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셋째 주 일제히 총회를 진행한 장로교단들이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고 한 회기를 힘차게 시작했다. 18일 대한예수교장로회(이하 예장) 합동과 백석 교단을 시작으로 19일 통합과 고신, 합신 등 각 교단들이 총회를 진행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를 겪고 있는 교회 상황을 반영하듯, 장로교단들은 미래를 준비하는 논의와 더불어 교단 내부의 문제를 개선하려 노력했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여러 개혁안들은 용두사미(龍頭蛇尾)에 그친 듯한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각 교단 총회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리더십 교체
예장통합은 9월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명일동 명성교회에서 ‘제108회 총회’를 개최했다. 개회 직후 진행된 임원선거에서 목사부총회장 김의식 목사는 총대들의 박수 속에 총회장직을 자동 승계했다. 단독 출마한 목사부총회장 후보 김영걸 목사와 장로부총회장 후보 윤택진 장로는 정견 발표 후 총대들의 박수로 만장일치 추대됐다. 서기 등 기타 임원은 선출직이 아닌 총회장이 추천한 인물들을 임명함에 따라 이를 통해 신 임원진 구성을 마쳤다.
예장고신도 19일부터 21일까지 충남 천안시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제73회 총회’를 가졌다. 임원선거에서는 목사부총회장 김홍석 목사가 총 투표자 수 502명 중 찬성 434표를 얻어 총회장에 선출됐다. 2파전으로 치러진 목사부총회장 선거는 정태진 목사가 상대 후보보다 100표를 더 얻어 당선됐다. 3명이 출사표를 던진 장로부총회장 선거는 2차 투표까지 진행한 끝에 박영호 장로가 총대들의 선택을 받았다.
예장합신도 19일부터 21일까지 경북 문경시 STX 리조트에서 ‘제108회 총회’를 진행했다. 독특한 선거제도를 가진 합신은 사전 등록을 받지 않고 현장에서 임원 후보 추천을 받는다. 신임 총회장은 전례에 따라 직전 목사부총회장 변세권 목사가 무리 없이 선출됐고, 목사 및 장로 부총회장은 최다 표를 획득한 박병선 목사와 양일남 장로가 자리에 올랐다.
예장백석은 18일부터 2박 3일간 충남 천안시 백석대학교에서 ‘제46회 총회’를 열었다. 지난 1월 임시총회에서 대표총회장 제도를 신설한 백석은 이번 총회에서 장종현 목사를 향후 5년간 대표총회장으로 추대했다. 한편 백석은 지난 2019년 금권선거 차단을 목적으로 7년 동안 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회장단을 추천하도록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위원회에서 추천을 받아 올라온 임원 후보들이 총대들의 기립 박수 속에 차례로 추대됐다. 총회장에 직전 제1부총회장 김진범 목사가, 제1부총회장은 직전 제2부총회장 이규환 목사가 올랐다. 제2부총회장과 제3부총회장은 김동기 목사와 이승수 목사가 새롭게 이름을 올려 앞으로 3년간 교단을 이끌게 됐다.
목회자 처우 개선 및 노후 준비
예장합동이 총회발전기금에서 50억원을 은급기금으로 지원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데 이어 타 장로교단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목회자 노후 대비에 나섰다.
통합은 과거 기금 운용 문제로 수 차례 물의를 빚었던 연금재단 보고에 총대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보고에 따르면 통합 연금재단의 총자산액은 5989억원이며, 가입자 수는 1만7621명에 달한다.(8월 말 기준) 그러나 이러한 현황에도 목사 총대들은 불안감을 표출했다. 3~4년 뒤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은 있는지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연금재단 관계자들은 수급률 하향 조정과 기부금 제도 등 시스템 개선 및 보완을 통해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설명하며, 총대들을 안심시키려 노력하는 분위기였다.
고신은 지난해 총회 당시 상정됐던 목회자들의 현실과 미래를 고민하는 안건들에 대해 1년간 처리를 보류해왔다. 해당 안건을 수임받아 1년간 연구한 사회복지위원회는 ‘미래자립교회 목회자의 생활비 문제와 은퇴준비를 위한 위원회 구성’ 건에 대해서는 해당 노회에 맡겨 중장기적으로 연구할 것을 청원했다. ‘미래 자립교회 목회자 노후대책 마련안 청원’ 건은 총회 은급재단 가입을 적극 권유(활동)하되 각 노회에서 가입금을 보조(지원)해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총대들은 보고를 그대로 받고, 개교회의 형편에 따라 국민연금 가입도 적극 권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함께 연구된 ‘목회자 사례비 표준 재정 청원’은 교회 간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기각했다.
아직 교단 내 목회자 연금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백석은 제도 마련 및 시행을 위해 대표총회장 제도까지 두는 등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회기 장종현 총회장이 연금제도 시행을 선포한 뒤 공청회를 비롯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연금제도는 총회 유지재단에서 맡아 기금 마련 및 설계 등을 추진한 뒤 올해 안에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백석은 미자립 및 농어촌교회 목회자들의 노후 걱정 등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총대들에게 연금 규정을 위한 규칙 및 헌법 개·수정에 앞서 시행을 허락받는 등 연금제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선거법 개정
특별한 선거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교단들이 선거 방식을 변경하는 논의를 진행했다.
합신은 총대 전체를 대상으로 임원을 선출하는 현재 선거 방식에 대해 깜깜이 임원선출이 될 수 있다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노회별로 해당 직책에 맞는 후보를 미리 추천해서 총회에 보고하고, 그 후보들 중에서 투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총회장 선거 방식도 기존 투표 대신에 많은 교단에서 취하고 있는 목사부총회장을 박수로 추대하는 안건이 논의됐다. 총대들은 이런 논의들을 정치부로 보내 1년간 연구하고 차기 총회에 보고해 확정하기로 했다.
올해 제3부총회장 선출을 마지막으로 지난 2019년 실시한 특례법에 따른 후보 추천방식의 회장단 선출을 마무리하는 백석은 선거 관련 규칙을 새롭게 마련했다. 이번 총회에서 개정된 선거법은 선거인단 제도를 골자로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정기총회 직전 마지막 실행위원회에서 정책자문단, 노회장, 상비부장, 총회 임원 역임자 중에서 제비뽑기를 통해 약 50명의 선거인단을 뽑고 선출 즉시 후보자들에 대한 투표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후보자 등록은 선거 5~10일 사이에 진행하며 선거운동은 일절 금지함으로써 금품, 향응 제공 등 금권선거 및 선거 과열을 차단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외에도 올해 합동의 이슈이기도 했던 ‘목사 장로 정년 연장의 건’과 ‘항존직 정년연장에 대한 연구 검토 청원 건’을 다룬 고신은 2년여의 연구 끝에 최종 부결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폐지 청원이 올라와 존폐의 기로에 놓였던 SFC에 대해서는 오히려 “신학과 신앙고백의 약화로 급속히 세속화되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과 비성경적이며 반기독교적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청년세대와 캠퍼스 현장은 SFC의 운동을 더욱 절실히 요구한다”는 연구 보고와 함께 교회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