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개척교회가 동네 주민들에 선사한 수준 높은 공연 : 문화 : 종교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아파트숲 속 잔디밭 특설무대에
MC 이정민, ‘열린음악회급’ 진행
뮤지컬, 영화음악, 찬송곡 선보여
오솔길교회, 다양하게 지역 섬겨
발코니에서 시작, 동네 중심까지
김범기 목사, 투병 중 열정 목회





오솔길교회 노을 음악회

▲잔디밭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는 지역 주민들. ⓒ이대웅 기자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아파트뿐’인 동네 한복판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울려퍼졌다. 고양 오솔길교회(담임 김범기 목사) 주최 네 번째 ‘노을 음악회’가 8월 27일 오후 6시 30분부터 고양 위스테이 지축 ‘잔디밭 특설무대’에서 마련된 것.

이날 음악회에는 조금씩 내리는 빗줄기에도 위스테이지축과 건너편 나인포레지축 주민들을 중심으로 많은 주민들이 동네 한가운데 잔디밭으로 나와 어느덧 제법 선선해진 바람 속에 한여름밤의 ‘동네 축제’를 즐겼다. 오가는 길에 잠시 들러 감상한 주민들까지 3백여 명은 함께한 듯 보였다.

잘 차려입고 많은 돈을 들여 멀리 예술의전당 같은 클래식 콘서트홀까지 가야 보고 들을 수 있는 고품격 공연을 가까운 곳에서 감상하게 된 주민들은 편안한 복장과 상기된 표정으로 돗자리와 매트를 들고 삼삼오오 가족과 함께 모였다. 서로를 ‘잘 아는’ 관람객들은 앞뒤좌우로 모인 이들은 물론, 지나가는 이들에게도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오솔길교회 노을 음악회

▲1부 공연에서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루체합창단이 노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보통 클래식 공연에서는 엄숙한 분위기 가운데 침묵이 유지돼야 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야외 음악회의 매력은 적당한 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는 것. 풀내음이 반기는 잔디밭에서는 풀벌레 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 노래와 악기 소리에 화음으로 얹혔다.

관객들은 반려동물들도 데리고 나와 함께 공연을 감상했다. ‘캉캉’ 등 신나는 음악이 나오자 일제히 박수로 동참하기도 했고, 중간중간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추억에 잠기는 관객도 있었다. 만나는 주민들마다 “교회가 이런 공연을 열어줘 고맙다”고 말했다.

둘째 출산 후 지난해 프리 선언을 한 이정민 전 KBS 아나운서의 진행은 음악회를 ‘열린음악회 급’으로 높였다. 재능기부로 ‘노을 음악회’ 사회를 맡고 미케르 스파를 통해 후원까지 한 이 아나운서는 능숙한 진행과 센스 있는 멘트들로 분위기를 띄웠다. 그녀는 음악회를 시작하며 “열린음악회가 따로 있나. 여기가 바로 열린음악회”라며 “아직 오지 못한 분들께 전화하시라. 저 이정민이 사회로 나왔다고도 말씀하시라”고 전했다.





오솔길교회 노을 음악회

▲1부에서 박은진 씨(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이 ‘One Day More’를 합창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음악회는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기쁨의 노래’ 뮤지컬 넘버들로 문을 열었다. 문상희·오세은·오세영 모녀의 뮤지컬 ‘서편제’ 중 ‘살다 보면’, 소프라노 정찬희의 ‘마이 페어 레이디’ 중 ‘밤새도록 춤출 수 있다면’, 테너 김기선의 뮤지컬 ‘이순신’ 중 ‘나를 태워라’, 뮤지컬배우 박은진의 뮤지컬 ‘레 미제라블’ 중 ‘On My Own’ 등이 이어졌고, 피날레로 여러 출연자들이 ‘레 미제라블’의 ‘One Day More’를 합창했다. 특히 박은진 씨는 2년 전 오솔길교회가 주최한 ‘우리 동네 복면가왕’ 1등 수상자이기도 하다.

2부에 앞서 이정민 아나운서는 “이런 음악회는 개척교회에서 열 수 있는 규모가 아니지만, 여러분들이 마음을 모아주시고 가게와 기업들의 후원으로 가능했다”며 “저희가 입장료를 받진 않지만, 후원은 받고 있다. 적은 금액이라도 모아주시면 함께 온 아이들에게도 기부에 대한 교육이 될 것”이라고 후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실제로 오솔길교회의 취지에 동참해 슈필음악학원, 포르테피아노스튜디오, 양스 유리가게, 어조아, 파리바게트와 김가네 지축역점 등 ‘동네 가게’들이 후원으로 힘을 보탰다.

‘감동의 노래’ 영화음악으로 꾸며진 2부에서는 서울클라리넷 앙상블의 ‘Cinema Paradiso’, 테너 김기선의 ‘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 피아노 삼중주(바이올린 이지연, 첼로 이현정, 피아노 김선영)의 ‘아리랑 비바체’, 피아노 콰르텟(+비올라 김동욱)의 영화 ‘국가대표’ 중 ‘Butterfly’, 메조소프라노 김순희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중 ‘하바네라’, 오보에 현지희의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중 ‘카자부에’, 테너 양일모의 영화 ‘파파로티’ 중 ‘Nessun Dorma’ 등이 공연됐다.





오솔길교회 노을 음악회

▲2부 피아노 콰르텟의 공연 모습. ⓒ이대웅 기자

열창을 마친 테너 양일모 씨는 이정민 아나운서와의 인터뷰에서 “가사 속 ‘빈체로(Vincero)’는 ‘승리하리라’라는 뜻”이라며 “첫 음악회부터 이번까지 모두 공연했지만, 오늘 관객들의 분위기나 반응이 가장 뜨겁다. 열린음악회 뺨친다”고 찬사를 보냈다.

해가 짧아져 제법 어둠이 깊어진 가운데 시작된 3부는 ‘평화의 노래’라는 주제로 Hymn(찬송) 곡들을 들려줬다. 이정민 아나운서는 “교회에서 불리는 찬송가 곡들이지만, ‘이 노래가 찬송이었어?’ 하시게 될 것”이라며 “교회에 나오라는 것이 아니니, 부담 없이 공연을 즐겨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목사님이 편찮으셔서 쉽지 않으셨을텐데 사명감으로 음악회를 준비하셨다고 한다. 반응이 좋고 여러 여건이 허락된다면 음악회를 계속 열고 싶어하신다”고 물었더니, 관객들은 힘찬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이에 이 아나운서는 “이 마음을 모아서 잘 준비해 보겠다. 다음에도 사회는 제가 맡겠다”고 선언(?)했다.

오보에 현지희의 영화 ‘미션’ 중 ‘Gabriel’s Oboe’를 시작으로 오케스트라와 함께 소프라노 김경희와 테너 양일모의 ‘The Prayer’, 소프라노 김경희와 메조소프라노 김순희의 ‘Pie Jesu, 소프라노 정찬희의 ‘Nulla in mundo pax sincera(Vivaldi)’, 소프라노 김경희의 ‘You Raise me up’ 등을 공연했다. 끝으로 이한진밴드가 ‘Oh! Happy Day’ 등 경쾌한 음악들을 연주한 뒤, 전체 출연자들이 등단해 김범기 목사 지휘로 헨델의 ‘할렐루야’를 함께하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오솔길교회 노을 음악회

▲3부 테너 양일모와 소프라노 김경희, 악기 연주자들의 모습. ⓒ이대웅 기자

◈동네 대표 교회 된 상가 개척교회

오솔길교회는 상가에 있는 개척교회이고 교인 수도 아직 많지 않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을 섬기기 위해 노을 음악회를 비롯해 마인드셋 멘토링 세미나, 야구단 운영, 도자기 공방, 바자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역사회와 연계해 진행하고 있다. 2년마다 노을 음악회와 미술제를 번갈아 개최하고, 지역신문 ‘오솔길 이야기’로 동네를 알리는 등 어느덧 이 지역에서 없어서는 안 될 ‘동네 대표 교회’가 됐다.

노을 음악회는 교회 2층 창가 발코니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노을을 함께 누리기 위해 시작했고, 공연을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졌다. 코로나19 중에는 윙탑차를 빌려 아파트 단지에서 오페라 공연으로 주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하기도 했다.

대규모 공연 못지 않은 화려한 라인업은 성악을 전공한 김범기 목사의 인맥으로 가능했다.





오솔길교회 노을 음악회

▲오후 6시 30분 공연이 시작될 때쯤 자리한 주민들. ⓒ이대웅 기자





오솔길교회 노을 음악회

▲어느덧 어두워진 가운데 계속해서 공연을 관람하는 주민들. ⓒ이대웅 기자

파킨슨병으로 9년째 투병 중에도 사역을 멈추지 않는 김범기 목사는 “올해는 유난히도 더웠지만, 언제나처럼 또 우리는 가을의 어느 자락에 앉아 무더웠던 여름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도, 지나고 나서 보면 웃어넘길 수 있을 때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범기 목사는 “힘든 삶의 모습이 노래 한자락으로 바뀔 수야 없겠지만, 음악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 믿는다”며 “처음 성전에서 보았던, 쓰러져가는 노을을 혼자 보기 아까워 시작했던 발코니음악회부터 이번 4회 음악회까지, 감동을 넘어 감격으로 다가올 노을 음악회는 사람을 향한다”고 했다.

또 “전도를 위해 하는 일이 아니다. 그저 지역 주민들이 음악이 주는 감격을 느낄 수 있다면 족하다”며 “더불어, 그 음악의 근원이 하나님이라는 사실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솔길교회 노을 음악회

▲(왼쪽부터) 3부를 앞두고 이정민 아나운서가 홍보 영상에 등장한 주민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민 아나운서는 “24개월인 둘째를 남편에게 맡기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발했지만, 여러분들을 만날 생각에 설렜다. 살도 빼고 예쁜 옷도 입고 왔다”고 말했다. ⓒ이대웅 기자

장소를 제공한 위스테이지축 협동조합 송아영 이사장은 “음악은 혼자 즐기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함께 듣고 공감할 때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 울리는 음악이야말로 우리가 음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유”라며 “오늘 밤 이 자리에 모이신 여러분들과 그 음악들을 다시 돌아보고, 마을 잔디밭에 울려퍼질 멋진 선율을 기대한다”고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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