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의 제1원리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것이다. 이 원리에 의해 목회자의 세금 납부가 어느새 자리를 잡았다. 당시 목회자 세금 부과에 대해 목회자들은 ‘목회자는 근로자가 아니’라며 저항했다. 세금 부담보다는 신성한 목회를 근로로 보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제는 스스로 근로자라고 주장하며 근로기준법을 내세우는 일들이 있다. 담임목사를 고소해 정당한 임금 지급과 퇴직금을 요구하며 소송하는 세상이 되었다. 기소된 담임목사는 벌금을 선고받기도 한다. 목회자뿐 아니다. 선교사가 소속 단체로부터 지위가 해지되자 노동청에 고발해 해당 선교단체는 무려 1000만원 대의 부담을 지기도 했다.
물론 목회 역시 몸으로 수고하는 일일 수 있으니 그것 역시 넓은 의미로 보면 근로이다. 그러나 목회를 일반적 의미의 근로와 동일시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우리는 목회자가 무엇으로 사는가를 따진다. 일반 직장인이나 근로자와 다른 것이 있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일을 전문적으로 한다는 자부심이다. 그런데 그 귀한 자부심을 돈 앞에서 던져버리는 것 같은 모습을 보니 몹시 우울하다.
물론 교회가 이런 목회자의 자긍심을 이용해 충분한 지원을 할 능력이 있음에도 그야말로 ‘열정페이’로 만족하라고 강요한다면 그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교회가 목회자의 필요를 채울 힘이 있음에도 소위 ‘청빈’을 말하며, 일반 교인들이 납득할 수 없는 대접을 한다면 그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한국교회 절반이 넘는 상당수의 재정자립이 힘든 교회가 과연 일반 근로법에 근거한 생활비 지급을 할 수 있겠는가? 최근 일어난 임금과 퇴직금 관련 소송이 바로 그런 교회를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목회자로서 자부심을 버린 채 오직 돈만 좇아 스스로 근로자를 자처하는 세상에서 진정한 목회자를 찾을 수 있을까? 심히 걱정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