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1년, 거리에서 쓰러져 간 159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물결이 곳곳에서 일었다. 그중에서도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울광장에는 주최 측 추산 1만명의 시민들이 모여 추모대회를 열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안전 사회 건설을 향한 다짐을 모았다. 종교계도 같은 날 참사 발생 장소인 이태원에서 4대 종단 기도회를 갖고 마음을 모은 가운데, 1주기를 사흘 앞둔 10월 26일 합동분향소 앞에서는 개신교 주도로 추모와 연대의 찬양예배를 드렸다.

10.29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행동하는 그리스도인 모임 주최로 드린 이날 예배는 어둠이 깔린 저녁, 비가 오는 궂은 날씨 속에 진행됐지만, 유가족들과 함께하기 위해 참석한 그리스도인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기억의 여정에 동행했다.

예배는 그리스도인 희생자들이 생전 즐겨 부르던 찬양을 함께 부르는 것으로 시작했다. ‘마음이 상한 자를’이라는 찬양을 부를 때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하나님께서 만져주시고 위로해 주시기를 간절히 소원했고,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다짐을 담아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를 불렀다.

앞서 본지와 인터뷰(제2409호 보도)한 희생자 최재혁 씨의 어머니 김현숙 권사도 이날 현장에 함께했다. 김 권사는 아들이 좋아했던 찬양 ‘하늘 소망’을 부르며 천국에서 다시 만날 그날을 기대했다. 김현숙 권사는 이어 유가족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고, 사랑하는 159명의 아들, 딸들의 삶이 헛되지 않도록 그리스도인들이 손잡아 주기를 요청했다. 김 권사는 “진실을 향한 발걸음에 그리스도인들이 함께해달라.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연대해 주고 기도해달라”면서 온전한 추모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교회들도 외면하지 않고 나서주기를 부탁했다.

함께 추모 기도를 드린 참석자들은 아픔과 고통을 함께하는 사랑으로 손잡고 위로하며 서로의 생명을 살리고 보호하는 일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고, “고난받는 사람을 잊지 말아 달라”고 함께 외치며 사랑과 정의의 영원한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간구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서울 안암동 영암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를 찾았다.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는 시민추모대회 초청장을 전달하며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했으나 대통령실은 해당 행사가 정치적 행사라는 이유로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통령의 관련 메시지에 이목이 쏠리던 상황에서 추도 예배에 참석한 것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소속의 이 교회는 윤 대통령이 유년 시절 다녔던 교회로 알려져 있으며, 대통령은 앞서 지난해 성탄절에도 이곳에서 예배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지난해 오늘은 제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며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에게는 누구나 안전한 일상을 믿고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이 있다.안전한 대한민국이란 목표를 위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것”이라는 다짐을 전했다. 이날 추도 예배는 교회 성도가 참여하는 주일예배 시간 이후 별도로 마련됐으며, 대통령 외에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