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횡령’ 충격 휩싸인 기독출판계 < 기획/해설 < 교계 < 기사본문





지난 48년간 기독 출판의 성장을 이끈 한국기독교출판협회(회장:김수곤, 이하 기출협)에서 수억대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최소 2억원의 공금을 빼돌린 가해자는 11년간 기출협에 근무했던 전 부국장 인○○ 씨다. 그는 횡령 사실을 숨기기 위해 협회 예적금통장의 입금내역을 위조하는 등 치밀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기출협은 10월 말 인 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해부터 기출협 김수곤 회장과 집행부는 협회 지출 건을 처리하지 않는 인○○ 부국장을 수상하게 여겼다. 이에 따라 올해 초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인 부국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670만원을 부정수급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 일로 기출협은 올해 5월 말 인 부국장을 권고사직시키고 재정비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6월 집행부는 협회의 예적금통장 내역이 위조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기출협은 매년 수백만원의 이자를 받기 위해 1년 만기의 예적금통장에 가입해왔다. 지난해에도 실무자인 인○○ 부국장에게 맡겨 기업은행 예적금통장을 개설해 1억9000만원을 입금하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29일 기업은행에 확인한 결과, 애초에 1억9000만원이 입금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인 씨는 해당 통장에 1억9000만원이 입금된 것처럼 교묘히 위조한 사실도 드러났다. 김수곤 회장과 집행부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집행부의 추궁을 받은 인 씨는 처음에 부인했으나, 7월 중순 횡령 사실을 인정했다. 공범 없이 단독으로 횡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출협 집행부는 사라진 공금을 되찾기 위해, 인 씨와 합의에 나섰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아울러 변호사를 선임해 자금 흐름을 추적한 결과, 인 씨가 근무 기간 내내 수시로 횡령한 사실을 파악했다. 피해 금액은 최소 2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기출협은 지난 10월 말 인 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황성연 대책위원장은 “인○○도 회개할 기회가 있어야 할 것 같아 합의를 진행했으나 잘못 판단한 것 같다. 뒤에서 우리를 속이고 있었다”며, “고소장을 접수한 이상 강경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김수곤 회장은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듯이 힘들지만, 계속 노력하고 몸부림치고 있다. 어떻게든 기출협을 회복시키겠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교계 문화단체인 기출협이 2억대 횡령 사건이 발생해 몸살을 앓고 있다. 기출협 공금을 횡령한 인 모 부국장은 예적금통장의 입금내역을 위조하는 등 수년간 치밀한 수법으로 공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출협은 인 부국장을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대표적인 교계 문화단체인 기출협이 2억대 횡령 사건이 발생해 몸살을 앓고 있다. 기출협 공금을 횡령한 인 모 부국장은 예적금통장의 입금내역을 위조하는 등 수년간 치밀한 수법으로 공금을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출협은 인 부국장을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한국기독교출판협회(회장:김수곤, 이하 기출협)는 지난 5월 말 11년간 근무한 인○○ 부국장을 권고사직시켰다.


사건의 발단은 지시 불이행이었다. 지난해부터 인○○ 부국장은 김수곤 회장이 지시한 사항을 이행하지 않곤 했다. 특히 인○○ 부국장은 협회에서 사용한 비용을 지출하는 일을 처리하지 않거나 더디게 처리했다고 한다. 회장이 아무리 지시해도 부국장이 막무가내로 버티는 촌극이 벌어졌다. 일부 회원은 2년 임기의 회장이 상근 직원을 너무 구박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했다고 한다.


반면 김수곤 회장과 집행부는 인○○ 부국장이 유독 지출 건을 처리하지 못하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특별감사 결과, 인○○ 부국장이 개인적으로 사용한 670만원을 청구해 가져간 것으로 파악했다. 홀로 협회 회계를 담당했던 인 부국장이 ‘셀프 처리’한 셈이다.


이때만 해도 집행부는 인○○ 부국장이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지 않고, 업무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 가끔 협회 법인카드 한도가 초과했을 때, 인 부국장의 개인카드로 비용을 지불하곤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출협은 인○○ 부국장을 권고사직하는 선에서 일단락지었다.


올해 들어 기출협은 인○○ 부국장 문제와 별개로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출판시장이 최악의 침체기에 들어섰고, 기독교 출판시장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기출협 또한 2000만원 가까운 적자가 발생했고, 지난해 서울국제도서전 대관료도 납부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에 따라 기출협은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기독교문화거리를 조성하지 않기로 했다. 기출협이 발행하는 월간지 <출판소식>도 6월호를 끝으로 당분간 휴간을 결정했다. 여기에 더해 협회 재정의 건전성 확립에 주력하면서, 행정의 간소화와 투명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김수곤 회장과 집행부는 심기일전하기로 했다.


이때만 해도 기출협이 초유의 횡령 사건에 휘말릴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입금내역 위조’ 사라진 1억 9000만원


기출협 집행부가 수상한 낌새를 포착한 시기는 올해 6월 말이다. 5월 말에 퇴사한 인○○ 부국장이 6월 초 제주도에서 협회 법인카드로 200여 만원을 결제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곧바로 인 부국장에게 연락했는데, 돌아온 답변이 가관이었다. 인○○ 부국장은 스마트폰에 설치한 법인카드를 개인카드로 착각해 사용했다고 밝혔다.


퇴사 후 스마트폰에서 법인카드를 삭제하지 않고 착각해서 사용했다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듣고, 집행부는 무언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짐작했다.


그래서 기출협 자금이 거의 다 들어있는 예적금통장부터 확인했다. 기출협은 보유자금을 매년 1년 만기의 예적금에 입금해 700~800만원의 이자를 받아왔다. 2022년 8월 초에도 기업은행의 1년 만기 예적금에 신청하기로 했고, 인○○ 부국장이 1억 9000만원을 입금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예적금통장을 확인해 보니, 2022년 8월 4일에 1억 9000만원을 입금한 내역이 게재돼 있었다. 혹시라도 인○○ 부국장이 인출했을 수도 있으니, 6월 29일 은행을 방문해 확인했다.


기출협 직원은 은행 창구에서 믿기 어려운 사실을 접했다. 은행 측은 애초에 1억 9000만원이 입금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도 어이가 없어 재차 확인을 요청했으나, 은행 측의 답변은 똑같았다.


직전 회장이자 현재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황성연 대표가 인○○ 부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었으나, 인 부국장은 오히려 그럴 일이 없다며 당당히 말했다고 한다. 이어 협회 사무실로 와 달라고 하자, 인 부국장은 제주도에서 한달살이 중이라서 당장은 어렵다고 했다. 황성연 대책위원장이 설득한 끝에 인 부국장은 7월 3일 협회 사무실을 방문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7월 3일 당일 오전, 인○○ 부국장은 코로나19에 감염돼 협회 사무실을 방문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인○○ 부국장에 대한 의심이 확신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횡령 사건이 기출협에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열흘 후, 인○○ 부국장은 횡령 사실을 인정했다. 7월 중순에는 기출협 사무실을 찾아 임원들에게 사과했다. 예적금통장에 찍혀 있는 입금내역 1억 9000만원은 인 부국장이 교묘하게 위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출협 관계자들은 경악했다.


기출협에 크나큰 피해를 안기고도 인○○ 부국장은 변제 방법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3000만원은 일시금으로 입금하고, 1억 6000만원은 벌어서 할부로 갚겠다는 믿을 수 없는 얘기만 되풀이했다. 이에 집행부는 인 부국장에게 8월 말까지 실효적 대책을 내놓을 것을 지시했다.


‘잠적한 부국장’ 기출협 고소장 접수


기출협 집행부는 횡령 사실을 확인한 직후 인○○ 부국장을 고소할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황성연 대책위원장은 “인○○ 부국장도 한 번은 용서받을 기회를 받아야 한다. 크리스천으로서 인○○가 회개했으면 좋겠다. 물론 데드라인이 있다. 이 사건이 경찰로 넘어가면 용서해달라고 해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본지는 7월 초에 기출협 횡령 사건을 인지하고 취재에 돌입했다. 하지만 당시 만난 황성연 대책위원장은 “지금 보도하면 기출협이 무너진다”며, “인○○와 합의 과정에 있다. 합의가 잘 되어 사건에 대해 자세히 파악해 회원사에 사실을 알리고, 수습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보도를 유보해달라”고 요청했다. 본지는 황 대책위원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9월 말 이후 보도 시기를 조율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출협 집행부와 인○○ 부국장 간의 합의는 진전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집행부는 변호사를 선임해 자금 흐름을 추적한 결과, 인 부국장이 근무 기간 내내 수시로 횡령한 사실을 파악했다.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진 기출협의 피해 금액은 2억원 정도다. 하지만 인○○ 부국장이 과거 통장과 전표를 파기했기 때문에, 정확한 피해 금액을 산출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만약 사법기관을 통해 추적한다면 횡령액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인○○ 부국장은 용서받을 기회를 저버렸다. 현재 인 부국장은 기출협의 연락도 받지 않고 잠적한 상태다. 본지도 인○○ 부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그의 휴대폰은 수신 정지 상태이다.


결국 10월 말, 기출협은 인○○ 부국장을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역경 딛고 ‘의기투합’ 수습 나선 기출협

기출협은 지난 9월 26일 종로5가 모처에서 전체 이사회를 열어 이사들에게 인○○ 부국장의 횡령 사실을 알렸다.

2억여 원이 사라졌다는 믿기 힘든 소식을 접한 이사들은 “기독 출판사가 모인 협회에서 어떻게 횡령이 발생할 수 있냐”며, 받아들이지 못했다. 일부 이사는 “회장과 집행부가 무능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 부국장이 근무 기간 내내 수시로 협회 돈을 빼돌렸다고 설명하자, 이내 숙연해졌다고 한다. 11년 동안 횡령 행위를 일삼았다면 이사 중 그 누구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기출협은 상근 직원이 불순한 마음만 먹으면 부정행위를 할 수 있는 구조였다.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비상근 봉사직이라서, 협회 회계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홀로 회계를 담당한 인○○ 부국장의 보고대로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 매년 정기총회 직전에 감사를 실시하지만, 외부 회계법인을 통한 감사는 없었다. 인 부국장이 내놓는 자료로만 감사를 실시한 게 이번 사태의 결정적인 원인이다.

오히려 현 김수곤 회장과 집행부가 유야무야 넘기지 않고 의심한 덕분에, 인○○ 부국장을 사직시켰고 부정행위도 끝맺음할 수 있었다. 아울러 김 회장과 집행부는 고소장을 접수한 이후 횡령 사건에 대해 강경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사들 사이에서 기출협을 살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운영비조차 없는 기출협을 위해 이사들이 차입해주기도 하고, 내년 회비를 미리 내는 이사도 있다고 한다. <출판소식> 복간위원회도 가동돼, 내년 1월 복간을 준비하고 있다. 집행부와 복간위원들은 낮에는 출판사에서 일하고 밤에서 협회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복간위원장 박종태 부회장은 “어려운 사정에서도 이사들이 십시일반 재원을 마련하고 내년 회비를 미리 내면서 살얼음 같은 상황을 이겨내고 있다”며, “복간할 <출판소식>은 광고뿐만 아니라 유용한 정보도 담을 예정이다. 독자들이 보기에 정말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게 혁신해 <출판소식>을 통해서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복 위해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김수곤 회장(왼쪽부터)과 황성연 대책위원장, 박종태 부회장이 기출협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 회장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이사들의 협력으로 조금씩 회복의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회복 위해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김수곤 회장(왼쪽부터)과 황성연 대책위원장, 박종태 부회장이 기출협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 회장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이사들의 협력으로 조금씩 회복의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집행부는 내년 서울국제도서전에 기독교문화거리를 다시 조성하고, 올해 열지 못했던 한국기독교저작권박람회도 다시 개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수곤 회장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분열이 아니라 의기투합이다. 기출협은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몸부림치고 있다. 뼈를 깎는 고통을 견딘다면 기출협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비판보다 격려를 요청했다.

상근 직원을 관리하지 못해 초유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기출협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다만 기출협 임원과 회원들도 피해자다. 마냥 비판하긴 보다 다시 일어서려는 기출협에 한국교회가 힘을 실어주는 것은 어떨까.

현재 기출협엔 상근 직원이 없다. 황성연 대책위원장이 출근해 사무업무를 맡고 있다. 황 대책위원장은 “역경의 시간을 겪고 있지만, 이 사건의 결말에 희망이 있길 간절히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기출협에 희망이 깃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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