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서로를 혐오하나(1)
‘극혐’ ‘○○충(蟲)’ 같은 혐오 표현들은 꽤 불쾌하고 과격한 표현이지만, 이젠 일상용어처럼 널리 쓰인다. 누군가를 극도로 혐오하고, 벌레 취급하는 일이 잦다는 건 우리 사회에 그만큼 편가름과 차별이 심각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정치 이념, 성별, 인종, 종교 등이 다르다는 이유로 노골적인 혐오를 쉽게 드러낸다.
사회 전반에 공감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오히려 ‘공감 과잉’의 문제로 볼 수 있다. 관건은 공감의 방향이다. 내가 속한 ‘우리 편’에만 과한 공감이 쏠리면, 상대편에게는 차별과 혐오가 생기기 마련이다. 남성을 비하하는 ‘한남충’이나 여성을 비하하는 ‘김치녀’ 같은 혐오 표현들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철저하게 우리 편 입장만 공감하며 ‘우리는 맞고, 너희는 틀리다’는 사고가 공고해지면, 상대편은 ‘극혐’의 대상이 된다. 이같은 선택적 공감은 소속감을 강화시키기도 하지만, 동시에 많은 적을 만들기도 한다.
더러운 것 보면 도망…생존 반응으로서의 ‘혐오’
사실 혐오감은 생존과 직결된 원초적 감정이다. 다만 원시시대 혐오의 대상은 눈, 코, 입으로 느낄 수 있는 1차원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엔 상한 음식, 동물 사체, 배설물 등을 잘못 접촉하면 감염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먼 옛날부터 오감으로 불쾌함을 감지해 혐오스러운 것들로부터 도망쳐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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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