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경 부활 추진 “8000명 운영해 흉악범죄 대응”|동아일보


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목골산 둘레길을 경찰이 순찰하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17일 ‘등산로 폭행 살인 사건’ 발생 이후 목골산과 관악산 일대의 둘레길을 매일 순찰하며 치안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23일 오전 서울 관악구 목골산 둘레길을 경찰이 순찰하고 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17일 ‘등산로 폭행 살인 사건’ 발생 이후 목골산과 관악산 일대의 둘레길을 매일 순찰하며 치안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올해 5월 마지막 기수의 전역을 끝으로 40년 만에 폐지된 의무경찰(의경)의 재도입이 검토된다. 서울 신림동 및 경기 서현역 등에서 흉기 난동이 발생하는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테러 수준의 흉악범죄가 잇따르고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지자 정부가 치안 강화를 위해 의경 부활 카드를 꺼낸 것.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 동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국무총리 담화문’을 발표하며 “범죄 예방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의무경찰제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기존 병력 자원 범위 내에서 인력 배분을 효율화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의경은 과거 2만5000명까지도 있었다. 이번엔 순차 모집을 통해 8000명 정도 운영하는 방안을 국방부와 협의할 것”이라며 “7∼9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연간 20만 명 안팎 규모로 충원되고 있는 현역병 입영 대기자 중 8000명을 의경으로 모집해 경찰에서 전환 복무하게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역 대기자중 8000명 의경 선발… 내년 상반기 순찰 등 투입

정부, 5월 폐지된 의경 부활 추진
경찰청장 “국방부와 협의할 것”
軍내부 “현역병 감소로 부담 커”
이르면 올해 하반기 모집 공고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잇단 흉기 난동 및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발생한 대낮 폭행 살인 사건 등 흉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꺼내 든 의무경찰(의경) 부활 카드는 공식적으론 “검토”지만 확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에 배석한 윤희근 경찰청장이 의경 모집 일정과 규모를 언급한 점도 이런 분석에 무게를 실었다. 윤 청장은 “범죄는 물론이고 테러, 재난까지도 신속 대응하기 위해 24시간 상주 자원이 필요하다”며 “최대 8000명을 운영하는 방안을 관계부처(국방부)와 협의하겠다”고 했다. 경찰청과 국방부는 이미 관련 협의를 일부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 현역병 입영 대기자 중 의경 선발

윤 청장은 의경 모집에 7∼9개월이 소요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이르면 올해 모집 절차를 실시해 내년 상반기에 올 5월 4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의경이 부활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

병역법 등엔 현역병 입영 대상자가 의경으로 복무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여전히 남아 있어 별도의 법률 개정 없이 당장도 의경 부활은 가능하다. 의경이 부활하면 현재 군에서 복무 중인 병사 중 지원을 받아 경찰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현역병 입영 대기자 중 지원을 받아 경찰이 선발한다. 병무청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은 입영 대기자는 경찰청의 의경 모집 공고 일정에 따라 지원해 적성 검사 등을 받은 뒤 공개 추첨을 기다리면 된다.

● 말 아끼는 국방부… 반색하는 경찰

국방부는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거나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 않냐”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한 총리가 직접 “기존 병력 자원 범위 내에서 인력 배분을 효율화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며 흉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역량 결집 기조를 밝힌 만큼 대외적으로는 반대하지 못하는 것.

다만 내부에선 병력 자원 감소 문제가 심각해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현역병 약 30만 명을 포함해 50만 명인 상비병력 규모는 2040년 36만 명으로 크게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 위협이 고조돼 있고 감소하는 병력을 대신할 첨단 무기 체계의 전력화도 전 정부에서 지연된 상태에서 외부 위협에 맞설 현역병 8000명을 내주는 건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시위 대응과 순찰 등을 위한 만성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호소해 온 경찰은 발표를 반겼다. 경찰은 올 초부터 국방부 등에 일부 의경 인력 잔류를 요청하는 등 의경 유지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윤 청장이 올 초부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등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만나 ‘일선서에서 신속 대응을 담당하는 112타격대라도 남겨 달라’는 요청을 해왔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경찰은 생활 안전 등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방범순찰대에 의경이 투입되면 치안 공백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위 대응을 담당하는 서울경찰청 기동단 소속의 한 간부는 “의경이 부활하면 인력 부족 사태를 가장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청장은 이날 “흔히 ‘14만 경찰’이라고 하지만 길거리에 나가 활동할 수 있는 경찰력은 대략 3만 명 내외로 전국 전역을 경찰이 감당할 순 없다”고 호소했다.

의경 제도 부활에 대해 비판도 나온다. 의경 출신 직장인 김모 씨(33)는“정부가 인력 확충에 있어 별다른 고민 없이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24시간 상주하는 인력 자원을 최저임금도 안 되는 헐값에 부려먹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보도자료에서 “의경이 아니라 전문 훈련을 받은 경찰력을 충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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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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