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개혁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적립부채’ 1735조원에 달해
현 세대가 국민연금을 받기 위해서 미래 세대가 떠안아야 할 부담을 뜻하는 ‘미적립부채’가 1735조 원에 달한다는 정부 기관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2006년 이후로 이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정부 기관에서 추산 결과를 공개한 건 17년 만에 처음이다.
최근 공개된 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부채 산출 방법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2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부채, 즉 ‘가입자들에게 주기로 약속한 돈’은 4778조 원이었다. 국민연금의 자산, 즉 ‘가지고 있는 돈’은 3043조 원이었다. 부채에서 자산을 뺀 1735조 원이 미적립부채에 해당한다.
미적립부채란 국민연금 가입자가 받기로 되어 있는 연금 급여에서 가입자들이 납부할 보험료와 적립된 기금액을 뺀 차액이다. 이 부채가 크면 미래 세대가 세금이나 보험료를 더 많이 내 모자란 기금을 메워야 한다. 이 미적립부채를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 수인 약 2200만 명으로 나누면 가입자 1명당 약 8000만 원의 ‘빚’을 떠안은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연구진은 “산출 방법 및 가정 등에 따라 (미적립부채의) 규모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재정평가지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념, 산출 방법, 적용 가정, 추정값의 불확실성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및 논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2006년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미적립부채 규모를 밝힌 이후 공식적으로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적립부채는 연금 개혁이 전혀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가정한 추계로, 과도한 불안과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주요한 이유였다. 하지만 국민연금연구원의 보고서를 최근 공개한 것은 ‘투명한 소통이 우선’이라는 학계 지적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적립부채 |
국민연금 가입자가 사망 시까지 받을 연금 급여에서 앞으로 납부할 보험료와 현재 적립돼 있는 기금액을 뺀 금액. 즉 ‘주기로 약속한 돈’에서 ‘가지고 있는 돈’을 뺀 금액. 미적립부채가 클수록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됐을 때 미래 세대가 세금이나 보험료로 메꿔야 할 금액이 크다는 뜻이다. |
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