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의 꿈이 무너졌다. 제108회 총회에서 목사와 장로의 정년을 만 75세로 연장하자는 안건이 부결됐다.
총회 넷째 날 오전, 정치부 보고에서 최근 단골 헌의안으로 떠오는 정년 연장 건을 다뤘다. 용인노회 등 8개 노회는 목사와 장로의 정년을 만 75세로 연장하자는 헌의안 등을 상정했다.
예상대로 정년 연장 안건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주로 목사총대들이 정년 연장 찬성을, 장로총대들은 정년 연장 반대를 주장했다.
전국장로회연합회 수석부회장 오광춘 장로는 “이 안건을 다루기 위해선 먼저 헌법이 수정되어야 한다. 수정하지 않고 논의할 수 없다. 전국장로회 입장은 정년 연장 반대다”라고 정년 반대 입장의 선봉에 섰다.
이철우 목사가 정년 연장에 찬성한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이철우 목사는 “지난해 150표 차이로 정년 연장이 부결됐다. 주요 이유는 사회 통념과 목회자 수급 불균형이었다. 하지만 현재 서울에만 무임목사가 1800여 명이고, 2033년이 되면 현재 목사들이 은퇴하지 않고 총신 신대원들이 졸업해도 목사가 부족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원로목사와 원로장로 추대는 헌법대로 만 70세 전에 결정하고, 만 70세가 지나면 원로목사나 원로장로가 될 수 없고 공직에 참여할 수 없다. 교회가 원할 경우 만 70세가 되었을 때 목사는 노회에 사면서를 제출하고 노회가 임시당회장을 파송하여 당회와 노회의 결정에 의해 75세까지 설교권을 주기로 한다. 농어촌교회와 열악한 교회 장로는 장로증원이 될 때까지 시무장로로 계속 시무하여 폐당회가 되지 않도록 하자”라고 정년 연장 동의안을 냈다.
이에 오정호 총회장이 “정년을 70세까지 하고 나머지 5년은 교회 형편에 따라 노회에서 결정하고, 원로목사 제도와 원로장로 제도는 살아있다는 얘기”라며, 이철우 목사 발언을 요약했다.
오광춘 목사와 이철우 목사의 발언을 필두로 한동안 찬반논쟁이 벌어졌으나, 박창식 목사가 논쟁의 종지부를 찍었다. 박창식 목사는 정남 목사와 더불어 발언자 중 목사로서 유이하게 정년 연장을 반대했다.
박창식 목사는 “양측 의견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 여기에 있는 베이비붐 세대는 만 70세 정년제도로 조용히 은퇴해야 한다. 우리는 교단의 후배들 상황을 봐야 한다. 지금 40~50대 목사들은 담임목사 근처도 못가고 목회를 졸업해야 한다. 정년 연장은 기득권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후배들을 위해 헌법에 규정된 만 70세 정년에 손 대면 안 된다. 우리는 70세로 은퇴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한다”고 발언하자, 현장에서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박창식 목사의 발언으로 회의장의 분위기가 정년 연장 반대로 넘어갔다.
거수투표 결과, 총대 대다수가 반대에 손을 들면서 정년 연장 안건이 또다시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