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차 국감 첫날…여야, 채상병 사건·LH 아파트 철근 누락 도마|동아일보


법사위·국토위 등 11개 상임위서 국정감사 실시

정무위서 갑질 의혹·과방위는 선관위 해킹 집중

여야는 국정감사 6일째인 16일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논란, 이태원 참사 책임론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다만 여야는 한국주택도시공사(LH) 아파트의 철근 누락 및 대기업 갑질 의혹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국회는 이날 오전부터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11개 상임위에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법사위, 채상병 사건 도마…“수사단장 항명” vs “대통령실 개입”

법사위는 군사법원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장에서 채 상병 사건의 경찰 이첩 과정을 두고 충돌했다. 여당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및 민간 경찰 인계과정에서 불거진 박정훈 전 수사단장(대령)의 항명 혐의를 부각했고, 야당은 채 상병 사건 수사 과정에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이 있다며 특검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수사의 외압이라고 하는 것은 수사에서 중요 사실관계를 빠뜨리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인데 사실관계(수사기록) 모두가 (경찰에) 넘어갔다”며 “단지 이첩 보류를 했다는 것만으로 외압이라고 주장하는 민주당의 비상식적인 주장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선동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장동혁 의원은 박 대령의 항명 혐의를 거론하며 “해당 사건은 박 대령이 (국방부) 장관 지시를 어기고 독자·독단적인 판단에 의해 이첩하면서 이 같은 상황까지 왔다”며 “본질은 그 누구도 사실관계를 하나도 건드린 것이 없다. 현역 군인이 상관의 명령을 어긴 것이다”고 거들었다.

반면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당 김병주 의원이 신원식 국방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 박 대령의 메모를 공개한 것을 거론하면서 “당시 문건을 보면 ‘VIP’라는 표현이 있다. 안보실에서 VIP에게 보고했고, 지시해서 피의자를 빼라는 메모”라고 말했다.

같은 당 권칠승 의원도 “VIP가 격노해 국방장관과 통화 후 이렇게(이첩 보류) 됐다고 박 대령이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직접 들었다고 말한다”고 부연했다.

박범계 의원은 박 대령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거론하며 군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현역 군인을 상대로 한 구속영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정부와 여당이 수사를 막아 세우는 것을 넘어 집단 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사실상 집단 테러”라고 힐난했다.

◆국토위 LH 아파트 논란…“부실 시공 은폐·보상 필요”

국토위에서는 LH의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와 부실 시공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야당은 LH가 부실시공 논란을 축소·은폐하려 한 정황을 집중 부각했고, 여당은 아파트 재시공에 따른 입주 지연과 보상 문제에 대해 LH가 적극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철근을 누락한 것도 문제이지만 적당히 숨기고 넘어가려 했다”며 “검단 아파트 21블록은 애초부터 은폐 축소하고 대충 넘기려 했다. 이 사건이 보도되기 전인 지난 8월 검단 21블록 현장 감리단장을 해임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증타공사만 하면 넘어갈 수 있는데 감리단장이 일을 키우려고 하니 눈엣가시가 돼서 감리사를 압박해 내쫓은 것”이라며 “LH는 과거에도 감리단장을 교체하려고 벌점을 부과하고 꼼수를 부리다가 소송에서 패소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의 김민기 국토교통위원장도 감리단장 교체 의혹에 대해 “너무 교만한 것 아니냐”며 “이것에 대한 책임을 모면할 생각을 해선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입주 예정자의 피해’에 초점을 맞춰 “GS 책임이 가장 크지만 LH도 발주처로서 책임이 있으니 피해자들이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로 끌려가기보다는 LH가 먼저 보상을 해주는 부분을 생각해야 된다”며 “올해 12월 입주 예정이 5년가량 늦을 것이라고 한다”며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서 주거대책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관 카르텔’을 적극 혁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같은 당의 김학용 의원은 “이번 철근 누락 사태는 저는 이게 어제오늘 있어서 생긴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내려온 도덕적해이, 안전불감증, 전관 카르텔에서 비롯된 총체적 부실”이라며 “이 기회에 책임경영을 도입하면 좋겠다”고 했다.

◆정무위 공정위 국감…대기업 갑질 의혹 질타

정무위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일부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다가, ‘갑질 의혹’에 휩싸인 증인들에 대해서는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의사진행발언에 나서 “호반건설 증인에 대해 왜 채택이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호반건설 계열사 부당지원과 편법세습 의혹 등을 거론하면서 “국회가 다루지 않으면 누가 다루겠느냐”며 “대한민국에서 호반건설이 성역이냐”고 했다.

반면 여당 간사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보도자료를 보면 호반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제재를 이미 했다. 제재가 잘못됐다면 공정위를 질타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세습 문제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사항”이라며 “국세청에서 세금문제로 이미 조치한 거로 파악했는데 정무위에서 증인을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 기업 불러서 개인적으로 압박하겠다는 것밖에 안되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한편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여야 간사 간 협의를 거쳐 홍범준 좋은책 신사고 대표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동행명령장이 이날 집행되지 못할 시, 홍 대표는 국감 종료 시점에 고발 조치된다.

이밖에도 3대 통신사가 허위 과장 광고를 했다며 증인 채택을 요구했으나 여야 간 합의 불발로 빠진 데 대한 언급도 나왔다.

오후에는 가맹점을 상대로 ‘갑질’ 의혹에 휩싸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강희철 천재교육 대표 등이 발언대에 섰다. 갑질 상황이 담긴 녹취록이 재생되자 여야 의원들은 실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정 회장을 상대로 질의에 나선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현산의 하도급 갑질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수천억원대 공사의 인허가 업무를 개인에게 맡기면서도 관련 서류를 내주지 않았고, 당시 업무를 맡은 개인이 변호사도 아니었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변호사법 위반, 자본시장법 위반, 계약서 교부 의무 위반,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강 대표에게 질의를 하는 과정에서 천재교육 직원과 대리점주의 대화가 담긴 녹취 파일을 재생했다. 해당 녹취에서 대리점주는 천재교육 직원에게 “확약서를 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천재교육 직원은 “지금 누구한테 땡깡을 부리고 있어, XX”라며 대답했다. 국감장에 욕설이 울려퍼지자 여야 의원들은 어이 없다는 듯 웃음을 보였다.

윤 의원은 “가맹점주들에게 너무 큰 비용을 떠넘기는 걸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강 대표는 “제대로 살피지 못한 부분들을 시정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행안위, 여 “박원순이 시민단체와 한몸” vs 야 “이태원 참사” 충돌

행안위는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오는 29일 1주기를 맞는 ‘이태원 참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에 대한 공세를 놓고 맞붙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이태원 참사 1주기가 다가오는데, 오 시장은 정무적,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기자회견 때 눈물까지 보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가족들과 공식적으로 한 번도 만난 적 없다”라며 계획이 있는지 따져 물었다.

이 의원은 서울광장에 설치된 유가족 분향소를 1주기가 지나면 바로 철거할 것인지 질의했다. 오 시장은 “되도록이면 자진철거를 유도하겠지만 마냥 1~2년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라며 “그런 관점에서 적어도 1주기까지는 시민 여러분들이 양해해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답했다.

임호선 민주당 의원은 행정안전부가 추진 중인 인파관리시스템을 거론하며 “연말까지 100개소를 전국 대상으로 선정한다는 건데, 저는 서울에 많이 들어가면 좋겠다. CCTV가 아닌 GIS 기반이다. 재난관리 시스템이 협업된다면 상당 부분 보완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행안위원장인 김교흥 의원도 “1주기 이전에 꼭 만나서 동행을 해달라. 직접 가서 만나면 그분들도 굉장히 감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특정시민단체에 지원이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을 한 것을 언급하며 “아이들의 먹거리가 시민단체의 먹거리로 전락하지 않았나 싶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조 의원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서울시와 특정 시민단체가 한 몸통인 것처럼 정책설계를 하고, 시민단체 핵심인물이 서울시의 급식을 담당하는 실무책임자 과장으로 채용돼 그 시민단체의 대표가 급식TF위원장 자문관으로 가서 끼리끼리 담합한 비정상적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건을 꺼내든 뒤 이재명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사업과 비교했다.

권 의원은 “저는 헌인마을 사업을 하는지도 몰랐는데 특정 매체에서 저와 오 시장, 조은희 의원이 배후에 있다고 제기하더라”라고 질의했고, 오 시장은 여기에 “백현동, 대장동 사업이 인허가건이 걸린 것이었다면 헌인마을은 민간주도의 개발사업”이라고 답해 근원적으로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함께 세운상가 재정비, 심야택시 무단휴업 문제, 기후동행카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공항철도 및 서울 9호선 연장건 등 현안 질의도 언급됐다.

◆과방위, 선관위 해킹 관련 공방…‘천공’ 영상에 소란도

여야는 과방위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를 대상 국정감사에서 국가정보원과 KISA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합동 보안 점검 결과에도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여당은 선관위의 총체적인 보안 부실을 문제 삼았고, 야당은 국정원이 정치적 목적으로 ‘선관위 길들이기’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선관위가 하늘에 있는 기관이 아니니까 문제가 있다면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며 “선관위는 안전하다고 마음대로 발표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병욱 의원은 “전산망이 쉽게 해킹된다는 말은 선거 조작이 쉽다는 말 아닌가”라며 “선관위 전산망이 특수한 방법도 아니고 통상적인 해킹에 뚫린다는 것은 선관위에 사이버 땅굴이 무한대로 뚫렸다는 것이고 하마스의 오프라인 땅굴보다 더 치명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헌법기관의 보안시스템에 들어가서 점검한 뒤 마치 나라가 뒤집어질 것 같이 투·개표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국정원의 의도가 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선거 시스템을 무력화하려는 기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의원은 “국정원이 부정선거 가능성을 선동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순수한 점검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며 “만약에 선관위의 보안 체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목적이라면 국정원은 KISA, 선관위와 함께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취약점 공개 범위 등을 조절해 발표해야 했지만, 국정원을 앞세운 선관위 길들이기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국정원이 단독으로 조사하고 발표하면 되는데 굳이 왜 KISA를 끌어들였을까”라며 “단독으로 하면 음습해 보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오전 국감장에서는 무속인 ‘천공’ 영상이 재생되며 소란이 빚어졌다. 박찬대 의원이 4.15 부정선거를 언급하며 천공 관련 영상을 틀자 박성중 국민의힘 간사는 “추측된 이런 천공 정법 강의 이런 것을 가지고 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민주당이 ‘검열’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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