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특위임기 내년 5월로 추가 연장
“이해관계자 의견 조율 쉽지 않아
다음 국회로 미룬 것 아니냐” 지적
정부가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 등 모수개혁 핵심 사안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연금개혁의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다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표심 경쟁에 나선 상황인 만큼 연금개혁이 선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정부가 27일 발표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은 국무회의와 대통령 승인을 거친 뒤 이달 31일까지 국회로 제출될 예정이다. 국회에선 여야가 꾸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주축이 돼 연금개혁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 뒤 입법 절차까지 밟게 된다. 앞서 특위는 국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공론화조사위원회를 설치해 공감대를 이루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만 내년 총선이 변수다. 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표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만큼 보험료 인상을 거론하는 것 자체에 부담감을 느끼고 총선 이후 다음 국회로 공을 떠넘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 실제 연금특위 내 논의는 이미 수개월째 답보 상태다. 연금특위는 지난달 4일 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로부터 중간 보고서를 받은 것을 마지막으로 진전이 없는 상태다. 올해 초부터 논의했던 공론화위원회도 아직 구성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연금특위는 올해 4월 종료 예정이었던 활동 기한을 이달 31일까지로 한 차례 연장한 데 이어 또다시 21대 국회 임기 종료 시점인 내년 5월 말까지 추가로 연장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사실상 다음 국회로 미룬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회 연금특위 관계자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결론을 낼 때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돼 총선 전까지 결론을 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특히 야당은 정부가 ‘맹탕’ 개혁안을 낸 상황에서 어차피 유의미한 개혁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연금특위 간사인 김성주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정부가 아무런 역할을 안 하고 핵심 내용이 없는 계획안을 국회로 넘겼는데 무엇을 가지고 논의할 수가 있겠느냐”고 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내년 총선을 의식해 모든 결정의 책임을 국회로 넘겨버리는 윤석열 정부의 뻔뻔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는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연금 구조개혁에 관한 논의라도 이번 국회 내에 마무리해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힘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통화에서 “연금개혁을 위해서는 정부가 내놓은 구체적인 인상률 등 모수(숫자)개혁보다 구조개혁이 필수적”이라며 “실질적으로 젊은층에게 도움이 되려면 연금특위에서 구조개혁 논의가 우선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