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갑 등 한강벨트에 서울판세 달려
고양 승기 잡으면 김포-파주도 영향”
여야가 모두 내년 총선 핵심 승부처로 서울 마포갑, 경기 고양갑, 인천 남동을 등 수도권 16곳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 모두 이곳들에서 민심이 어디로 향하는지에 따라 121석(21대 총선 기준)이 달린 수도권은 물론이고 내년 총선 승패가 판가름 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동아일보는 총선 실무를 총괄하는 여야의 핵심 관계자들에게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 지방선거(광역단체장 선거 기준) 등 3번의 선거에서 한 번이라도 여야에 대한 민심의 선택이 엇갈렸던 ‘스윙보터’ 지역구 101곳 중 핵심 승부처로 보는 곳을 질의했다.
서울에서는 한강을 끼고 있는 ‘한강 벨트’ 라인인 중-성동을과 광진을, 마포갑, 영등포갑, 영등포을과 한강 벨트와 인접한 서대문갑, 관악갑 등 7곳이 꼽혔다. 여야는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이끌었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중 한 곳인 마포갑에 주목하고 있다. 현역인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돼 재판 중인 가운데 민주당에선 신현영 의원(비례) 등의 출마가 거론된다. 국민의힘에선 이용호 의원(재선·전북 남원-임실-순창)과 최승재 의원(비례)에 더해 국민의힘과 합당 예정인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도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경기는 고양갑, 고양병, 고양정 등 고양시 지역구 3곳을 포함해 평택갑, 평택을, 김포갑, 김포을 등 7곳이 승부처로 꼽혔다. 정치권 관계자는 “고양에서 승기를 잡으면 인근 지역인 김포, 파주에서도 바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 지역구인 고양갑에는 여당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민주당은 어떤 중량급 인사를 내보낼지 고심하고 있다. 인천 승부처는 남동을과 부평갑 등 2곳이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민주당을 탈당한 윤관석, 이성만 의원 지역구라 민심 변화에 여야가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16곳을 포함해 총 55곳을, 민주당은 최소 23곳을 핵심 승부처로 꼽았다. 국민의힘은 경기 지역에서 수원 지역구 5곳을 승부처로 정하고 ‘수원 과반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민주당은 경기 안성, 광주갑, 광주을과 인천 동-미추홀을 등 보수 표심이 상대적으로 강한 지역을 승부처로 삼아 수도권 우위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한강벨트, 서울 총선 판세 좌우… 고양서 이기면 경기북부 유리
여야 모두 핵심 승부처 꼽은 16곳… 스윙보터 민심따라 선거결과 갈려
서울 광진을-영등포-서대문갑
상징성 고려해 전략공천 등 고심
김포도 교통 현안 맞물리며 주목
“2020년 총선과 지난해 대선, 지방선거에서 정당에 번갈아 표를 던진 ‘스윙보터’ 지역 중에서도 수도권 16곳의 민심 향방에 따라 내년 총선 승패가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3일 추석 민심을 청취하고 돌아온 여야의 총선 실무를 담당하는 핵심 관계자들은 ‘수도권 민심’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스윙보터’ 지역구 101곳 중 여야 모두 핵심 승부처로 뽑은 16곳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 여야 한강 벨트 공략에 사활
여야가 공통으로 핵심 승부처로 꼽은 서울 7곳 가운데 5곳이 중-성동을과 광진을, 마포갑, 영등포갑, 영등포을로 한강에 맞닿은 한강 벨트에 해당한다. 서대문갑과 관악갑도 한강 벨트 인접 지역이다. 여야 모두 한강벨트를 서울 선거 결과를 좌우할 핵심 지역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중 한 곳인 마포갑 외에 여야는 서울 광진을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곳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1987년 민주화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9번에 걸쳐 36년간 연이어 당선된 곳이다. 현역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과 국민의힘 오신환 전 의원 등의 출마가 예상된다. 국민의힘 측은 “36년 동안 한쪽 정당에 치우쳐 있어 사람을 한 번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고 의원처럼 민주당 내 상징적 여성 정치인을 배출해온 곳인 만큼 빼앗길 수 없다”고 했다.
여야는 영등포 지역도 승부처로 꼽았다. 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영등포을)은 “영등포는 전통적으로 중도층 비율이 높아 서울 내에서도 항상 빡빡한 곳이지만 최근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들이 반영되고 있어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박용찬 서울 영등포을 당협위원장은 “(대선 때) 윤 대통령 바람이 불었을 때 정도는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민주당의 무능함과 위선에 넌더리를 내는 정서가 확산해 있다”고 전했다.
서대문갑은 4선을 지낸 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새 인물 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에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노조위원장 출신인 이수진 의원(비례대표)이 출마를 준비 중이다. 국민의힘에서는 특별귀화 1호인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이 지역에 전략 공천하기 위해 영입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 인사는 “지역이 갖는 상징성 등을 고려해 경선할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서는 전략공천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은 “수도권에서 대선과 지방선거 당시 분위기를 비교해보면 경기 인천 순으로 민주당 민심이 회복세지만 서울은 회복이 더딘 편”이라며 “서울 수성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병민 최고위원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으로 중도층의 반이재명 정서가 오히려 강화된 측면도 있다”며 “추석 기간 서울에선 2030세대와 50대 이상 세대에서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해지는 분위기”라고 했다.
● 경기 북부 판세 가를 고양도 관심
경기에선 양당 모두 전통적 민주당 강세 지역인 고양을 ‘경기 북부 승부의 시작’이라며 승부처로 꼽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고양을 탈환해야 김포 파주 등에서 바람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총선은 흐름이 중요하다”며 “바람을 타려면 민주당이 계속 앞섰던 일산 벨트를 사수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 지역구인 고양갑에 여당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거론되고 민주당이 중량급 인사 공천을 고민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포에선 지하철 5호선, 9호선 연장 문제 등 지역 현안과 맞물리면서 승부처로 꼽혔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김포을)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7월까지 매듭짓겠다고 약속한 지하철 연장이 최근에 12월로 밀리면서 정권 심판론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이에 국민의힘 김포을 당협위원장인 홍철호 전 의원은 “판세를 5 대 5로 보고 있다. 교통 문제와 교육 문제가 심각해서 여당 입장에선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전했다.
여야가 핵심 승부처에 ‘돈봉투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인천 의원 지역구들을 꼽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인천 남동을(무소속 윤관석 의원)과 부평갑(무소속 이성만 의원)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의원 지역구는 다 이겨야 한다”고 밝혔다. 당시 거론됐던 의원들 지역구 중 광주·전남 지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서울 인천 경기에 집중된 만큼 이곳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야권 강세 지역구인 이곳에서 어떤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울지 고심하고 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