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량기반 교육과정 강조’ 방향성에 대학 94% 동의
하지만 전담인력, 학생역량 평가 연수 등 ‘체계 부족’
대학생의 전공 지식뿐만 아니라 사회 진출 역량까지 길러주는 고등교육의 역할이 강조된 지 오래지만, 이를 실제 교육과정으로 옮기기 위한 대학 체계는 열악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30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에 따르면, 김은영 KEDI 선임연구위원 등은 지난해 70개 대학의 관리자(처장·본부장·부처장 등) 집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이달 ‘대학의 역량기반 교육과정과 교육성 평가방안’이라는 제목의 브리프(Brief)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학의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고등교육의 관심을 ‘연구’에서 ‘학생 역량 교육’으로 돌리기 위해 도입됐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대학 진학률이 70%가 넘는 고등교육 보편화 시대에 대학을 졸업해도 노동시장으로의 이행히 원활해지지 않자 대학 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학생들에게 단순히 지식을 가르치는 것에서 아는 바를 실제로 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인 ‘역량’을 키우는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했다.
대학 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2008년부터 6년 간 이어온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 2010년부터 시행된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 등을 통해 대학 교육을 혁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KEDI 설문에 참여한 70개 대학의 관계자 중 94% 또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강조하는 고등교육 정책 방향에 동의하고 있었으며, 69개(98.6%) 대학에서 관련 전담부서를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부를 더 자세히 들여다 본 결과 곳곳에 구멍이 보였다.
거의 모든 대학에서 역량기반 교육과정을 위한 전담 부서를 갖추고 있었지만 부서 내 석사급 이하 행정업무 인력은 평균 3.7명, 박사급 이상 기획업무 인력은 평균 2.1명에 불과했다.
석사급 이하 행정업무 인력은 1~2명인 대학이 22개(34.9%)로 가장 많았고, 박사급 기획업무 인력도 1~2명을 둔 대학이 27개(42.2%)로 가장 많았다.
역량 자체에 대한 이해나 학생의 역량을 평가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연수 체계도 부족했다.
설문 결과 역량모델링 등 핵심역량 혹은 전공능력 자체에 대한 이해와 활용 관련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은 50%를 밑돌았으며, 다양한 학생역량 평가방법에 대한 연수는 30% 내외로 더욱 낮은 응답율을 보였다.
조사참여 대학의 91%가 학생들의 핵심역량 향상도를 분석한다고 응답했으나, 정작 향상도 분석의 근거가 되는 진단 방식으로는 ‘자기보고식 설문조사’를 활용하는 경우가 80%였다. 또 직접 평가 방법인 시험이나 수행형 과제가 활용되는 경우는 40%로 낮았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학생역량을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평가 도구를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으나, 국가 수준에서 대규모 대학생역량 평가도구로 개발돼 보급된 K-CESA를 활용하는 대학이 13~14%로 낮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육개선 및 환류가 가능한 분석을 기획하고 대학의 구성원이 활용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춘 교직원의 역량 부족이 그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