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 최상호 목사는 느닷없이 서울 신현교회 담임으로 부임했다. 대구에서 신수희 장로와 교회를 개척해 목회를 한창 하고 있을 때였다. 대구노회 주교강습회 저녁집회를 마치고 나오니 신현교회 조병헌 장로와 강창무 장로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장로들은 최상호 목사에게 정석홍 목사의 후임으로 와달라고 요청했다. 게다가 당시가 6월이었는데, 9월에 부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갑작스러운 청빙 제안에 최상호 목사가 혼란스러웠던 것과 달리, 신현교회 장로들은 최 목사를 담임목사로 점찍고 사전조사까지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장로들과 달리 신현교회 성도들은 대구 출신의 생경한 최상호 목사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공동의회에서 진행된 위임목사 투표 결과 가까스로 3분의 2를 넘긴 게 그런 대목이다.
당시 개척한 교회를 뒤로하고 상경을 해야 할지 고민했던 최상호 목사는 존경했던 대구서문교회 이성헌 목사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성헌 목사의 답변은 “그것은 사명이다. 가야 한다”였다.
최상호 목사는 1999년 9월 1일 신현교회 5대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최 목사는 금식기도를 하며 “하나님의 뜻에 따르겠다”라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위대한 부흥사이자 교단 총회장을 역임한 정석홍 목사의 뒤를 잇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최상호 목사는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도하며 극복해나갔다. 아울러 신현교회를 건강한 교회로 만들고, 성도들에게 행복을 선사하고, 복된 세상을 여는 데 주력했다. 이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게 그의 목회철학이었다. 교회 표어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라고 지은 까닭이다. 신현교회를 하나님이 기뻐하는 교회로 만들기 위해 최상호 목사는 성도들에게 건강한 영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하나님 중심의 사고를 갖자고 성도들을 다독였다.
이어 하나님이 기뻐할 사역을 전개했다. 주민들에게 주차장을 개방하고 바지회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을 도우며 지역사회와 함께했다. ‘하하호호 페스터벌’을 열어 다음세대를 품었으며, 인근 대학 교목 및 교수들과 연대해 학원 복음화에도 나섰다. 에티오피아, 몽골, 중국 등에 선교사를 파송하는 등 세계선교에도 헌신을 다했다.
몸과 마음을 바쳐 신현교회를 섬긴 최상호 목사는 지난해 조기은퇴를 선언했다. 최 목사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젊고 훌륭한 목사가 부임해 힘차게 목회하는 게 교회를 위해 더 나은 결정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조기은퇴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받으며 24년의 시간을 보냈다. 이 교회를 세운 분, 성도들을 이끈 분, 하나님과 동행했다”고 회고했다.
신현교회는 지난해 10월 공동의회에서 최상호 목사의 원로목사 추대를 결정하고, 후임목사 청빙에 돌입했다. 담임목사청빙위원장 김명식 장로는 이번 담임목사 청빙의 슬로건은 “공정과 투명”이었다면서, 5개월간 주일마다 기도회를 하며 새로운 목사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고 밝혔다. 청빙위원은 장로, 안수집사, 권사, 서리집사, 청년 등 각 직분에서 골고루 선임했다.
청빙공고를 내자, 무려 86개 이력서가 도착했다. 위원회는 3차에 걸친 평가 끝에 최종 후보 3명을 선발했다. 이어 가장 선호도가 높았던 김상순 목사에 대한 위임목사 투표를 공동의회에서 실시했다. 그 결과, 김상순 목사는 성도 98%의 지지를 받아 신현교회 제6대 담임목사로 선임됐다.
원로목사 추대 및 목사위임식이 열리기 이틀 전, 신현교회에서 최상호 목사, 김상순 목사와 마주했다. 그 자리에서 최상호 목사는 “김상순 목사님은 영성적으로나 인간적으로 훌륭한 목회자다. 총신과 미국에서 공부를 많이 했을 뿐 아니라, 겸손하고 젊은 분답지 않게 순박한 면도 있다. 김 목사님이 신현교회에 온 것은 하나님의 섭리”라며, 후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상순 목사는 “최상호 목사님이 교회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 최상호 목사님처럼 교회를 지키고 성도를 돌보는 목자의 사명을 새기고, 좌우 돌아보지 않고 한 자리에서 정주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섬기는 거룩한 예배 공동체를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공정하고 아름답게 리더십을 이양한 덕분에 8월 26일 열린 신현교회 원로목사 추대 및 목사위임식은 축제의 현장과 같았다. 예배당을 가득 채운 성도들은 최상호 목사에게 감사를 표했고 김상순 목사에게 기대를 품었다.
최상호 목사는 “24년 전 우리 교회 원로목사 추대 및 목사위임식 때 고 김창인 목사님이 오셔서 정석봉 목사님에 이어 저에게 훗날 원로 추대받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난다”면서, “신현교회, 정말 좋은 교회다. 동고동락한 성도들에게 고맙고, 김상순 목사님을 6대 위임목사로 보내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상순 목사는 목회 여정 가운데 함께 한 사람들에게 일일이 감사인사를 한 후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올린다”고 인사했다. 김상순 목사가 영적 아버지로 모신 옥성석 목사(충정교회)는 축사로, 직전에 시무했던 강남교회의 고문산 목사는 격려사로 새 담임목사가 “영이 밝고 따뜻하고 근성 있는 목회자”라고 성도들에게 소개했다. 아울러 강남교회 부교역자들은 축가를 부르며 김상순 목사의 앞날을 축복했다.
이날 설교를 선포한 김경원 목사(서현교회 원로)의 말씀처럼, 목회 이양을 통해 “신현교회가 이전보다 더 아름다운 역사가 열어가는 계기를 마련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