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탄소중립 나부터] 기후위기에서 담대한 전환, 바울의 회심 < 특별기고 < 기획/해설 < 기사본문



조천호 박사(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조천호 박사(전 국립기상과학원장)


문명 위기가 지구 위기를 일으키고 지구 위기가 다시 문명 위기를 일으킨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므로 자연을 해치는 문명이 결국 인간을 해치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드는 세상이 커질수록 그만큼 더 많은 양의 자연 자원과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온실가스, 오염 먼지와 폐기물을 뿜어낸다. 물질적으로 유한한 지구에서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더는 감당할 수 없다. 지금 이대로 내달린다면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이 우리의 욕망보다 먼저 고갈될 것이다. 인간 세상이 유한한 지구를 넘어서면 우리가 숨 쉬는 공기, 마시는 물, 먹는 식량과 삶의 거주지가 지구로부터 공격받는다. 그 대표적인 현상이 기후 위기이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은 에너지만큼 우주로 에너지가 빠져나간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는 지글지글 끓게 될 것이다. 온실가스는 태양 에너지를 그대로 투과시키는 반면 다시 우주로 빠져나가는 에너지를 가둔다. 이에 따라 기온이 상승하는 데 이를 온실효과라고 한다. 자동차 유리가 태양에너지를 그대로 투과시키는 반면 들어온 에너지를 차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여 차 안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인간이 증가시킨 온실가스는 1초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다섯 개와 같은 에너지를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1998년 이후 약 30억 개의 원자폭탄과 같은 양의 에너지를 지구에 가두고 있다. 인간이 온실가스 배출을 멈추지 않는 한, 열이 끊임없이 축적되어 오늘의 뜨거움에 더해져 내일은 더 뜨거워질 것이다.


현재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후 1.1℃까지 올라간 상태다. 기온 상승은 지구가 열병을 앓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미 1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역대급의 재해성 날씨가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다. 기온이 2℃ 이상 상승하면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던 안정한 기후에서 벗어나 파국적인 상황에 이를 수 있다.


기온 상승은 지구를 조절하는 시스템을 무너뜨려 기후가 변덕스럽고 가혹한 상태로 만든다. 물이 부족하고, 가뭄이 들어, 식량이 부족해진다. 해수면이 상승하여 연안의 도시와 농경지가 잠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할수록 해양은 이산화탄소를 더 흡수하여 산성화되고 해양 생태계는 붕괴한다. 급속한 기온 변화에 약한 생명체들은 멸종된다. 결국, 마실 수 있는 물, 적절한 식량, 안락한 거주지가 불안정해진다.


지금까지 인류는 전쟁, 자연 재난, 감염병, 금융위기 등 수많은 위험을 겪었다. 그렇지만 그 위험은 끝이 있었고, 회복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도 했다. 기후 위기는 이러한 위기 중 하나가 아니라 모든 위기를 압도하는 통제 불가능하고 회복 불가능한 위기다. 인류가 살아가는 터전인 지구환경이 무너지면 인간 세상도 무너진다. 기후 위기는 우리가 내달려 온 세상과 삶 그 자체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지금의 세상과 삶을 바꾸어야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이 결정은 인류가 공존할 것인지 공멸할 것인지를 가르게 될 것이다. 다메섹 도상에서 바울의 회심처럼 기후 위기에서 기후 회복으로 담대한 전환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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