 교회와 학부모의 관심과 지원, 안내를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